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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한국현대시35

김명수 - 풍선 풍  선                         김명수 비 개어 푸른 하늘 바람도 한 점 없는높은 허공에 어미의 탯줄에서버려진 아이 푸른 하늘 멀리 멀리가고 있는 아이 . . .  김명수. "월식". 민음사. 1980. - 난해한 시들은 또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쉬우면서도 가슴에 와닿는 시에 눈과 귀가 먼저 가닿는다. 멀리 날아가고 있는 풍선에서 '버려진 아이'를 떠올린 이 시는 단순하면서도 인간의 보편적 운명의 한 단면, 세상에 단독자로 서야 한다는 불안과 위험과 자유?를 잘 포착하고 있어서 인상적이다. 2023. 8. 19.
김춘수 - 봄이 와서 연필향 허리까지 땅거미가 와 있다 바람이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골목 위 하늘 한켠 낮달 하나 사그라지고 있다 "비에 젖은 달". 근역서재. 1980. 2023. 8. 17.
김명수 - 하급반 교과서 아이들이 큰소리로 책을 읽는다 나는 물끄러미 그 소리를 듣고 있다 한 아이가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 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 청아한 목소리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아니다 아니다!" 하고 읽으니 "아니다 아니다!" 따라서 읽는다 "그렇다 그렇다!" 하고 읽으니 "그렇다 그렇다!" 따라서 읽는다 외우기도 좋아라 하급반 교과서 활자도 커다랗고 읽기에도 좋아라 목소리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 한 아이가 읽는대로 따라 읽는다 이 봄날 쓸쓸한 우리들의 책 읽기여 우리 나라 아이들의 목청들이여 "하급반 교과서". 창작과비평사. 1983. 2023.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