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의 초대 1 -- <집으로 가는 길>

영화에의 초대 1

             --<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집으로 가는 길>로 오세요

갈래 머리 아리따운 시골 처녀와

처녀의 홍옥보다 붉고 애틋한 마음과

책 읽는 소리 맑고 우렁찬

총각 선생이 하나로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영글어가는 가을 햇살과

붉고 노랗게 나부끼는 바람

두 사람의 만남을 보듬어 안고요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샛길로 빠져

<집으로 가는 길>로 오세요

붉은 누비 윗도리가 참 어울리는 시골 처녀와

처녀의 사기그릇처럼 깨어지는 마음과

도시로 끌려가는

총각 선생이 하나로 속울음 울고 있습니다

차가움 끼어드는 햇살과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바람

두 사람의 이별을 함께 흐느끼고요

집으로 가는 길에 잠시 집을 접어 두고

<집으로 가는 길>로 오세요

발 동동 기다리다 눈사람이 된 시골 처녀와

처녀의 눈보라 휘몰아치는 가슴과

전보 한 줄 못 보내는

총각 선생이 하나로 애타게 부르고 있습니다

햇살에 초록이 감돌고

봄바람이 얼어붙은 눈을 풀어버릴 즈음

아스라이 발걸음 하나가

                          

(2000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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