첫눈 내린 수성못에
이해리
첫눈 내린 수성못에 낮달이 떴다
썰다 실수한 무 조각같이 얇은 달이
수면에도 한 조각 빠져 있다
어느 먼 북방에서 방금 날아온 가창오리 몇 마리
수성못 첫눈 몇 송이 쪼아
먹고 못에 빠진 낮달도
한 조각 살짝 맛본 후
이번 겨울은
여기 눌러살 작정을 한다
이해리. [수성못]. 학이사. 2020. 118.
- '썰다 실수한 무 조각같이'라는 직유가 성공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아리송하지만, 게다가 '수성못 첫눈 몇 송이 쪼아/ 먹고 못에 빠진 낮달도/ 한 조각 살짝 맛본 후'에서 호흡을 비튼 행갈이가 효과적인 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첫눈이 내린 날의 수성못과 그 주변의 찰나적 풍경을 이미지즘적으로 잘 담아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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