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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폭포에서

by 길철현 2024. 12. 24.

폭포에서

 

폭우가 한바탕 지나가자

하얗게 흔적만 남아있던 폭포

새로이 생명을 부여받아

온몸으로 떨어져 내린다

추락이 생명의 본질이라는 아이러니 따위

폭포는 아예 되새김하는 일이 없다

일 밀리미터의 머뭇거림도 없이

수직으로 허공을 가르며

산산이 떨어져 내리는 폭포

벼랑이 없더라면

허공이 없더라면

자신도 없다는 걸 진작 알아차린 모양이다

 

심장을 쩌렁 가르는 천둥소리

폭포는 온몸으로 떨어져 내린다

 

(200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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