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wis, Matthew, The Monk, 1796, Oxford(Four Gothic Novels) (070929)
1. Antonia
2. Lorenzo
3. Ambrosio
4. Raymond
5. Agnes
<줄거리>
이 작품은 제목인 ‘수도승’ 앰브로지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기보다는 세 쌍의 사랑이야기이면서, 그와 함께 앰브로지오라는 수도승이 악마의 유혹에 의해 어떻게 타락하고 결국 파멸하고 마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무대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이고, 시대는 작품이 나온 것과 동시대 혹은 얼마 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먼저 앰브로지오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그는 신앙심 깊고, 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설교로 마드리드 내에서 이름 높은 수도승이다. 그런데, 로자리오라는 어린 수도승이 실제로는 여자인데다, 자신을 너무도 열렬히 사랑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극심한 심리적 갈등을 겪다가, 결국에는 육욕에 굴복한다. 그런데, 그는 육체적 쾌락을 몇 번 경험하고 나자 마틸다(로자리오의 본명)에게 싫증을 느낀다. 대신에 순진무구한 처녀인 안토니아를 유혹하려 한다. 안토니아는 평소 앰브로지오를 존경하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병환이 위독한 지경에 이르자, 그에게 간증을 부탁한다. 안토니아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앰브로지오는, 수도원 밖을 나서지 않겠다는 맹세도 저버리고 그녀의 집으로 간다. 그녀를 범하려던 그의 계획은 그녀의 어머니로 인해 실패로 돌아가고, 또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급기야는 그녀의 어머니를 목 졸라 죽여 버린다. 마틸다의 도움을 받아 안토니아를 죽은 것처럼 위장하여, 수도원 내의 무덤으로 들여오는데 까지는 성공하지만, 정신을 차린 안토니아가 달아나자 그녀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데, 때마침 이곳을 수색하던 로렌조와 그와 함께 온 치안 요원 혹은 군인들에 발각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종교재판이 시작되자 앰브로지오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다. 그러자, 심문관들의 무자비한 고문이 행해진다. 이때 함께 붙잡힌 마틸다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고문을 받지 않아도 되었다고 하면서, 그에게도 영혼을 팔 것을 종용하지만, 그 경우 그는 자신의 영혼이 구제될 길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인다. 그러나, 다가올 고문에 대한 고통과, 자신이 저지른 극악한 죄 때문에 어차피 구원받을 길은 없다는 악마의 유혹에 결국 자신의 영혼을 팔고 만다. 이로서 앰브로지오는 무사히 감옥을 빠져나오지만 악마는 그에게 안토니아가 자신의 동생이며, 그녀의 어머니 엘바이러가 어머니라는 끔찍한 사실을 전하며, 그리고 앰브로지오가 고문하기 위해 오는 걸로 알았던 사람은 사실 그를 사면하러 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높은 곳에서 그를 떨어뜨려 죽여 버린다.
2)이 작품에서는 레이먼드와 아그니스의 사랑 이야기도 중요한 부분이다. 후작의 아들인 레이먼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여행을 하던 중, 뜻밖의 위험에 처해 죽을 뻔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함께 위험에 처한 남작 부인을 구해주는데, 이로 인해 그는 이 남작부인의 성에서 머문다. 이 와중에 그는 이 남작부인의 질녀인 아그니스와 사랑에 빠진다. 남작부인은 레이먼드가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다가 질녀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를 내쫓고, 아그니스는 그녀의 부모가 계획한대로 수녀원에 들어가도록 조치를 취한다. 레이먼드와 아그니스는 몰래 달아날 계획을 짜지만 이 마저도 실패로 돌아간다.
수녀의 신분이 된 아그니스를 다시 만난 레이먼드는 다시 또 그녀와 달아날 계획을 세우지만, 이번에는 앰브로지오에게 발각이 나서, 아그니스는 엄격한 수녀원장에게 혹독한 처벌을 받는다. 앰브로지오가 그랬던 것처럼, 아그니스를 죽은 것처럼 위장하여, 무덤 안에 가두고 빵과 물만 준다. 레이먼드와 아그니스의 오빠 로렌쪼는 그녀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만을 듣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레이먼드는 몸져눕고, 로렌쪼는 삼촌이 공작에게 부탁하여, 수녀원장의 잔인한 행동을 폭로하고, 그녀를 처벌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성 루시아의 축일 행사 날, 수녀 중의 한 명이 수녀원장이 잔인하게 아그니스를 독살했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성난 군중은 수녀원을 습격하여, 수녀원에다 불을 지르고 파괴한다. 로렌쪼는 이 사건과 무관한 수녀들을 보호하려다가 무덤에 감금되어 있던 아그니스를 구한다(자신의 동생이라는 것도 모른 채). 아이가 죽긴 했지만 구출된 아그니스는 레이먼드와 재결합한다.
3)로렌쪼는 성당에서 안토니아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그렇지만, 신분 상 차이가 있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가 불행을 겪고 있는 안토니아의 어머니의 부탁으로, 그는 ‘자신의 삼촌인 공작의 결혼 승낙’을 받을 때까지는 안토니아를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이 와중에 그는 누이인 아그니스가 수녀원에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누이동생의 애인인 레이먼드와 함께 아그니스를 구하느라 한 동안 안토니아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안토니아는 앰브로지오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아그니스는 수녀원장에 의해 감금되기 전에 수녀원의 학생인 아리따운 버지니아에게 오빠인 로렌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여서, 버지니아는 로렌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로렌쪼도 죽은 안토니아를 잊고 버지니아와 결혼한다.
<평>
이 작품은 한 마디로 고딕적 요소와 로맨스가 뒤섞인 작품이다. 레이먼드와 아그니스의 사랑과, 고난 끝에 얻는 그 행복한 결말(물론 아기의 죽음이라는 비극이 있긴 하지만), [돈키호테]에서 읽었던 사랑 이야기 중의 한 편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그 반면에 이 작품에는 끔찍함과 잔인함이라는 고딕적 요소가 산재해 있기도 하다. ‘피흘리는 수녀(Bleeding Nun)’이야기나, 방황하는 유태인, 무덤, 근친상간, 살인, 악마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또 이 작품이 영국인들의 반 가톨릭 정서를 그대로 노정하고 있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덕망 받는 수도승이 결국 파멸의 길로 이르고, 또 잔혹한 수녀원장은 규율을 위반한 수녀를 죽은 것처럼 위장하여 무덤 속에 감금하는 점들은 가톨릭에 대한 영국인들의 편견이나 혐오에 편승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이 소설로 가지는 강점은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통합되지도, 미적인 균형도, 또 더 나아가 논리적 설득력마저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 재미있는 소설이 될지는 몰라도, 좋은 작품, 깊이 있는 작품으로 볼 수는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마틸다, 안토니아를 앰브로지오 계열은 파멸로, 아그니스, 로렌쪼, 레이먼드 계열은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인생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작가의 세계관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작가의 어린 나이를 반영하듯, 작품에 대한 미학적인 고려 없이 흥미 위주로 써내려갔기 때문에 이 작품에 큰 문학적 의의를 부여하기는 어려우나(어떻게 해서 앰브로지오가 안토니아의 오빠가 되는지 모르겠다), 고딕 작품의 특징이 어떠한 것인지는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영국문학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