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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호수 시편

이윤학 - 저수지

by 길철현 2024. 10. 17.

저수지

                                 이윤학

 

하루종일,

내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그 저수지가 나오네

내 눈 속엔 오리떼가 헤매고 있네

내 머릿속엔 손바닥만한 고기들이 

바닥에서 무겁게 헤엄치고 있네

 

물결들만 없었다면, 나는 그것이

한없이 깊은 거울인 줄 알았을 거네

세상에, 속까지 다 보여주는 거울이 있다고

믿었을 거네

 

거꾸로 박혀 있는 어두운 산들이

돌을 받아먹고 괴로워하는 저녁의 저수지

 

바닥까지 간 돌은 상처와 같아

곧 진흙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섞이게 되네

 

이윤학.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문학과지성사. 1995. 

 

- 마음의 상처와 싸우고 있는 화자, 화자는 저수지 바닥에 깔린 돌을 자신의 상처의 등가물로 보는가? 시간과 인내가 상처를 치유해 주는가? 아니면 상처는 우리의 일부가 되고 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