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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언어 단상(170605)

by 길철현 2017. 6. 5.

현재 우리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없다는 가정을 한 번 해보자. 그 다음은 '침묵'이 따를 것인가? 우리가 사용하는 이 언어는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또 어떤 근거를 지니고 있는지도 잘 모르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언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 언어를 토대로 한 우리의 사고는 전체적으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남게 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의심의 타당성'을 담보해주는 언어적 질서에 대한 믿음이다.


사회 속의 인간은 언어와 불가분의 존재이다. 인간사의 어느 시점에서부터 인간은 좋든 싫든 언어적 존재로 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문득 떠오르는 것은 그렇다면 언어라는 것이 진화의 산물이요, 생존의 필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메를로 퐁티는 이러한 사정을 '인간의 생물학적  필요'라고 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언어는 그것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우리의 생존의 측면에서는 도움을 주기 위해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 언어 행위가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관습이고, 도덕이며, 성문화된 것이 제도이고, 법이다. 그런데,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면서 각 분야의 언어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 어느 누구도 현재의 언어 현상을 총체적으로 따라가기 힘들게 되고 말았다. 자칫 우리의 언어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 되기가 십상인 셈이다.


이러한 사정에 대한 인식이 하나의 출발점이 아니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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