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통증과 대학원 수업 때문에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1년 가까이 접었던 탁구 라켓을 다시 들면서 나는 [황남숙 탁구 교실] 카페에 탁구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 때 쓴 글들을 모아본다.]
1. (120101) 새해 탁구 계획--구장 1플러스(공식 2부) 실력 회복 프로젝트
새해의 탁구 결심
2부 실력 회복 프로젝트
1) 1월 한 달 주 5회 이상 탁구를 친다(탁구장-황탁).
2) 달리기와 윗몸 일으키기, 줄넘기, 아령, 손목 강화 훈련 등 기초 체력 훈련을 한다.
3) 1월 말일 경 1플러스(신준기, 김금환)와 맞잡고 시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1부와는 2알을 잡아줄 수 있도록 한다.
4) 검정 시합에서 계획을 달성하여 2월에는 좀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한다. 실패할 경우에는 다시 반복한다. (2월까지만--3월부터는 개강과 함께 바빠질 것이므로)
5) 2월에도 실패로 끝나면, 즐탁 모드로 전환한다.
모두들 즐탁하시고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2. (120102) 첫 째 날(1월 1일) 상승에서 급전직하 추락으로
김금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노숙자 신세로 길거리를 배회하던 그는 빨리 탁구장에 오라고 재촉했다.
1점을 잡히고 쳤는데
과음의 여파로 그의 공은 엉기적 거리고 있었고
3:1과 3:2로 두 판 연속이겼다.
1플러스로 가는 길이 하루만에도 열릴 듯했다.
그러나, 그건 착각에 지나지 않았으니.
형진이와의 시합도 수월했다.
내가 파악하고 있는 형진이의 몇 가지 약점을
굳이 물고 늘어지지 않고서도
어렵지 않게 이겼다. 3:1 3:0(1) 좀 헛갈린다.
늦게 온 강재성을 가볍게 3:0으로 보내고
곧이은 복식에서도 나와 형진이 조가 김금환 강재성 조를 3:2로 신승.
여기까지만 해도 실력 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자자했는데,
맞잡고 칠 위기에 몰린 김금환이 5000원 내기를 걸어왔고
그는 지금까지와의 포스와는 비교가 안 될 포스로 맹공을 퍼부어댔다
0:3. 날개도 없이 나는 추락하고 말았다.
참고: 나는 파리도 벌레도 아닙니다.
3. (0105) 둘 째 날(1월 2일) 용두사미 비몽사몽
어젠 너무 탁구를 많이 쳐서 왼쪽 도가니, 오른발 발바닥, 오른쪽 팔꿈치, 온 몸이 쑤신다.
그래도, 나의 항해는 계속 된다.
어제는 우리 구장 1플러스 정도 되는 이재석 형과 먼저 시합을 했다. 맞잡고 쳤는데, 3:0으로 이겨서 기분 좋은 출발.
영임 씨와 한 시간 정도 몸을 푼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아직도 연습 부족과 체력 부족이 드러나고 말았다.
신관장에게 두 알 잡고도 1:3으로 지더니만,
이재석 형에게도 1:3, 2:3으로 져서, 술과 고기를 사야만 했다.
(신관장은 게임 운영은 밀리는 것이 아닌데, 체력적으로 딸리는지 후반부로 갈 수록
다리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평을 했다.)
술을 한 잔 한 뒤, 음주운전을 하긴 그렇고 대리를 하자니 돈이 아깝고 해서,
다시 탁구장으로 와
나은주 씨와 시합을 했는데, 왕커트가 일품이긴 했으나, 두 알 잡고는 내가 수월하게 이겼다.
하지만 세 알을 잡고는 완패.
그 다음 지친 신관장을 잡고 시합을 했는데,
신관장보다 더 지친 나는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를 애처로이 여긴 신관장이 한 판은 져주고(?) 그 다음 판은 3판 2승으로 했는데
정말로 엥코가 난 기분이었다.
신관장과의 게임이 요 근래 더 어려워진 기분이다.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할 듯.
4. (120105) 넷 째 날(1월 4일) 길은 갈 수록 힘겨워지고
탁구를 쉬면서
원래부터 좀 약했던 백핸드가 취약점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걸
시합을 하면서 깨닫는다.
신관장과의 시합이 힘든 것이 특히 백핸드 싸운에서 밀리기 때문이라는 것.
