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암흑의 핵심]에 대한 국내의 초기 비평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백낙청의 이 글은 콘래드의 작품에 대해 그 때까지 집중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콘래드가 '인간 내면세계의 집요한 탐구자'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당대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예리한 통찰은 아직 충분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게라드가 이 작품을 <내면으로의 여행>이라고 규정짓고 있지만, 백낙청은 '콘래드가 이 작품에서 구체화시켜 놓은 <어둠>은 우선 식민지 콩고의 어둠이요. 동시에 실패한--실패할 수밖에 없었던--이상주의자 쿠르쯔의 어둠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러한 식민지와 식민주의자를 낳았고 거기에 기생하고 있는 제국주의시대 유럽의 어둠'이라고 본다. 그는 또 이 작품의 인종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 아체베보다도 한 발 앞서서 이 작품에 그러한 면이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아프리카 정글의 물리적인 어둠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의 피부의 검음도 이 작품에서는 당시 유럽문명내의 역사적으로 규정된 어떤 <어둠>과의 관련에서 비로서 그 <어둡고> <무서운> 힘을 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그들의 정글 자체, 피부색 자체를 도덕적인 어둠과 연관시킨다면, 그것은 인종적인 편견이요 그야말로 제국주의적인 사고방식이랄 수밖에 없다').
백낙청의 이 글은 남들보다 한 발 앞서서 이 작품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덧붙여 콘래드가 당대의 식민주의, 제국주의, 인종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콘래드처럼 뛰어난 작가라고 할지라도 시대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겠지만, 이 작품에서 콘래드가 보여준 다면적인 모습이나 미학적인 성취는 우리로 하여금 이 작품을 거듭 되새기게 한다.
(197) 오늘날 콘래드는 무엇보다도 내면세계의 집요한 탐구자로서, 그리고 이러한 세계의 애매성과 복잡성을 포착하는 현대적 소설기법의 개척자로서 그 명성을 누리고 있다.
- 당대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콘래드의 지대한 관심과 예리한 통찰은 아직 충분한 인정을 못받고 있는 듯하다.
(198) 바다에서, 정글에서, 또는 남양의 외딴섬에서 극한상황에 처한 개인의 내면적 갈등과 혼란을 꿰뚫어보는 콘래드의 시건은 바로 그것이 서구문명 전체의 운명을, 현대의 정치적 혼란과 혁명을, 또는 제국주의와 제국주의자들을 응시하는 시선이기 때문에 그만한 깊이와 힘과 위대성을 가지는 것.
(199) 작품이 발표된 시기 - 영국 제국주의의 전성기이며 동시에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도 높아가던 때
앙드레 지드 - [콩고 여행기] (콘래드의 묘사의 정확성에 감탄) 반 세기 뒤.
콩고 사태 - 콘래드가 진단한 식민지 정치의 참상을 그 엄청난 후유증을 통해 몸소 실감.
(200) 콘래드가 이 작품에서 구체화시켜 놓은 <어둠>은 우선 식민지 콩고의 어둠이요. 동시에 실패한--실패할 수밖에 없었던--이상주의자 쿠르쯔의 어둠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러한 식민지와 식민주의자를 낳았고 거기에 기생하고 있는 제국주의시대 유럽의 어둠인 것이다.
(201) 콘래드는 당시 영국사회 및 서구사회의 가장 대규모적인 역사행위와 그 가장 심각한 위기를 다루었던 것이다. 그것은 또, 세계적인 제국을 거느리고 도처의 식민지에 기생하는 나라로 된 당시의 영국사회를 <정면으로>다루는 작업이기도 했다.
- 로드 짐 : 제국주의자의 전형
(202) 우리는 이 작품의 <어둠>이 막연히 인간내면의 본질이라든가, 원죄의 상징이라든가, 인생의 허무함 같은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시대의, 구체적인 어둠임을 보았다. 아프리카 정글의 물리적인 어둠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의 피부의 검음도 이 작품에서는 당시 유럽문명내의 역사적으로 규정된 어떤 <어둠>과의 관련에서 비로서 그 <어둡고> <무서운> 힘을 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그들의 정글 자체, 피부색 자체를 도덕적인 어둠과 연관시킨다면, 그것은 인종적인 편견이요 그야말로 제국주의적인 사고방식이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둠의 속]에서 콘래드가 그리는 아프리카 대륙의 검음은 유럽문명과 그 제국주의의 도덕적 어둠의 상징일 뿐 아니라 어딘가 그것 자체로서 파괴적이고 인간을 부패시키는 <헤아릴 수도 없고 상당도 못할> 신비스러운 힘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삶이 원래 그런 것이라면 거기 침입한 유럽의 제국주의자가 개인적으로 어리석은 모험을 했을지언정 제국주의 자체의 역사적 책임은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작품 [어둠의 속]의 성공적인 부분이 그처럼 실감있게 고발하고 있는 제국주의의 성격에 대해서 콘래드의 시건이 흐려지는 순간--그것은 제국주의의 어둠을 직감하면서도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갖지 못했던 작가로서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지만--그의 빛나는 언어구사에도 무리가 생긴다는 사실은 지극히 흥미로운 일이다. (월간문학 1969년 4월호)
'콘래드, 조지프 > 어둠의 심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Albert Guerard. Conrad the Novelist. [The Journey Within - Heart of Darkness] [암흑의 핵심] (0) | 2017.12.06 |
---|---|
암흑의 핵심 논문 년도별 정리 (0) | 2017.12.06 |
신문수. 반제국주의 속의 어둠 - [암흑의 심장]에 나타난 인종주의 (동인) (0) | 2017.11.16 |
Imperialism and the Congo [HD. Norton 3, 4, 5판] (0) | 2017.11.16 |
Norman Sherry - An Outpost of the Progress. [Conrad's Western World] (0) | 2017.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