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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광진구 시합 후기 (091111)

by 길철현 2016. 4. 18.

<광진구 시합 후기>



지난 일요일에 광진구에서 오픈 시합이 열려 <백성찬 탁구 교실>로 참가 했습니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선수와 1,2부 통합으로 진행되었는데, 개인전(2부로 출전)에서는 8강까지 올라갔고, 단체전에서는 3위를 거두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날은 볼이 잘 맞아서 기분이 좋았고, 또 개인전과 단체전을 포함해서 모두 다섯 번 시합을 했는데, 한 번 밖에 지지 않아서 내 탁구 실력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YB후배들도 출전 신청을 한 모양인데, 막상 시합장에는 오지 않았더군요.)


개인전의 경우 예선전 상대는 한상용(1부)과 김송현(2부)이었는데, 한상용은 얼마나 운동을 안 했는지(레슨을 하느라 시간이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하더군요), 호리호리 하던 몸이,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피둥피둥할 정도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합을 해보니, 공은 느릿느릿, 움직임도 느릿느릿, 서브도 거의 회전 서브 일색, 그래서 쉽게 3대 0으로 이겼습니다(2점을 접고 하니 상용이의 심적 부담이 컸을 듯합니다). 그 다음 김송현은 뒷판이 스펙톨 계통의 이질이었는데, 서브가 좋아서 약간 고전을 하긴 했지만, 볼이 약해서 충분히 디펜스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3대 1로 이겼습니다.

본선 1회전에서 만난 상대는 <챔프> 탁구장에서 코치를 하고 있는 김종화라는 선수 출신이었습니다. 고등학교까지 선수를 했다고 하는데, 볼이 강하지는 않은 대신에, 미스가 적고 디펜스가 좋은 그런 젊은 친구였습니다. 첫 세트는 내가 강하게 밀어붙이니까 그냥 속수무책으로 끌려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쉽게 이기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아무리 탁구를 못 쳐도 선수는 선수이고, 또 코치로 시합장에 나올 정도면 최소한의 준비는 하고 나왔을 거라는 것을 한 순간이라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2, 3세트를 치르면서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내 공격 패턴이나 강도를 첫 세트를 치면서 숙지를 했는지 뚫리지 않았고, 또 그 친구의 공은 내가 두세 번까지는 디펜스를 했지만 결국에는 점수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시합을 풀어나갈 답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2,3세트를 내준 뒤 성찬이에게 조언을 구하자,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 좀 더 침착하게 치라’는 처방이 내려왔지요. 4세트부터는 강공으로 점수를 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같이 랠리에 들어가는 작전을 썼습니다. 그러다가, 디펜스나 공격에 약간 변화를 주는 방식을 취했지요. 4세트를 따내자, 이길 수 있을 듯한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5세트 내 첫 서브에서 먼저 2점을 따내 6대 0으로 앞서나갈 때만 해도 쉽게 승리할 듯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의 끈질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 점 한 점 따라오더니 어느덧 8대 7, 한 점 차까지 쫓아왔는데, 이 때 내 공격이 네트를 맞고 탁구대에 톡 떨어져서 9대 7로 약간 한 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요. 내 서브에서 다시 한 점을 따내 10대 8이 되었고, 그 친구의 서브에서는 먼저 한 점을 내 주었지만, 그 다음 서브에서 악착같이 지켜내자 랠리에서 범실을 하고 말더군요.

약한 선수이긴 했지만 그래도 선수를 이겼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이 다음 경기도 처음엔 수월하게 풀어나가게 했습니다. 본선 2회전(8강) 상대는 강원대 출신의 전재현으로 성찬이네 탁구 클럽에서 예전에 레슨을 할 때 레슨을 좀 받은 적이 있는 칼잡이었습니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었는데, 처음 두 세트는 내가 기세 좋게 밀어 붙여 쉽게 이기는 듯 했는데, 3세트 때 듀스 가서 지고 난 다음부터는, 재현이의 커트가 좀 더 강해지고, 거기다 간간히 깎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그의 플레이에 완전히 말리고 말았습니다. 아마추어는 수비수와의 시합이 힘이 드는데, 내 경우에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수비수는 공격력이 약하기 때문에 공격으로 성급하게 점수를 내려하기보다는 게임 자체를 내가 끌고 가면서, 수비수를 흔들어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아무래도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요. 나중에는 서브를 많이 탄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체전은 3단식으로 진행되었는데, 1회전에서는 2번으로 나가 정만영(2부)이라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3대 0으로 이겼습니다(그래도 2,3세트에서는 듀스까지 갔기 때문에 지금 생각을 해보니 좀 고전을 한 것도 같습니다). 셰이크 백핸드로 앞에서 치는 것은 좋은데, 포핸드가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나보다도 더 시간을 끌더군요. 머리띠를 풀었다 묶었다,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 그의 모습에 약간 짜증도 났지만 그보다는 좀 안쓰럽더군요. 2회전(4강)에서는 1번과 2번으로 나선 성찬이와 손연경(성찬이네 탁구장 여자 코치, 이날 개인 단식 우승을 했지요)이 각각 [에즈트리]의 김유미와 김하준에게 지는 바람에 말번이었던 나에겐 라켓을 잡아볼 기회도 오지 않았습니다. 요즈음 김유미가 잘 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날은 아침에 비가 와서 날이 습했던 관계로 공의 변화가 더욱 까다로웠던 듯합니다.

탁구를 많이 친 탓에 시합에 나와서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데, 8강이 고비인 경우가 많네요. 앞으로도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니까, 언젠가는 개인전에서 성적을 한 번 내게 되겠지요.  

    



 


*시합 결과 (스코어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느낌에 따라 대략 적어봅니다.)

(개인전) (예선전)

한상용(-2) 1)승(6) 2)승(7) 3)승(9)

김송현     1)승(7) 2)승(6) 3)패(9) 4)승(7)

(본선 1회전)

김종화(-4) 1)승(4) 2)패(7) 3)패(8) 4)승(8) 5)승(9)

(본선 2회전)

전재현(-4) 1)승(6) 2)승(7) 3)패(10) 4)패(9) 5)패(6)


(단체전)

1. 정만영(블루 윈) 1)승(6) 2)승(11) 3)승(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