어제도 탁구를 상당히 많이 쳤다.
낮에는 멀리 명일 탁구 교실의 김상범 관장과 시합을 했는데, 예전에는 2알을 잡으면 승률이 나쁘지 않았는데
어제는 0:3, 0:3으로 한 세트도 못 뺐고 지고 말았고,
곧이어 세 알 잡고도 1:3으로 진 다음, 급기야는 네 알을 잡고도 1:3으로 지고 말았다.
굴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날을 가슴에 새기고 다음엔 대로 받은 것을 말로 갚을 날이 있을 것이다.
밤에 황탁에서의 하위 부수와의 시합에서는 내 볼이 좀 안정된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게 이날 얻은 위안이라면 위안.
강정원 씨와는 6알을 잡았는데, 뒷판 핌플에 말려서 2:3으로 졌으나,
곧이은 이(?)은철 씨(5알)와의 시합에서는 여유 있게 3:1, 3:1로 이겨서 공 하나 획득,
(왕 드라이브를 자랑하는 은철 씨 잠을 못 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투덜)
나은주 님과도 세 알을 잡고 여유 있게 3:0으로 승리 다음부터는 4알을 잡기로 함.
그런데, 형주 씨와 한 조가 되어 신관장, 김창숙 씨와의 복식 시합에서도 지고, 형주 씨와의 단식 시합에서도 0:3 완패(형주 씨가
러버를 바꾸고 상당히 공격이 세졌다), 신관장과도 1:3 패배(술을 사야만 했다). 내 탁구만큼이나 이 글도 밋밋하다. 어쩌겠나?
5. (0107) 여섯 째 날(1월 6일) 이질 러버에 대한 약점|
탁구를 새로 치면서 원래 이질 러버에 약했던 내 탁구가 더욱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함은 모르겠으나(이성동 목사님), 앞면 쇼트 핌플(오목대), 뒷면 롱 핌플(페인트)을 치는 목사님에게 두 판 연거푸 2:3으로 지고 말았다. (이 분 실력이 신관장 말로는 2,3부 정도라는데) 기본적으로는 백핸드에서 내가 강하게 밀어주는 힘이 없기 때문에(백핸드의 약점), 또는 포핸드의 드라이브 채는 힘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거나 아직 어떻게 게임을 풀어야 하는지 답은 확실하게 서지 않는다. 가장 급선무는 백핸드의 보완이다. 백핸드에서 좀 더 강하고 힘있게, 혹은 좀 더 자유롭게 공을 넘길 수 있다면 목사님이 편하게 공을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손목 힘이 좀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간 중간에 커트를 잘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인데, 게임을 계속해서 요령을 체화해야 할 것이다. 쇼트 핌플을 치는 형주 씨와의 게임도 쉽지 않다. 그저께는 형주 씨의 컨디션이 너무 좋아 0:3으로 완패했는데, 어제는 2:2, 8:10으로 지다가 역전을 시켜서 14:12인가로 이겼다. 시합이 어려운 것은 역시나 백핸드에서 미스가 많이 나는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이 드는데, 형주 씨와의 시합에서는 버티는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포핸드로 깔려오는 공을 받쳐서 드라이브를 걸어낼 수 있는 스텝과 전환 이 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 누가 좀 더 확실한 팁을 준다면 좋을 텐데. 일단은 자꾸 쳐야겠지.
