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대회를 마치고, 제기랄, 그래도 희망이>
이번 대회는 사실 단체전 멤버가 제대로 구성될까 하는 점부터 의심스러웠고, 또 대전까지 가야한다는 부담감 등으로 인해, 참가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경제 한파보다 더 싸늘해진 온라인 상이나 오프라인 상에서의 OB들의 활동 또한 나를 지치게 했다. 나라도 나서서 홍보도 하고, 시합 참가를 독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또 한편으로는 아직도 내가 나서야 하는가 하는 생각 등이 나를 착잡하게 했고, 열심히 훈련에 전념하는 YB들의 모습은 아픈 채찍질로 다가왔다.
시합을 일주일 앞두고, 다행스럽게도 단체전 멤버가 이럭저럭 구성이 되었다. 이윤희, 장주석, 이지웅, 최원석. 그리고, 마지막에 고광순까지 합세하여 전력에 도움이 될 듯했다. 시합 당일인 일요일 아침에 같은 동호회(탁신) 멤버인 이재석, 이한선과 같이 KTX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대학 시합이 원래 그렇듯이 요번에도 시합은 예정보다도 훨씬 늦게 시작되었는데, 1부 개인전은 네 명이 리그전을 해서 두 명이 본선으로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흥미롭게도 늘 같이 탁구를 치는 이재석, 그리고 신준기(황남숙 탁구 교실의 관장이자, 나와 같은 탁신 동호회 멤버), 내가 같은 조에 배정이 되었다(확률적으로 대략 64분의 1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조 배정 때문에 나는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사실 재석이 형에게는 원래부터 좀 밀린다고 봐야 했고, 신준기 관장은 지금까지 외부 시합에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었으나, 최근 들어 그의 실력이 많이 향상이 되었기 때문에 버거운 상대였다. 내가 두 사람의 장단점을 잘 아는 만큼 두 사람도 나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잘 아는 사이에서의 시합에서는 게임 운용 능력과 함께,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화력이 필요한데, 강한 공격력이 두 사람에 비해 떨어진다는 약점이 결국 끝에 가서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침착하게 경기를 운용해 두 사람 모두에게 첫 세트는 다 따 내었으나, 그 뒤 시소게임을 하다가, 5세트에 가서 무너지고 말았다.
시합을 하면서 혹은 지고 나서 그 동안 숙제로 남겨두었던 백핸드 드라이브를 좀 더 확실하게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아쉬움은 많이 남았지만, 이길 수 있는 상대에게 진 것은 아니었고, 나름대로 상대를 끝까지 괴롭히면서 내 플레이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큰 후회는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성갑인가 하는 사람은 3:0으로 쉽게 이겼다.
(다른 멤버: 장주석(2부)--당당히 준우승. 8강전에서 최원석이를 만났는데, 원석이의 말, ‘기운이 빠져서 도저히 뚫을 수가 없다’라고 했던가? 최원석(2부): 주석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을까? 이지웅(2부): 예선전에서 2승1패를 했는데, 우승한 사람에게 3:0으로 지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예선 탈락. 이윤희(2부): 과도한 드라이브 공격과 그에 이은 미스로 안타깝게 예선 탈락. 고광순(1부): 허리 부상으로 출전 못함.)
단체전은 토너먼트로 진행이 되었는데, 예전과는 달리 5단식이었다. 1회전은 약체인 충남대 C팀을 만나, 3:0으로 가볍게 이겼으나, 8강에서는 불행하게도 지난 대회 8강에서 만났던 경희대를 다시 만났다. 1번 단식으로 나선 지웅이는 배상식 형을 만나, 기죽지 않고 시원하게 공격을 펼치며 선전을 했지만, 뒷심에서 딸려 0:3으로 패하고 말았다. 2번 원석이는 재작년 단양 대회에서 우승을 한 김병규 씨를 만나, 첫 세트를 쉽게 이기고 2세트도 9:3으로 앞서서 파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했으나, 거기에서 그대로 9:11로 지는 바람에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우리 모두를 웃게 만든 원석이의 한 마디 말, ‘상대가 못 치는 줄 알고 방심하다가 졌어요.’ 원석아, 경희대에 못 치는 사람은 없단다.) 3번인 나는 이한선과 시합을 하게 되었는데, 한선이는 평소 나를 쉬운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와 맞붙게 된 것을 흡족해 했다. 앞서도 말했듯이, 한선이도 같은 동호회 소속이라, 서로가 스타일을 잘 알았다. 한선이는 포핸드 공격력에서 연타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대신, 볼을 여우처럼 잘 다루기 때문에, 섣불리 공격을 하려했다가는 그의 플레이에 말리기가 일쑤였다. 나는 끈질기게 버티는 작전을 구사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버티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선이와의 시합에서는 특히 그게 필요했다.) 첫 세트에서는 한선이의 공격을 두들겨 맞다가 7:11로 지고, 그 다음 세트에서는 내 공격과 한선이의 범실을 이용해서 승리, 이렇게 시소게임을 하며 5세트까지 왔다. 대외 시합에서 한 번도 한선이를 이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한 것은 나보다 한선이였다. 초반부터 내가 점수를 조금씩 앞서 나갔고, 한선이도 내 디펜스를 뚫어내질 못하고, 계속 랠리를 했다. 한선이가 공격을 한 다음 스톱을 놓으면 나는 물러나 있다가 앞으로 뛰어오면서 공을 살리는 상황도 몇 번 있었다. 그러면서, 기회가 오면 드라이브와 스매싱을 하기도 하며 시합을 이끌고 갔다. 10대 8로 앞선 상황에서 나의 서브였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내가 한선이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해서 10:9가 되었고, 그 다음엔 내 서브를 한선이가 사이드로 뺀 것을 내가 넘긴 상태에서 한선이가 공격을 하다가 범실을 했다. 4번 주석이도 뜻밖에 박진수를 잡아서 게임 스코어는 2대2가 되었는데, 말번으로 나선 이윤희가 이용주에게 0:3으로 지는 바람에, 2:3으로 석패하고 말았다. 이날 경희대가 단체전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긴 했지만 잘 싸웠다고 해야 할 것이다. (원석이가 방심만 하지 않았더라면?!)
개인 복식에서는 이윤희, 이지웅 조가 3회전까지 진출했다.
다들 먹고 살기에도 힘든 시기라 ‘OB 모임 활성화’라는 말조차도 찾아보기 힘든 요즈음 이지만, 그래도 시합이라는 자리를 통해 몇 명이나마 얼굴을 보고, 같이 땀을 흘릴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다는 데에서 다소나마 위안과 의의를 찾는다.
더 많은 OB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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