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이윤학
하루종일,
내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그 저수지가 나오네
내 눈 속엔 오리떼가 헤매고 있네
내 머릿속엔 손바닥만한 고기들이
바닥에서 무겁게 헤엄치고 있네
물결들만 없었다면, 나는 그것이
한없이 깊은 거울인 줄 알았을 거네
세상에, 속까지 다 보여주는 거울이 있다고
믿었을 거네
거꾸로 박혀 있는 어두운 산들이
돌을 받아먹고 괴로워하는 저녁의 저수지
바닥까지 간 돌은 상처와 같아
곧 진흙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섞이게 되네
이윤학.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문학과지성사. 1995.
- 마음의 상처와 싸우고 있는 화자, 화자는 저수지 바닥에 깔린 돌을 자신의 상처의 등가물로 보는가? 시간과 인내가 상처를 치유해 주는가? 아니면 상처는 우리의 일부가 되고 마는가?
'여행 이야기 > 호수 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영광 - 저수지 (0) | 2024.10.18 |
---|---|
이영광 - 마른 저수지 (0) | 2024.10.18 |
이해리 - 첫눈 내린 수성못에 (0) | 2024.08.21 |
이재호 - 호암지[충북 충주시 호암동] (0) | 2023.09.12 |
이성복 - 죽지랑을 그리는 노래 (지슬지) (0) | 2023.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