(황남숙 코치님) 철현씨가 이성동 목사님께 약하다고 들었지만 계속 맞잡고 진다는것은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네요ㅠㅠ이질 러버는 많이 쳐보면 알겠지만 일단 집중력과 판단에 의한 과감한 플레이를 잘 구사해야 할듯...일단 공이 약하니 끈질기게 버티면 승부의 방향이 잡힐수도....나의 팁이 먹히면 좋겠네요^^ ㅎㅎ잘 아는 얘기죠
황재성 동호인 핌플 러버는 임팩트시 빨리 나오지만 공은 짤게 떨어짐 대체로 , 그래서 떨어지지 말고 붙어서 치는게 관건이고, 임팩트는 툭툭 건드리다가 한방으로 끝내도록^^ 서비스는 무회전 짧고 긴 서브를 코스를 조절하면서 해보세요
6. (0109) 여덟 째 날(1월 8일) 일요일의 4파전 강재성이 나의 글이 재미 없다는 뒷담화를 하고 있어서 글을 좀 더 재미 있게 쓰고 싶으나 천학비재하고 유머 감각이 떨어지는 관계로 쉽지는 않을 듯하다. (유머 감각은 노력한다고 생기기는 쉽지 않으니까) 신관장이 아홉 시에 오라 그랬다가, 아홉 시 반, 또 열 시로 자꾸자꾸 미루는 바람에 아홉 시 오십 분 쯤에 탁구장에 도착했다. 탁구장엔 초보자 세 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분이 나에게 '황남숙 탁구 교실에서 탁구를 제일 잘 치시죠?'라고 말했다. 맞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나 그렇다고 굳이 부인을 할 필요도 없어서 가만히 있었고, 대신에 포핸드 연습을 같이 하면서 최대한 친절하게 스윙을 잡아 드렸다. (이 분은 그러고 보니 늘 빵을 가져오는 분이었다.) 기다리는 신관장도, 또 오기로 되어 있던 형진이도 오지 않아 서브 연습을 하고 있는데 뜻밖에 은철 씨가 왔다. 은철 씨와 공내기 시합을 한 판하고 있는데 형진이가 오고, 신관장은 11시가 다 되어서 왔다. (중략) 우리는 술내기 4파전(리그전)을 했다. (내 시합) 형진이(맞침)는 원래 포핸드의 약점 때문에 어렵지 않은 상대였는데, 이날은 포핸드가 많이 날카로워져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으나, 그래도 역시 형진이의 포핸드로 나의 디펜스를 뚫어내기는 좀 부족한 점이 있었다. 은철 씨는 파워는 좋으나 전체적으로 폼이 너무 크고, 또 공격 위주로 하다보니 디펜스가 약해 5점 접고는 여유가 있는 편. 6점도 해볼 만 할 듯(연패를 하면서도 은철 씨는 5점을 고집했다). 신관장(2점 접음)은 그 분이 오신 날이라, 공수 양면에서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이럴 때는 조용히 패배를 인정하는 수밖에. 신관장 3전 전승, 나 2승 1패. 3,4위전도 재미 있었는데, 2대 2 듀스에서 은철 씨가 공포의 드라이브로 1부인 형진이를 꺾었다. 탁구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백핸드도 좀 보완이 되고 있고, 나의 주무기인 튼튼한 디펜스도 살아나고 있다. 공격력만 좀 보완하면 예전의 모습에 다가갈 수 있을 듯한다. 풋워크 연습을 좀 많이 해서 다리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관건이다. 요즈음 신관장 실력이 많이 늘어서 신관장보다는 금환이를 타겟으로 해야 할 것인데 금환이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애초의 우려대로 이 글도 결국엔 사실적인 보고에 지나지 않게 되고 말았다. 재성이의 말이 맞다고 해야 할 듯. 7. 열여섯 째 날(1월 16일)을 보내고 기말 페이퍼를 낸 12월 26일부터 어제 1월 16일까지 22일 동안 이틀을 빼고 20일간 부지런히 탁구를 친 결과 많이 좋아졌을 것 같은 데 신관장과의 핸디는 3알로 늘고, 별로 만날 기회가 없었던 금환이와는 핸디가 아직도 1알 그대로 이다. 하지만 그저께 일요일 저녁에 STM 배에서 3위에 입상하여 기세가 등등한 형진이를 핸디 1점을 주고도 3:0으로 완승을 거둔 것은 안정된 나의 플레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걸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내 플레이는 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안정된 볼 컨트롤을 위주로 한 랠리 플레이인 것이다. 예전부터 파워를 기르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그래서 가끔씩 강한 공이 나오기는 하지만 내 플레이의 특성은 황코치님이 한 말에 따르자면 고래 힘줄보다 질긴 물고 늘어짐이다. (요즈음엔 맥 없이 자주 무너지지만) 그것은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 백핸드가 많이 보완이 되긴 했지만 아직도 백핸드 드라이브는 백들어올리기 수준이다. (그나마도 시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1월이 끝나면 1플러스부로 복귀할 수 있을까? 내가 탁구를 정말 누구보다도 사랑했다는 것--그렇게 오래 탁구를 떠나있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을--사랑은 언제나 커다란 즐거움과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주는데, 요즈음은 어찌된 셈인지 즐거움은 풍선처럼 부풀고 고통은 요 며칠의 날씨처럼 푸근하다--새삼 깨닫는 한 달이 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탁구만 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그래도 좀 더 밀고 나가보자.
