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고
재우고
목욕재계시키고
털도 깎아주고
깎은 털이 추울까
옷까지 입혀주고
걸으면 흙 묻을까
유모차에 태워 유람까지 시켜주고
개팔자가 상팔자란 말
이런 날을 일찌감치 예견했던 것일까
주인 위의 상주인
그 이름은 반려견이라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어
주인이 변심을 하면
대박이 쪽박으로
깨어진 밥그릇 하나 물고
사람들 발길질 피해
쓰레기통 뒤적이고
길냥이용 음식을 낚아채다
자칫 유기견 보호소로 끌려가
안락사하기 십상이라
중장비 보관소에 사는 흰둥인
집도 있고
하루에 한 번씩은 밥그릇에 사료도 담아두지만
목욕은 구경도 못해
땟국물이 줄줄줄
그래도 목줄은 없어
잔돌 깔린 좁너른 마당을
연하 남편 누렁이와 뛰놀고
마당으로 들어온 비둘기 쫓아다니다
가끔씩은 문틈으로 빠져나가
마실을 나서기도 했다
부족한 대로
부족한 줄도 모르던 흰둥이
어느 날
누렁이 많이 아파
멍멍 짖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등지자
눈에 갑자기 백태끼고
비둘기 날아들어 옆에 앉아도
마냥 태무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