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Shaffer(1926 - )
* Equus (1973)
핵심어 시각적 효과, 신과 인간의 관계, 탐정 소설적 구조
[언제였던가? 아마도 대학교 때였던 것 같은데. 복학한 뒤. 이 작품을 다 보았던가? 김경식이 뭔가 간단한 역을 맡았었지. 연습하는 장면을 본 것은 분명한데, 본 작품은 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정말 옛날 일이다.]
피터 셰퍼는 등장인물의 대사보다 조명이나 무대 구성 등 “시각적인 효과”에 더욱 치중하는 점에 있어서 그를 전통적인 사실주의 작가로 규정하기는 어렵게 만든다. 특히 이 극의 경우에 사실주의적인 무대장치 대신 상징적이고 낯선 무대가 표현주의적인 면, 더 나아가서는 브레히트의 극을 상기시키는 면이 있다. 그렇긴 하지만, 그가 극을 35개의 장면들로 세분화하고 시간이나 공간이 뒤섞이는 혼란스러움이 있긴 해도, 궁극적으로는 앨런Allen이 감추고 있는 비밀을 의사인 Dysart가 탐정처럼, (혹은 추리 작품의 주인공처럼) 추적해나간다는 일관성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주의적인 근간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셰퍼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현대에서의 신과 인간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주제가 성적인 것, 또는 오이디푸스적인 것과 뒤엉키면서 복잡성을 띠게 된다. (Alan은 지나치게 종교적인 어머니와 또 지나치게 반종교적인 사회주의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정신적인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되는데 -- 이 부분은 줄거리를 적는 것이 아닌가? --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에 있는 Alan이 유일하게 “삶의 생명력”을 느끼는 것은 그가 3주일에 한 번 밤에 벌거벗고 말을 탈 때이다. (줄거리 쓰는 것은 금물)
셰퍼는 자신이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고도로 단순화되고 양식화된 기법으로 - 사실적인 무대 장치가 아니라 원형의 무대 위에 사각형의 무대 그리고 몇 개의 벤치가 놓인 것. 또 말의 역을 맡은 배우들로 하여금 얼굴이 보이도록 한 것 등 - 제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고립된 한 소년의 내면세계를 파헤쳐 보인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추리적인 기법을 사용해 결국 자신이 범인임을 자각하게 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셰퍼도 다이사트Dysart라는 의사를 통해 소년이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르게 된 까닭을 관객들에게 하나하나 펼쳐 보인다.
(이 과정에서 Dysart는 앨런이 느낀 “원시적인 생명력”을 부러워하면서도,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데에는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은 신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질 때문에 혼란스러워진 앨런이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타자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던 앨런이 그 전능하고 억압적인 타자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읽히기도 한다(이것은 지나친 이론화이긴하지만,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생각해볼 때, 그가 숭배하는 신의 세계(말과 일체를 이루는 세계)가 아버지의 실체 파악, 또 질과의 관계 앞에서 흔들리는 것 등은 전형적인 오이디푸스이기도 하다. (그것의 근거를 제시하고 구체화하는 것은 이 작품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해야 하겠지만) (앨런이 말의 눈뿐만 아니라 자신의 눈마저도 찌르는 장면에서 [오이디푸스 왕]과 이 작품의 유사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의 명료성은 오히려 이 작품의 피상성의 징표가 되는 느낌도 없지 않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적을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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