8. 열여덟 째 날(1월 18일) 웃기는 이야기
6시 반 경에 1차로 이재석, 김응배와 탁구를 침. 저녁과 간단한 음주를 한 뒤, 황탁으로 와서, 2차로 신관장에게 레슨도 받고 은철 씨, 형주, 신관장과 게임을 함. 그리고, 집에 와서 대학원 관련 워드 작업이 있어서 두 시부터 다섯 시 이십 분까지 함. 문득, 이 정도면 오늘 살이 좀 빠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몸무게를 쟀더니, 글쎄, 그저껜가 보다 500그램이 는 71.6. 저녁 때 먹은 순대 전골, 수육, 그 놈들이 정말!
9. 스물세 번 째 날(1월 23일) 리시브의 문제
나에게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유달리 심하다.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지만 여기서는 말할 수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내가 이전에 경험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어떤 것이고 내가 감당하기 힘든 것이라고 여기는 버릇이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적응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선 상대와의 게임에서 한 번 리시브를 타면 그걸 게임 내에서 잘 해결하지 못한다. (물론 구조적으로 내 백핸드의 각이 뒤로 약간 제껴져 있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강한 회전 서브는 알면서도 먹는 경우가 많이 있다. 금환이나 형주 씨와의 시합에서 그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어제 대구로 내려와 대구 3부와 시합을 했는데 세 게임 모두 지고 말았다. 이 젊은 친구는 플레이가 대체로 괜찮긴 했지만, 무엇보다 서브의 구질이 다양하고 임팩트가 좋았다.) 위에서 심리적인 면과 라켓 각의 문제를 적어 보았는데, 생각이 나는 대로 다시 정리를 해본다면 1. 상대방의 서브가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기기 보다는, 당연한 말이지만, 방편을 찾으려는 노력과 분명 길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문장 호응이 안 된다. 그래도 그냥 그대로 두자). 그것은 상대방의 임팩트 순간, 그리고 넘어오는 공의 궤적을 충실히 따라간다는 것. (요즈음 눈이 좀 더 나빠진 것도 리시브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안경 도수를 조금 올려야 할 것도 같다.) (이건 모두 너무 뻔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요즈음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또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서브가 좋은 사람들은 상대방을 현혹하는 기술이 뛰어난 인간들이니까. 하지만 그 현혹에 넘어가서 바보가 될 필요는 어디에 있는가? 바보까진 아니더라도 이겨내야 한다. 그걸 위해 탁구를 치는 것 아닌가?) 2. 몸이 많이 느려져서 잘 돌지 못하는 약점이 있는데, 미들 사이드로 온 공에 대한 반응이 너무 늦다는 것도 문제이다. 미스가 나더라도 미들 사이드로 오는 것은 무조건 돌아야 한다. 상수나 맞수와의 게임에서는 어정쩡한 리시브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3. 아직도 백핸드가 많이 서투르다. 탁구를 처음 칠 때부터 포핸드 위주로 쳤기 때문에 백핸드의 약점은 지속적으로 보완을 해야 하는데 백핸드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날카로운 면이 없다. 플립 기술도 좀 더 날카롭다면 리시브에 많이 도움이 될 듯하고, 백핸드 드라이브도 마찬가지이다. 4. 무엇보다 어정쩡한 리시브가 아니라, 미스를 하더라도,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물론 때로는 판단을 유보해야 할 그런 공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과단성있게 공을 넘겨야 하는데, 이걸 해낼 용기가 있을지, 애라 정말. 5. 탁구를 치면서 계속 미세 조정을 해나가야 한다. 나이는 들었지만 매의 눈을 갖는 것. 그렇다. 공을 보는 눈, 총체적으로 공을 보아내는 눈, 그 눈이 필요하다. 여러분의 리시브 전략은 무엇인가? |
(김재욱 동호인의 글. 퍼옴) 이 글은 본인의 전형인 펜홀더의 경우에 대한 예이다.
모든 탁구기술이 마찬가지지만 리시브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기본을 가지고 자신에 맞게 체계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 생활체육은 분명 선수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 주십시오.
예를 들면, 선수들에게 있어서도 공을 다루고 머리싸움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여기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힘(파워)’입니다.
