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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충주 전국 대회 후기 (090726)

by 길철현 2016. 4. 19.

<충주 전국 대회 후기>


이번 대회는 시합 전부터 졸업 증명서를 제출해라, 또 OB도 이틀에 걸쳐 시합을 한다, 등으로 인해 신경을 많이 거슬리게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우리 OB에게 큰 기쁨을 안겨다 준 시합이 되었습니다. 96년도 홍익대에서 열린 전국 대회에서, 그때까지 한 번도 성적을 낸 적이 없었던 우리 학교 YB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했을 때(그때의 감격과 흥분은 그 날 밤 안암동에 와서 도로에서 신나는 놀이판을 벌였을 정도로 이어졌지요.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아직 모두 기억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탁사 회지>에다 그 기쁨을 적으며 OB도 단체전에서 꼭 한 번 성적을 내자는 말을 덧붙였지요. 그러나, 그 기대는 번번이 8강에서 무너지고 말았지요. 언젠가 한 번은 4강까지 진출했으나, 준결승전에서 지고, 3*4위전에서도 인하대에 지는 바람에 입상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별 기대도 안 했는데, 값진 준우승을 거두게 되었네요. 실로 13년의 기다림이 이루어진 셈이네요.

우리가 준우승을 거둔 것은 이번 시합이 [대학 연맹](?)에서 주최를 했고, 시합도 충주라는 지방에서 열려서 다른 학교 OB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은데다가, 대진운도 좋아서, 늘 우리의 발목을 잡던 경희대가 참여하지 않았고(작년 시합에서는 우승팀인 경희대를 우리가 2회전에서 잡을 뻔도 했지요), 또 참여한 팀 중에서 강팀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대, 서울대 A, 단국대가 다른 쪽에 있었던 ‘상황’의 힘이라는 측면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체전은 전체적인 전력이 고른 것이 중요한데, 우리 팀은 개인전 2부 시합에서 1위부터 3위를 휩쓸 정도로 멤버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느 팀을 만나도 와르르 무너지지는 않을 정도였다는 사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8강전에서 만난 서울대 B 팀은 전력상 우리와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쉽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1번으로 나간 장주석과 상대편의 신경민은 접전을 벌였습니다(단체전은 지난 번 시합부터 5단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네요). 첫 세트는 상대방이 주석이의 그 예측 불가능한 쇼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해 어렵지 않게 따냈으나, 그 다음 세트부터는 주석이의 패턴을 어느 정도 읽어낸 상대방이 침착하게 공을 처리해 오히려 주석이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1대 1이 된 상황에서, 주석이는 3세트 10대 6인가로 지고 있다가(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대 역전을 이루어 내었고, 결국에는 3대 2로 이겼지요. 2번인 고광순은 예전의 명성을 살리지 못하고 상대(안영관)에게 다소 고전을 했으나 3대 1로 이겼고, 3번으로 나선 나도 이응섭을 3대 0으로 쉽게 처리했습니다.

준결승은 전북대였는데, 여기에는 지금 한창 떠오르는 탁구계의 샛별이라고 할 수 있는 최용국과, 또 그의 복식 파트너이며 역시 만만치 않은 이강재가 있었습니다. 이 두 사람에게 우리가 이길 수 없다면, 나머지 3점을 모두 따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전북대의 멤버가 4명이라 1번은 공 오더를 내기 때문에, 1점은 따고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더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는 않았으나, 장주석이 최용국과 붙어서 졌지만, 고광순이와 장규돈이 상대편을 쉽게 이겨주었기 때문에, 나는 이강재와 1대 1인 상황에서 우리 팀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준결승부터는 단체전 시합을 한꺼번에 진행했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이 어떻게 쳤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네요).

결승의 상대인 방송대는 2명이 이순민과 김연우로 최강이었고, 그리고 나머지 2명, 이진욱과 신준기도 만만치 않은 실력이라, 한 점을 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방송대 역시도 멤버가 4명이라 1번을 공 오더를 내어서 우리가 1점을 따고 들어갔습니다. 나는 오목대인 기덕이가 혹시라도 부가 있지 않을까 하고 2번에 내었는데, 이진욱을 상대로 첫 세트를 쉽게 따내어서 그 기대가 맞아 떨어지나 했으나, 그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하고 3대 1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장주석이도 김연우(0:3)에게 지고, 나도 이순민에게 지고(0;3), 장규돈이 신준기를 3대 1인가 3대 0으로 이기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2대 3으로 패하고 말았지요.

개인전 2부에서는 정말 우리 학교 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나는 우승한 이윤희의 실력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지난 대회에서는 운동을 별로 안 한 상태였고, 그래서 그 때 실력으로 보아서는 장주석이나 장규돈이에게 밀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준결승에서는 주석이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상대방에게 먼저 10점을 내주었음에도, 결국에는 역전극을 일구어내었고, 결승전에서도 장규돈을 역시 풀세트 접전 끝에 이겨 냈습니다. 계속 연습을 해서 다음 시합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주기를 바랍니다. 개인전 1부 경기에서는 내가 8강까지 진출했는데, 안타깝게도 8강전에서 서울대의 장승호에게 패배하는 바람에 오랜만에 성적을 낼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상대방의 긴 서브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끌려간 그런 시합이었습니다. 실력상 밀리는 상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졌으니 할 말은 없는 셈이네요. 그 전날 있었던 개인 복식에서는 장규돈, 최원석 조가 8강까지 진출했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경우 대회는 아쉬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대회는 우리 학교 팀에게 어쩌면 분에 넘치는 기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땀 흘리며 열심히 노력을 했음에도 남자 YB들이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안타깝긴 하지만.

탁구라는 운동이 주는 마력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 탁사와의 인연,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장담은 못하지만, 오래오래 지속되어 나가길 바랍니다. 끝으로 시합에 참석한 OB 멤버들, 응원을 와 준 혜원이, YB들에게 모두 수고했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경기 결과>


18일 

개인복식


장규돈*최원석 8강



19일 개인단식


(1부) 길철현(8강) 장승호에게 패배. 

      고광순(예선 탈락)

 (2부) 이윤희 (우승) 3: 2

      장규돈 (준우승)

      김기덕 (3위)

      장주석 (3위)

      김시훈 (8강)

      최원석(16강)


단체전

  8강 : 서울대 B -- 3 : 0

  준결승 : 전북대 -- 3: 1

  결승 : 방송대 --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