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그밖의영상들

레버넌트 (The Revenant) VOD 160405 / 0409

by 길철현 2016. 4. 9.


이 영화에 너무 취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인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는 선과 악도 따로 없고, 백인과 미국 원주민의 대결구도도 실상은 서로의 이해 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한 마디로 말해 '다윈적인 윤리'를 보여주는 듯하다. (온 힘과 정신을 다해 삶과 대결하는 모습은 테드 휴즈나 톰 건의 시에 나오는 동물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거친 대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사내, 그리하여 마침내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를 앗아간 상대에게 복수를 가하는 단선적인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인간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혹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먹고 먹히는 그 치열한 삶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눈 덮인 - 그 자체가 하나의 큰 죽음인가 - 대자연 가운데서 펼쳐지기 때문이리라.


작년 [버드 맨]에 이어 올해 이 영화로도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그 뛰어난 연출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버드 맨]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영화인 반면 영화적 흥미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면도 없지 않았다면, 이 작품은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신 정신분석에 침윤되어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정신분석적인 요소들을 자꾸만 읽어내는데, 이 작품도 [검사외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아버지를 상징적으로 살해하고 극복'하는 이야기로도 비춰진다. 


다른 무엇보다도 영화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헐리우드의 풍부한 자본력 덕택이겠지만, 이 영화의 아름다운 자연은 한 곳이 아니고,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 미국의 몬타나, 캐나다의 알버타 등지 등 여러 곳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