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niel Defoe - Moll Flanders, Norton(021203-22) (021226)
<Story-Line>
몰 플랜더즈(가명)는 여죄수의 딸로 태어나 고아원에서 자라나는데, 귀부인의 귀여움으로 그 집안에서 성장하게 된다. 인물이 뛰어났던 몰의 이 집의 맏아들의 유혹을 받게 되고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맏아들은 그녀와 결혼하겠다던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관계를 맺고 난 다음에는 자신의 약속을 저버린다. 그 대신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던 둘째 아들과 결혼할 것을 종용한다. 사랑하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몰 플랜더즈는 이 집안을 떠날 생각을 하지만, 아무런 배경이나 재산이 없는 젊은 여성이 사회를 헤쳐 나갈 힘이 전혀 없다는 현실 앞에 굴복, 결국 둘째 아들과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5년 후 이 남편이 죽고, 자신의 두 아들을 시부모가 데리고 가버리자, 몰은 또 다시 무일푼 신세가 되고 만다.
두 번째 결혼한 남자는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서 빚더미에 올라앉아 외국으로 달아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 세 번째 결혼을 하게 되어, 이 남자의 고향인 미국으로 함께 가게 된다.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시어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시어머니가 자신의 친어머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몰리 세 번째 남편은 아버지가 다른 남동생이었던 것이었다. 이미 아이까지 낳은 상황이긴 하지만, 결혼 생활을 지속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몰은 이 비밀을 말도 못하고 혼자 영국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을 모르는 남편은 허락을 하지 않게 되고, 급기야는 이 엄청난 비밀을 이야기하고 만다.
약간의 재산을 가지고 영국으로 돌아온 몰은 유부남의 정부 노릇을 하는 등 여러 남자를 거치게 된다. 그 중 한 남자는 몰에게 재산이 많은 줄 알고 결혼을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깨닫자 헤어지는데, 이 남자는 신사 계급 출신이지만, 노상강도 짓을 일삼던 인물로, 나중에 뉴게이트에서 몰과 다시 만나 미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꾸민다. 또, 많진 않지만 자신이 지닌 재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하는 문제를 상담하러 갔다가 몰은 한 정직한 은행업자를 만나 그와 결혼하게 된다. 이 두 사람은 생활은 행복했는데, 남편의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고, 남편은 그 여파로 죽고 만다.
이때 몰의 나이 마흔 여덟, 더 이상 남의 아내가 되거나, 정부가 될 수도 없거니와, 재산도 없고, 생계가 아주 막막한 상태, 그러니까, 몰로서는 최대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몰은 드디어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과를 올린 몰은 그 뒤로 잡히는 일 없이 계속적으로 이 일을 해나가며, 예전에 자신이 아이를 낳을 때 도움을 받았던 여인에게 여러 가지 수법을 배우고 장물도 처리한다. 소매치기를 하다가 위험한 지경에 처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용의자가 아닌데, 도둑으로 몰렸을 때에는 가게 주인을 무고죄로 고소해 상당한 합의금을 받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절박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도둑이 되었던 몰은,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음에도 자신의 업을 그만 두지 못하다가, 결국 포목을 훔쳐 나오는 현장에서 적발되고 만다. 뉴게이트 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운명이었던 몰은 한 목사의 노력으로 미국 추방으로 감형되게 되고, 이 때 노상강도로 잡혀 왔던 전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간다.
이미 예순이 넘었지만 몰은 자신의 자본과, 또 어머니가 남겨 준 유산 등으로 미국에서 부유하게 여생을 마치게 된다.
<평>
현대에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디포의 또 다른 대표작인 이 글은 이 당시 여성이 처한 사회적 위치와, 디포 자신 혹은 당시 중산층의 이념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거의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재산이 없는 여성이 사회에 발붙이고 살아갈 길이 거의 없다는 걸 이 작품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신사 계급의 남자들의 경우에도 사회 활동이 상당히 제약된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점과 관련해서 머리를 스치는 것은 오스틴의 여주인공들이 결혼에 목을 매는 것, 그리고 샬롯 브론테와 앤 브론테의 여주인공들이 가정교사 노릇을 하는 것, 내려와서 하디의 주인공인 테스가 농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나, 혹은 [쥬드]의 여주인공의 생활상 등에서 여성의 사회 활동의 제약과, 그것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과정을 엿볼 수도 있다. 현대의 작품에서까지도 이런 문제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디포가 작가로서의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글을 써나갔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의 천재성은 인간이 환경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 아니 좀 더 과감하게 말하자면, 인과론(causation)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리얼리스틱하게 이끌어 나아가고 있으며, 이 점이 그의 작품이 지니는 최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디포는 당시의 “시대 정신”을 절묘하게 포착해낸 인물이다. (17-8세기 영국사를 읽어볼 것)
아쉬운 점은 디포가 독자의 기호에 너무 영합해서, 이야기의 끝을 항상 “소망충족”(wish fulfillment)으로 맺고 있다는 점이다.
<인용>
*Whether or not Defoe's main source for Moll originated in the real-life experiences of a female criminal he knew personally, Moll's history appeared at a time when criminal biography enjoyed unusual popularity. (Foreword, vii)
*The Case was alter'd with me, I had Money in my Pocket, and had nothing to say to them: I had been trick'd once by that Cheat call'd LOVE, but the Game was over; I was resolv'd now to be Married or Nothing, and to be well Married or not at all. (48)
*That as my Sister in Law Colchester had said, Beauty, Wit, Manners, Sence, good Humour, good Behaviour, Education, Virtue, Piety, or any other Qualification, whether of Body or Mind, had no power to recommend: That Money only made a Woman agreeable: That Men chose Mistresses indeed by the gust of their Affection, and it was requisite to a Whore to be Handsome, well shap'd, have a good Mien, and a graceful Behaviour; but that for a Wife, no Deformity would shock the Fancy, no ill Qualities, the Judgment; the Money was the thing; the Portion was neither crooked or Monstrous, but the Money was always agreeable, whatever the Wife was. (54)
*But the glittering show of a great Estate, and of fine Things, which the deceived Creature that was now my Deceiver represented every Hour to my Imagination, hurried me away, and gave me no time to think of London, or of anything there, much less of the Obligation I had to a Person of infinitely more real Merit than what was now before me. (113)
*(121) Moll Flanders가 남편의 이름을 외치자, 먼 곳으로 떠났던 남편이 돌아오는 장면은, [제인 에어]에서 로체스터가 부르는 소리를 들은 제인 에어가 돌아오는 역전된 형식으로 다시 나타난다.
*Let 'em remember that a time of Distress is a time of dreadful Temptation, and all the Strength to resist is taken away; Poverty presses, the Soul is made Desperate by Distress, and what can be done? (149)
*It is impossible to express the Horror of my Soul all the while I did it: When I went away I had no Heart to run, or scarce to mend my pace: I cross'd the Street indeed, and went down the first turning I came to, and I think it was a Street that went thro' into Funchurch-street, from thence I cross'd and turn'd thro' so many ways and turnings that I could never tell which way it was, nor where I went, for I felt not the Ground, I stept on, and the farther I was out of Danger, the faster I went, till tyr'd and out of Breath, I was forc'd to sit down on a little Bench at a Door, and then I began to recover, and found I was got into Thames-street near Billingsate. (150)
*the Grace of Repentance (197)
<Moll Flanders>
*Although she is often no more than a prostitute, Moll has Defoe's own middle-class outlook, which patiently survives all disgrace and sordidness, determined to make its way in the world.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