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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278 구골 쓰기

by 길철현 2024. 12. 24.

 

태초가 눈 뜨기 전에

278이 있었으니

278278로 자족하였는데

바이러스였던가

무였던가

278의 뇌수로 침입하자

문득

구골이 생각이 난 거라

구골이라 함은

1010의 백성이라

문득 이것을 떠올리고

278은 염화미소를 지었다고 하는데

(거기에 있지 않아 정확히 확인할 바 없으나)

불립문자 다음에 무간지옥이라

278이 구골을 떠올린 것에서 멈췄으면 좋았으련만

그것을 해체하여

10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동그라미 백 개를 찍는 작업이 쉽지 않구나

세는 것도

무대뽀로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실패하고

열 개를 찍은 다음 그걸 복사

열 번 붙이기를 하니 깔끔하게 마무리

복사와 붙이기의 즐거움이여,

표절의 신속정확함이여)

이렇게 쓴 것까지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한 번 질주를 시작한 욕망은 멈출 줄을 모르고

278은 이 숫자를 친히 끝까지 다 써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으니

때마침 시작된 시간과 함께

아침부터 점심까지

또 점심부터 저녁까지

그다음 저녁부터 아침까지

하루 24시간을 꼬박 써나가는데

쓰고 쓰고 또 쓰고

영점 일 초의 휴식도 없이

쓰고 쓰고 또 써내려가는데

이만큼하면 그래도 좀 썼나 싶어 생각을 씹어보고

이만큼하면 그래도 좀 썼겠지

생각을 씹어봐도

쌔가리 좆만큼도 못 쓴거라

278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데

이름하야

자기분열

278278을 낳고

278278을 낳는 가운데

낳은 278이 또 하나의 278을 낳고

이렇게 무한급수로 자기 증식을 하며

탄생과 동시에

구골 쓰기의 완성에

한치의 망설임도

일말의 반성도 없이

용맹정진하는데

278278이 낳은 278

자신의 욕망을

드디어 달성하고야 말았는지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알 길이 도무지 없네

 

(20241226)

 

 

 

 

 

 

 

 

 

 

 

 

 

 

 

태초가 눈 뜨기 전에

278이 있었으니

278278로 자족하였는데

바이러스였던가

무였던가

278의 뇌수로 침입하자

문득

10의 구골성이 생각이 난 거라

10의 구골성이라 함은

1010의 백성이라

문득 이것을 떠올리고

278은 염화미소를 지었다고 하는데

(거기에 있지 않아 정확히 확인할 바 없으나)

불립문자 다음에 무간지옥이라

27810의 구골성을 떠올린 것에서 멈췄으면 좋았으련만

그것을 해체하여

10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동그라미 백 개를 찍는 작업이 쉽지 않구나

세는 것도

무대뽀로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실패하고

열 개를 찍은 다음 그걸 복사

열 번 붙이기를 하니 깔끔하게 마무리

복사와 붙이기의 즐거움이여,

표절의 신속정확함이여)

이렇게 쓴 것까지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한 번 질주를 시작한 욕망은 멈출 줄을 모르고

278은 이 숫자를 친히 끝까지 다 써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으니

때마침 시작된 시간과 함께

아침부터 점심까지

또 점심부터 저녁까지

그다음 저녁부터 아침까지

하루 24시간을 꼬박 써나가는데

쓰고 쓰고 또 쓰고

영점 일 초의 휴식도 없이

쓰고 쓰고 또 써내려가는데

이만큼하면 그래도 좀 썼나 싶어 생각을 씹어보고

이만큼하면 그래도 좀 썼겠지

생각을 씹어봐도

쌔가리 좆만큼도 못 쓴거라

278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데

이름하야

자기분열

278278을 낳고

278278을 낳는 가운데

낳은 278이 또 하나의 278을 낳고

이렇게 무한급수로 자기 증식을 하며

탄생과 동시에

10의 구골성 쓰기의 완성에

한치의 망설임도

일말의 반성도 없이

용맹정진하는데

278278이 낳은 278

자신의 욕망을

드디어 달성하고야 말았는지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알 길이 도무지 없네

 

(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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