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과 엄원태가 찾았던 남해 금산
그 산을 나도 오르네
이성복은 깨어진 사랑으로 울음 속에 잠기고
병에 겨운 엄원태는
아름다운 어깨의 금산을 끝내 올려다만 보았다지
깨어질 사랑도 없고
두 다리엔 힘만 끓는 나는
호흡 채가는 경사를
남보다 몇 걸음 지나 앞서 뛰어오르네
쌍홍문 지나 정상 부근
불현듯 쏟아지는 소낙비에
사람들 물에 물 풀리듯 녹아들고
졸지에 혼자 버려지네
굴참나무 이파리는
튀어 오르는 빗방울까지 막지는 못해
신발 젖고 바짓가랑이 젖고
내 마음 한 켠도 젖어 떤다네
스물다섯 해, 짧지 않은 시간
사람들 사이, 그 사이에서 헤매이고
돌아오지 않는 짝사랑만 내 연인이었네
비는 자꾸 몰아쳐 비보라로 몰아쳐
나무며, 바위며 자꾸 갇히고
그 가운데 나도 자꾸 갇혀가네
(19980606)
(20000316)
남해 금산
이성복과 엄원태가 찾았던 남해 금산
그 산을 나도 오르네
이성복은 깨어진 사랑으로 울음 속에 잠기고
병에 겨운 엄원태는
아름다운 어깨의 금산을 끝내 올려다만 보았다지
깨어질 사랑도 없고
두 다리엔 힘만 끓는 나는
호흡 채가는 경사를
남보다 몇 걸음이나 앞서 뛰어 오르네
쌍홍문 지나 정상 부근
불현듯 쏟아지는 소낙비에
사람들 물에 물 풀리듯 녹아들고
졸지에 혼자 버려지네
굴참나무 이파리는
튀어 오르는 빗방울까지 막지는 못해
신발 젖고 바짓가랑이 젖고
내 마음 한 켠도 젖어 떤다네
스물다섯 해, 짧지 않은 시간
사람들 사이, 그 사이에서 헤매이고
돌아오지 않는 짝사랑만 내 연인이었네
비는 자꾸 몰아쳐 비보라로 몰아쳐
나무며, 바위며 자꾸 갇히고
그 가운데 나도 자꾸 갇혀가네
(98년 6월 6일)
(00년 3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