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청, 우리 옆에 왔던 부처, 성철 큰스님 전기 소설, 서울 문화사(2001년 1월 23일)
<인용>
(그러나) 따지고 보면 견성성불의 길은 간단하다. 마음의 눈만 뜨면 일체만법을 다 성취할 수 있을 것이고, 삼세제불을 다 볼 수 있으며, 일체법을 다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이 바로 자성을 보는 것이다. 자성은 곧 불성이다. 그러므로 내 마음 속의 불성을 보는 것이 수행의 목표이다. 화두는 그 마음의 눈을 뜨기 위한 열쇠와 같다. 그렇다면 그 열쇠를 한시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참선한다고 가부좌를 틀고 대중방에 앉았을 때만 화두를 쥐고 있다가 일어서면 곧 번뇌망상, 온갖 잡념이 넘쳐 흐르는 그런 수행이라면 자성을 바로 보기란 불가능하다. 공부를 하되 철저히 해야 하며 철저히 하되 꿈속에서도 화두를 놓지 말아야 하며, 그 단계를 지나 깊은 잠 속에서도 화두를 놓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잠시도 화두를 놓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제 8아뢰야식의 희미한 그림자도 사라진 다음의 돈오, 구경각에 이르게 될 것이다. (150)
*부처님은 고행과 명상을 통하여 크나큰 진리를 터득하였다. 그 진리의 요체는 일체중생 실유불성이라는 한 마디였다. 그러나 그것을 가르침에 있어 부처님은 염화의 미소로 거량하기도 하고 바다와 같고 대화와 같은 경전의 말씀을 통하여 이해시키기도 하였다. 어떤 스님들처럼 무조건 할이나 봉으로 법을 거량하는 것으로 만족하지는 않았다. 또 부처님의 삶은 계 그 자체였다. (152)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던 무렵의 성철스님은 삼십대의 혈기방장한 나이였으나 이미 평생을 이어 나갈 정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의 세계는 지금까지 어떤 승려들도 보여주지 못했던 원융무애의 세계였다. 능히 옛 조사들과 팔씨름을 할 만한 선승이었는가 하면 일세의 해박한 교학을 지녔고, 엄격한 율사인가 하면 중관론과 유식론에 이르기까지 거침없는 논리로 무장한 논객이었다. 여기에다 서양철학과 역사, 그리고 현대과학에 대한 광범한 섭렵을 통하여 어느 방향으로부터의 화살에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견고한 법신을 지니고 있었다. (268)
*마하가섭에게 보여 준 염화시중의 미소를 통하여 교외별전으로 이어져 온 불교 최고의 수행방법인 참선은 중국으로 건너와 조사선으로 발전, 심화되고 이어 한국에 건너와 선, 교 양종을 통합하는 원융불교로서 극치에 이르렀다. (360)
은영이를 좋아하게 되고부터 불교에 대한 관심이 증대했고, 또 원래부터 구도에 관심이 상당한 편이었기 때문에, 은영이로 인해 내 마음이 어지러운 한 때를 다스리기 위해 진작에 사둔 이 책을 집어들었다. 생불로 받들어지는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소설인 이 책은 그 깊이에서는 심도있다고 할 수 없을 지라도,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일별하는 데에는 좋은 길잡이가 될만한 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성철 스님의 사상을 직접 접하기 위해서는 그의 저서 [한국 불교의 법맥]이나, [선문정로]를 직접 읽어야 할 것이다.)
성철 스님의 전기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그의 한치의 느슨함도 용납하지 않는 용맹정진하는 태도이다. 인간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용맹정진해 나간다면 많은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성철 스님이 일본의 지배하에서 흐트러진 한국 불교의 맥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열반송’은 흥미롭다.
한평생 무수한 사람들을 속였으니
그 죄업 하늘에 가득차 수미산 보다 더하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 그 한이 만갈래이니
한 덩이 붉은 해 푸른산에 걸려있다
왜 4행에서 “붉은 해가 푸른산에 걸려있다”라고 했을까? 자신이 지는 해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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