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rold Pinter. The Birthday Party (1958) [150303]
(모호성, Comedies of Menace, 부조리극의 특성)
해롤드 핀터 극의 가장 큰 특징을 나타내는 말로 ‘모호성’(Ambiguity)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핀터의 극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좌절감이기도 하면서, 극 중에서 제시되는 정보들이 상호 모순적이기 때문에 어느 것도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기인하기도 한다. 이 작품의 경우에도, 단적인 예로, 등장인물 중의 한 명인 Meg가 이 날이 Stanley의 생일이라고 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생일은 아직 한 달 남았다고 한다. 이렇게 아주 명백하게 드러나는 부분 외에도,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잘 살펴보면 모순투성이이며, 어떤 경우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조차도 왔다갔다한다. (핀터의 작품이 보여주는 모호성은 카프카의 작품이 보여주는 ‘모호성’과 유사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지만, 의식적인 수준에서의 논리적인 모순이 모순을 일으키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전개된다는 점은 프로이트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무의식 체계의 특징 중 하나인, 모순의 양립가능성, 또는 ‘1차적 사고과정’과 흡사한 면을 보인다. 더 나아가 핀터의 작품이 완전히 ‘1차적 사고과정’에만 국한되지 않고 ‘2차적 사고과정’의 특징과 뒤섞여 나타난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꿈’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고도 할 수 있다.)
핀터의 작품 전반에는 부조리극적인 요소도 강한데, 이 작품을 놓고 볼 때 다른 부조리 극작가 - 이를테면 베켓 - 와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것은, 핀터가 제시하는 대사나 상황이 겉보기에는 아주 체홉적인 ‘자연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일상에서 우리가 매일 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상성과 비현실성이 혼재해 있다는 점 역시도 이 작품이 전체적으로 꿈과 비슷한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를 하나로 특정한다는 -전후 젊은이들의 좌절감과 분노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영국 극계에 커다란 반항을 불러 일으켰던 John Osborne의 “Look Back in Anger” 같은 작품처럼 선명하게 그 주제를 추적한다는 것은- 것은 핀터의 의도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극은 그러한 시도 자체를 서로 상반된 요소들로 와해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요소를 몇 가지 짚어보자면, 카프카의 [심판]에서 조제프 K.가 그런 것처럼 이 작품의 주인공 Stanley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 세력’인 Goldberg와 McCann에 의해 극심한 위협과 불안의 상태, 결국에는 신경쇠약의 상태에 이르게 되고 만다는 점에서, 그가 원래 있던 안정적인 공간이 위협을 받는다는 것. (이 문장은 좀 다시 써본다면. --에 의해, 그가 원래 있던 안정적인 공간이 위협적이고 불안한 곳으로 바뀌며 결국에는 신경쇠약의 상태에 이르게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또 두드러진 요소는 메그와 스탠리의 관계에 성적인 면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머니와 아들, 그러면서도 연인의 관계를 연상시키게 해서, 이 작품을 정신분석학의 측면에서 보자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연결시키게도 된다.
그렇긴 하지만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작품에 다양한 코믹한 요소 --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심각한 것 옆에 아주 하잘 것 없거나 사소한 것을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가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베켓의 웃음 아래에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절망감이 놓여 있다면 핀터의 웃음 아래에는 인간 존재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불안이 놓여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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