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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독일어 공부

by 길철현 2017. 5. 30.


독일어는 영어 다음 제2외국어로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접했다. 처음엔 그렇게 어렵지 않은 듯하더니--담당 선생님이 첫 중간고사를 엄청 쉽게 내서 많은 학생들이 만점을 받았는데,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이내 다양한 격변화가 여름날 장마비처럼 그칠 줄 모르고 쏟아져 내리자, 그것을 감당을 못하고--예나 지금이나 끈기를 가지고 뭔가를 외우는 것을 잘하는 성격이 아닌 터라--독어에 손을 놓아 버리자, 독어는 나에게 큰 어려움으로 남았다.


대학교 시절 교양으로 들은 '독어'는 운 좋게도 한 과를 통째로 외우면 만점을 준다는 담당 선생님의 제안에 시험 전날 열 시간 넘게 투자를 하여--발등에 떨어진 불을 끈다는 일념으로--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답안을 써냈다.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제2외국어 시험을 준비할 겸 독문과 과목을 하나 들었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하여 수업을 빠지고, 담당 교수님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서 시험도 보지 않아 낙제를 하는 바람에 대학원 시험 합격은 물로 졸업까지 취소되어 독어 시험을 두 번이나 보아야 했다. 하지만 이 당시 시험 준비를 할 때에는 독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격변화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독해에만 신경을 썼다.


그 때로부터 2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독어 공부를 한다. 거의 모든 것이 망각의 우물에 빠지고 말았고, 시험을 보고 나면 그다지 필요도 없을 외국어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 짜증이 났던가? 한 동안은 독일어 공부가 정말 싫고 달아만 나고 싶었다. (한 때는 내 주된 관심사인 프로이트를 독어 원문으로 읽는다면 하는 원대한 꿈도 있었건만.) 그런 독일어 공부를 하루에 한 시간 내외로 꾸준히 공부한지 이제 2주 정도 되었다. 독어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그 안에서 뒹구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암기해야 할 사항이 정말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일단은 내 앞에 놓인 한 가지부터 암기하고 반복하는 학습법을 실행한다.


엄청난 정보의 홍수가 몰려온다. 그렇지만 이 홍수는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것도 있고, 또 내가 잘 아는 영어와 많이 닮은 꼴이라는 위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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