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가 눈 뜨기 전에
278이 있었으니
278은 278로 자족하였는데
바이러스였던가
무였던가
278의 뇌수로 침입하자
문득
구골이 생각이 난 거라
구골이라 함은
10의 10의 백성이라
문득 이것을 떠올리고
278은 염화미소를 지었다고 하는데
(거기에 있지 않아 정확히 확인할 바 없으나)
불립문자 다음에 무간지옥이라
278이 구골을 떠올린 것에서 멈췄으면 좋았으련만
그것을 해체하여
10의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성
(동그라미 백 개를 찍는 작업이 쉽지 않구나
세는 것도
무대뽀로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실패하고
열 개를 찍은 다음 그걸 복사
열 번 붙이기를 하니 깔끔하게 마무리
복사와 붙이기의 즐거움이여,
표절의 신속정확함이여)
이렇게 쓴 것까지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한 번 질주를 시작한 욕망은 멈출 줄을 모르고
278은 이 숫자를 친히 끝까지 다 써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으니
때마침 시작된 시간과 함께
아침부터 점심까지
또 점심부터 저녁까지
그다음 저녁부터 아침까지
하루 24시간을 꼬박 써나가는데
쓰고 쓰고 또 쓰고
영점 일 초의 휴식도 없이
쓰고 쓰고 또 써내려가는데
이만큼하면 그래도 좀 썼나 싶어 생각을 씹어보고
이만큼하면 그래도 좀 썼겠지
생각을 씹어봐도
쌔가리 좆만큼도 못 쓴거라
278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데
이름하야
자기분열
278이 278을 낳고
또 278이 278을 낳는 가운데
낳은 278이 또 하나의 278을 낳고
이렇게 무한급수로 자기 증식을 하며
탄생과 동시에
구골 쓰기의 완성에
한치의 망설임도
일말의 반성도 없이
용맹정진하는데
278과 278이 낳은 278이
자신의 욕망을
드디어 달성하고야 말았는지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알 길이 도무지 없네
(20241226)
태초가 눈 뜨기 전에
278이 있었으니
278은 278로 자족하였는데
바이러스였던가
무였던가
278의 뇌수로 침입하자
문득
10의 구골성이 생각이 난 거라
10의 구골성이라 함은
10의 10의 백성이라
문득 이것을 떠올리고
278은 염화미소를 지었다고 하는데
(거기에 있지 않아 정확히 확인할 바 없으나)
불립문자 다음에 무간지옥이라
278이 10의 구골성을 떠올린 것에서 멈췄으면 좋았으련만
그것을 해체하여
10의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성
(동그라미 백 개를 찍는 작업이 쉽지 않구나
세는 것도
무대뽀로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실패하고
열 개를 찍은 다음 그걸 복사
열 번 붙이기를 하니 깔끔하게 마무리
복사와 붙이기의 즐거움이여,
표절의 신속정확함이여)
이렇게 쓴 것까지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한 번 질주를 시작한 욕망은 멈출 줄을 모르고
278은 이 숫자를 친히 끝까지 다 써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으니
때마침 시작된 시간과 함께
아침부터 점심까지
또 점심부터 저녁까지
그다음 저녁부터 아침까지
하루 24시간을 꼬박 써나가는데
쓰고 쓰고 또 쓰고
영점 일 초의 휴식도 없이
쓰고 쓰고 또 써내려가는데
이만큼하면 그래도 좀 썼나 싶어 생각을 씹어보고
이만큼하면 그래도 좀 썼겠지
생각을 씹어봐도
쌔가리 좆만큼도 못 쓴거라
278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데
이름하야
자기분열
278이 278을 낳고
또 278이 278을 낳는 가운데
낳은 278이 또 하나의 278을 낳고
이렇게 무한급수로 자기 증식을 하며
탄생과 동시에
10의 구골성 쓰기의 완성에
한치의 망설임도
일말의 반성도 없이
용맹정진하는데
278과 278이 낳은 278이
자신의 욕망을
드디어 달성하고야 말았는지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알 길이 도무지 없네
(24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