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먹빛 하늘 아래 온 천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성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이 바람, 바람 소리뿐
미약하나마 내 두 다리로 뿌리박고 서지 않는다면 허공으로 솟구쳐 실 끊어진 연처럼 어드메 이름도 모를 곳으로 날려가 버릴 지도 모를 일
풀은 최대한의 낮은 포복으로 생을 견디어 내고 나무는 애시당초 이곳에 머무를 꿈을 포기한 듯. 온몸을 벌떼처럼 쏘아대는 돌부스러기들, 급기야 내 판초우의는 억센 손길에 몸을 맡기고는 바람의 수천 번째 첩으로 전락하고
사분오열 만신창이로 찢기우는 몸을 추스리고, 애라 바람의 연인이나 될까 유혹을 가늠질하며, 대청봉이라 이름 붙여진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갈짓자로 물러나며 나아간다
(198901**)
(199510**)
(20230823)
노대 바람
금시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먹빛 하늘 아래 온 천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성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이 바람, 바람 소리뿐
미약하나마 내 두 다리로 뿌리박고 서지 않는다면 허공으로 솟구쳐 실 끊어진 연처럼 어드메 이름도 모를 곳으로 날려가 버릴 지도 모를 일
풀은 최대한의 낮은 포복으로 생을 견디어 내고 나무는 애시당초 이곳에 머무를 꿈을 포기한 양. 온몸을 벌떼처럼 따끔따끔 쏘아대는 돌 부스러기들, 급기야 내 판초우의는 억센 손길에 몸을 맡기고는 바람의 수천 번째 첩으로 전락하고
사분오열 만신창이로 찢기우는 몸을 추스리며, 애라 바람의 연인이나 될까 갈등과 싸우면서 대청봉이라 이름 붙여진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갈짓자로 물러나며 나아간다
(89년 1월, 95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