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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남해 금산

by 길철현 2016. 4. 14.

이성복과 엄원태가 찾았던 남해 금산

그 산을 나도 오르네

이성복은 깨어진 사랑으로 울음 속에 잠기고

병에 겨운 엄원태는

아름다운 어깨의 금산을 끝내 올려다만 보았다지

깨어질 사랑도 없고

두 다리엔 힘만 끓는 나는

호흡 채가는 경사를

남보다 몇 걸음 지나 앞서 뛰어오르네

쌍홍문 지나 정상 부근

불현듯 쏟아지는 소낙비에

사람들 물에 물 풀리듯 녹아들고

졸지에 혼자 버려지네

굴참나무 이파리는

튀어 오르는 빗방울까지 막지는 못해

신발 젖고 바짓가랑이 젖고

내 마음 한 켠도 젖어 떤다네

스물다섯 해, 짧지 않은 시간

사람들 사이, 그 사이에서 헤매이고

돌아오지 않는 짝사랑만 내 연인이었네

비는 자꾸 몰아쳐 비보라로 몰아쳐

나무며, 바위며 자꾸 갇히고

그 가운데 나도 자꾸 갇혀가네

 

                                      (19980606)

                                      (20000316)

 

 

 

 

 

 

 

 

 

 

남해 금산

 

 

이성복과 엄원태가 찾았던 남해 금산

그 산을 나도 오르네

이성복은 깨어진 사랑으로 울음 속에 잠기고

병에 겨운 엄원태는

아름다운 어깨의 금산을 끝내 올려다만 보았다지

깨어질 사랑도 없고

두 다리엔 힘만 끓는 나는

호흡 채가는 경사를

남보다 몇 걸음이나 앞서 뛰어 오르네

쌍홍문 지나 정상 부근

불현듯 쏟아지는 소낙비에

사람들 물에 물 풀리듯 녹아들고

졸지에 혼자 버려지네

굴참나무 이파리는

튀어 오르는 빗방울까지 막지는 못해

신발 젖고 바짓가랑이 젖고

내 마음 한 켠도 젖어 떤다네

스물다섯 해, 짧지 않은 시간

사람들 사이, 그 사이에서 헤매이고

돌아오지 않는 짝사랑만 내 연인이었네

비는 자꾸 몰아쳐 비보라로 몰아쳐

나무며, 바위며 자꾸 갇히고

그 가운데 나도 자꾸 갇혀가네

 

                                      

                      (98년 6월 6일)

                      (00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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