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상황

by 길철현 2024. 9. 10.

  아내가 저만치 서있다. 눈에 넣고 싶을 정도로 어여쁜, 내 생명보다 소중한 아내. , 그런데 그녀가 이 거대한 댐의 수문을 열어젖히려 한다. 도무지 까닭을 알 수가 없다. 은전처럼 맑던 그녀의 정신에 갑자기 이끼라도 낀 것일까? 들어올려진 아내의 손이 버튼에 닿는 순간 수백 수천 수만 사람이 졸지에 물귀신이 되리라. 시간이 없다. 아내의 손가락은 깃털보다 가볍고 내 몸은 너무도 멀다.

  사랑하는 아내여, 그대를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 나 이 총을 버려야만 하는가? 내 이웃 또 모르는 많은 사람을 위해 그대의 심장을 겨누어야만 하는가?

 

(876, 9511)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탁구의 길 15 - 상대방 탁구대에 넘기면 이긴다  (0) 2024.09.11
죽은 자는 말이 없고  (1) 2024.09.10
전화의 발명  (0) 2024.09.09
탁구의 길 14 - 수신제가치국평천하  (2) 2024.09.09
흰둥이  (1) 202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