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아가리를 벗어나
핫도그 아줌마를 지나고
귤 트럭이 진을 친 곳에서
살짝 왼쪽으로 꼬부라지면
누구에게나 빌려 드린다는 만화 가게
그 옆 우리과 교수님의 이름을 딴 송옥 휴게소
다시 네 갈래 길에서
식료품 가게를 표적으로 오른쪽으로 돌면
대문 큰 집, 하나 둘
열 걸음, 스무 걸음,
왼편으로 보이는 좁다란 골목
그 골목 왼쪽 첫 번째 집,
너의 집 전등들은 지칠 줄도 모르고
장독대엔 사이좋은 장독들 하나 둘, 다섯
무서워, 담 위에 뾰족 보초선 쇠창살 무서워
침침한 가로등 켜진 전봇대에 기대면
눈 감을 것도 없이 네 얼굴 나를 채우고
하나 둘
안 나오면 쳐들어 간다 훌라훌라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겠니
찾겠니
찾겠
니
굳게 닫혀진 초록 대문
그 대문에 내 울음을 심는다
반쯤 심다가 돌아선다
더 굳게 입 다물고 돌아선다.
(19910102)
(19980524)
(20230824)
너의 집
지하철 아가리를 벗어나
핫도그 아줌마를 지나고
귤 트럭이 진을 친 곳에서
살짝 왼쪽으로 꼬부라지면
만화 가게--누구에게나 빌려 드립니다
우리과 교수님의 이름을 딴 송옥 휴게소가 나타나고
다시 네 갈래 길에서
식료품 가게를 표적으로 오른쪽으로 돌면
대문 큰 집, 하나 둘
열 걸음, 스무 걸음,
왼편으로 보이는 좁다란 골목
그 골목 왼쪽 첫 번째 집,
너의 집 전등들은 지칠 줄도 모르고
장독대엔 사이좋은 장독들 하나 둘, 다섯
무서워, 담위에 뾰족 보초선 쇠창살 무서워
침침한 가로등 켜진 전봇대에 기대면
눈 감을 것도 없이 네 얼굴 나를 채우고
하나 둘
안 나오면 쳐들어 간다 훌라훌라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겠니
찾 겠 니
찾 겠
니
굳게 닫혀진 초록 대문
그 대문에 내 울음을 심는다
반쯤 심다가 돌아선다
더 굳게 입 다물고 돌아선다.
(91년 1월 2일)
(98년 5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