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주의의 독단론과 경험주의의 회의론(세계에 관한 보편타당한 필연적 인식을 신이 부여한 이성의 본유관념으로 설명할 경우 독단론에 빠지게 되고, 세계 자체의 경험으로부터 설명할 경우 회의론에 빠지겐 된다)을 피해 제3의 길을 개척해나간 것이 바로 칸트의 비판철학이다. 수학이나 이론물리학적 진리가 세계의 존재질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보편성과 필연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 인식이 신으로부터 본유관념으로 주어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계로부터 경험적으로 얻어낸 것도 아니라면, 그 인식의 기원은 과연 무엇인가?
이는 곧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종합적 인식이면서도 그 기원이 경험에 놓여 있지 않은 선험적 인식, 한마디로 '선험적 종합판단이 어떻게 가능한가?'의 물음이다. 여기서 종합판단은 분석판단에 대비되고선험적 판단은 경험적 판단에 대비되는 말이다. 분석판단이란 그 판단의 술어가 단순히 주어개념을 분석함으로써 얻어지는 판단으로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주어개념을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판단을 말하며, 종합판단은 개념분석을 넘어서서 새로운 정보가 더해진, 종합된 판단을 뜻하고 따라서 이는 개념설명을 넘어서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확장판단이다. 그리고 경험판단이란 경험으로부터 귀납적으로 획득된 것이기에 보편타당성을 얻을 수 없는 판단이며, 선험판단이란 그 판단의 근원이 경험에 있지 않은 판단이다. 다시 말해 선험적 종합판단은 세계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인식이면서도 단지 세계의 경험으로부터 귀납적으로 얻어낸 판단이 아니다.
한자경. 칸트 철학에의 초대. 서광사. 40-41
* 분석판단(명제)과 종합판단(명제)의 위와 같은 구분에 대한 비판은 콰인(Quine)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논의는 아래 사이트를 볼 것.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4614&category_type=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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