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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예전것)

브로드웨이를 쏴라 -우디 앨런(Bullets over Broadway - Woody Allen). 1996.

by 길철현 2024. 9. 10.

(19971213. 공책에 적어둔 것을 옮겨 적음)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는 코믹한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보면 통속적이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품과 예술가"라는 해묵은 문제에 대한 우디 앨런 식의 해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천재에 의해 생산된다는 낭만주의적인 예술관을 깔고, 진정한 예술가는 인간의 도덕이나 관습 따위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우디 앨런은 이 작품에서 그러한 낭만주의적 예술관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애쓴 것 같지는 않다. 내용상으로 보아도 갱 두목 애인의 보디 가드인 "치치"라는 갱이 위대한 예술가로 판명되고, 원래 극의 작가인 "데이비드 셰인"은 그저 그런 인물(예술가임을 자처하던)로 드러나고 마는 아이러니는 앨런이 애시당초 그런 메시지 전달에 연연해하지 않았다고 보는 쪽이 더 합당하다. "치치"가 갱 두목 닉 발렌티의 애인을 죽인 것이 들통나 다른 갱들의 총에 맞아 죽는 대목이, 신문에는 극중 극의 등장인물의 군대 생활에 대한 혐오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 부분에서 그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치치"가 죽으면서까지 작품의 마지막 부분의 개정을 당부하는 것은 감상적이고 통속적이다.

 

우디 앨런의 다른 작품을 전체적으로 다 본 것은 없지만(이 작품 외에), 그의 작품은 언제나 분주하고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풍자, 적절한 통속성과 유머 감각, 번뜩이는 재치를 엿보게 하는 것이 그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첫째로 흥미롭고, 또 거기다 생각할 거리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앨런이 제시하는 예술가와 예술 작품, 또 그 천재성이라는 문제에는 그 자신의 아이러니 내지는 풍자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