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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K에게

by 길철현 2016. 4. 14.

 

  돌이켜 보니 그대를 목숨보다 사랑한다면서 엽서 한 장 띄우지 않았군요. 그대, 늘 내 곁에 있을 줄 알았죠. 편지 없어도 내 사랑은 완벽하다 굳게 믿었더랬죠. 

  밖에서는 끈질기게 비가 내리는군요. 심심찮게 비 피해 소식도 들리구요. 어떻게 지내나요? 혹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비가 그대를 괴롭히지는 않는지? 빗소리가 간혹 그대 음성이 되어 내 귀를 두드립니다.

  일 년 전, 보낼 수 없는 그대를 떠나보낼 때, 그때도 장맛비가 무던히도 내렸지요. 나는 그 비에 내 울음을 실었습니다. 아니 비가 울음이고 울음이 비였습니다. 그런데, 비 그쳐도 울음 그치지 않아 나 그만 울음의 벽 안에 감금되고 말았지요.

  정지된 시간은 흐르로 흘러 또 이렇게 장마를 맞게 되었군요. 그대여, 끈덕진 장맛비가 못둑을 넘듯 내 울음의 시간도 언젠가는 감금의 벽을 넘을까요?

  다가갈 수 없는 그대,

  그 거리만큼 그립습니다.

  아니 그 거리를 넘칠 만큼 그립습니다. 

                                                                            (19980703)

 

 

             K에게

 

 

 

돌이켜 보니 그대를 목숨보다 사랑한다면서 엽서 한 장 띄우지 않았군요. 그대, 늘 내 곁에 있을 줄 알았죠. 편지 없어도 내 사랑은 완벽하다 굳게 믿었더랬죠.

밖에서는 끈질기게 비가 내리는 군요. 심심찮게 비 피해 소식도 들리구요. 어떻게 지내나요. 혹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비가 그대를 괴롭히지는 않는지. 비소리가 간혹 그대 음성이 되어 내 귀를 간지럽니다.

일 년 전, 보낼 수 없는 그대를 떠나보낼 때, 그때도 장마비가 무던히도 내렸지요. 나는 그 비에 내 울음을 실었습니다. 아니 비가 울음이고 울음이 비였습니다. 그런데, 비 그쳐도 울음 그치지 않아 나 그만 울음의 벽 안에 감금되고 말았지요.

정지된 시간은 흐르고 흘러 또 이렇게 장마를 맞게 되었군요. 그대여, 끈덕진 장마비가 때로 못둑을 넘듯 내 울음의 시간도 언젠가는 감금의 벽을 넘는가요.

다가갈 수 없는 그대,

그 거리만큼 그립습니다.

아니 그 거리를 넘칠 만큼 그립습니다.

 

                              

                           (98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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