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1943년. <귀촉도>. 선문사. 1946.
<감상>
김소월의 "접동새"가 전래 설화를 거의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데 반해 서정주의 이 시는 촉나라의 망제 설화에서 '귀촉도'라는 말을 따오기는 했으나 그 설화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이 시는 그 배경이 모호한 대로 님과 영영 이별하고 만 화자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마지막 행의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이라는 구절로 미루어 볼 때 님과의 이별은 죽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으며, 1연의 '서역 삼만 리'나 '파촉 삼만 리'는 님의 죽음으로 인한 님과의 무한한 거리를 비유적으로 말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3연의 새--두견이이든 소쩍새이든--는 화자의 슬픔을 대변하는 시적 등가물, 혹은 객관적 상관물이다.
3연 13행의 이 짧은 시는 이별, 그것도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정한의 정수를 절절하게 뽑아내었다.
<어휘 풀이>
파촉(巴蜀) : 촉은 춘추시대부터 존재하던 중국 상고 사천 지역의 국가이며 전국시대에는 파(현재의 충칭 시 부근)나라가 있던 지역과 합쳐서 파촉이라 불렸다.
육날 메투리 : '미투리'의 방언 (미투리 : 삼이나 노 따위로 짚신처럼 삼은 신. 흔히 날을 여섯 개로 한다. 노? 날?) 좀더 자세한 내용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encykorea.aks.ac.kr/
병의 회복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만든 짚신. 머리카락과 짚을 엮어서 만듦. (물통 서정주 귀촉도)
이냥 : 이러한 모습으로 줄곧. 이대로
<관련 설화>
한상훈. "문학공간의 '새'이미지 탐색(18) -- 두견새"
중국 촉나라에 이름이 두우(杜宇)인 임금 망제(望帝)가 두견새로 변했다는 동물유래담이다. 어느 날 망제가 문산(汶山)이라는 산 아래를 지나는데, 그 밑에 흐르는 강물 속에서 시체가 떠내려오고 있었다. 죽은 줄 알았던 시체가 망제 앞에서 눈을 떠, 그에게 사연을 물으니, 물에 빠져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물에 빠진 자는 형주 땅에 사는 별령(鱉靈)이라는 인물이었다. 망제는 하늘이 자기에게 보내준 사람이라 여겨 정승으로 삼고 총애했으나, 별령은 불온한 마음을 갖고 망제의 측근 대신들을 은밀히 매수하여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미모의 딸을 망제에게 바쳤다. 망제는 그 딸에게 반해 나라의 온갖 일을 별령에게 맡기고, 밤낮으로 미색에 빠져 지냈다. 그 틈을 타서, 별령은 다른 대신들과 음모를 꾸며 망제를 내쫓고 자신이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타국으로 쫓겨난 망제는 촉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목이 터지도록 울기만하다가 죽었다고 하는데, 그의 한 맺힌 영혼이 두견새가 되어 밤마다 불여귀(不如歸)를 부르짖으며 목에서 피가 나도록 울었다고 한다. 이에 후세사람들이 두견새를 귀촉도(歸蜀道), 망제혼, 또는 두우라고 부른다.
망제가 나라를 다스렸던 촉나라는 지금 중국의 쓰촨성(四川省)에 위치한 곳이다. 양쯔강 남서부의 상류 부근이며, 서부 쪽으로 티베트 고원과 이어지는 험난한 산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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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역시 ‘망제’ 설화와 관련을 갖는다. 촉에서 쫓겨난 망제는, ‘두견새’가 되어, 한이 맺혀, 밤이 새도록 울고 또 운다. 그리하여 목에서 터진 핏물이 주변의 어떤 꽃에 떨어져 붉게 물들었는데, 그 꽃이 바로 ’진달래꽃‘인 것. 그러한 이유로, 진달래를 ‘두견화’라고도 부른다.
친절한김쌤. "끝없는 사랑 노래 서정주의 귀촉도 해석 / 해설과 감상".
촉나라 망제 두우는 반쯤 죽은 채로 떠내려 오는 별령이란 사람을 건져주게 됩니다.
뜻밖에도 별령은 당시 농사에 중요한 치수를 잘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재상이란 중책을 맡기고 마침내 황제 자리까지 내어주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별령이 두우의 왕비와 사통하여 두우를 쫓아내고 말았답니다.
멀리 쫓겨난 두우는 왕비와 사통하여 두우를 쫓아내고 말았답니다.
멀리 쫓겨난 두우는 촉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내 객사하고 말았는데요.
그 망제의 혼이 새가 되었는데 바로 그 새가 귀촉도랍니다.
그래서 울 때는 귀촉귀촉하면서 애절하게 울었다고 하네요.
아무리 울어도 결코 돌아갈 수 없다고 하여 불여귀라고도 불렀답니다.
귀촉도에는 촉나라로 돌아가는 길이란 의미가 담겨 있답니다.
죽을 때 흘린 피눈물에서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바로 두견화랍니다.
바로 진달래죠.
진달래가 왜 그렇게 붉게 피는지 알겠죠?
한상훈. 문학공간의 ‘새’ 이미지 탐색 (18) - 포스트24 - https://www.post24.kr/9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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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사랑 노래 서정주의 귀촉도 해석 /해설과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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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김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