많은 연습량과 실전을 통해 공의 감각과 게임운영능력은 평균적으로 습득이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힘이 없으면 절대 상대방을 뚫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이것이 선수와 생활체육의 큰 차이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생활체육에서는 힘을 세 번째 요소로 놓고 있습니다.
탁구실력이 낮으면 낮을수록 연결을 위주로 공 하나하나를 다루는것에 주력하시고, 이러다보면 파워는 저절로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감이 붙으면서요...
저의 리시브 역시 이런 관점에서 하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리시브의 위치]
일단 리시브의 위치를 선정하는데요, 여기서는 탁구대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만,
첫째 : 저의 경우는 앞으로 들어가면서 리시브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합니다.
즉, 길고 빠른 서브가 왔을 때 뒤로 물러나면서 드라이브를 걸어야 될 위치에는 서있지 않습니다.
공의 길이에 따라 최소한이라도 들어가면서(또는 제자리에서라도 몸의 중심을 앞쪽에 둔 상태)에서 드라이브 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는 유지합니다.
둘째 : 그렇다고 짧은 공 처리가 힘들만큼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언제라도 두 번의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짧은 공을 처리할 수 있을만큼의 위치는 유지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다시 말씀드릴께요)
정리하자면, 위의 두가지를 염두에 두고 자신에게 맞는 위치선정을 하는 것과 습관을 붙이는 것이 리시브를 잘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준비자세]
리시브는 상대방의 서브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상대방이 서브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면 어떠한 형태로든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대개, 리시브 준비 자세에서는 자세를 평소보다 낮추고 무릎을 굽혀주며 몸의 중심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발 앞꿈치에 중심이 약간은 쏠리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의 임팩트와 함께 최대한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리시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스타트는 임팩트 순간에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임펙트 순간만 보고 반드시 스타트를 끊어라" 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임팩트 순간부터 판단을 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서비스 자세와 함께 제자리 잔발의 움직임이나 마음 속 움직임으로 시동을 걸어놓고, 임팩트 순간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서브를 넣는 사람의 임팩트 순간에 공의 방향은 판단이 되며(느껴지며), 빠르고 긴 서브에 대한 것과, 짧은 서브에 대한 것 역시 대부분 판단할 수 있습니다(느낄 수 있습니다).
길이가 어중간한 서브에 대해서는 움직이면서 판단을 해야겠지만요...
어쨌든 임팩트 순간부터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빽사이드로 들어오는 길고 빠른 서브에 대한 포핸드 리시브 ***
이 때 중요한 것은, 빽 스윙 자세를 취하면서 돌아서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긴 서브임을 판단하고 드라이브를 걸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으면(실제로는 리시브의 준비자세에서 긴 서브가 들어오면 드라이브로 공략하겠다고 마음 먹겠죠!) 드라이브 자세를 취하면서 돌아서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돌아선 다음에 드라이브 자세를 취하면 공은 이미 와 있습니다.
결국 제대로된 드라이브가 나올 수 없겠죠...
또 한가지는요, 긴 서브 공략을 위해 돌아설 때 약간은 들어가면서 돌아선다는 것이지요.
글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요......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탁구대 쪽으로 붙으면서 돌아선다는 것이지요,
물론 공의 길이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최소한 탁구대 쪽에서 뒤로 물러나면서 돌아서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리시브를 하기 전 위치와도 관련이 있겠지요, 즉 탁구대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야 하는가??)
어쨌든 빠르고 긴 서브에 대해서는 될 수 있으면 한번에 돌아서면서 바로 드라이브를 할 수 있도록 유지하고 있으며, 그렇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실제 한번에 돌아서지 않으면 좋은 리시브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선수들의 경우는 모르겠습니다....
*** 백사이드로 들어오는 짧은 서브에 대한 포핸드 리시브 ***
역시 준비자세에서 움직일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임팩트 순간에 방향과 길이를 판단하며 돌아섭니다.
그리고 짧은 공 처리를 위해 한발이 들어가서, 즉 공이 백사이드 깊숙이 왔을 때는 대개 왼발이 들어가서 리시브를 하는 것이지요.
정리하자면 스텝을 두 번 밟아 준다는 것입니다.
연습을 해보시면 알겠지만 짧은 공은 충분히 두 번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초보자들은 한번만 움직인 다음 엉덩이를 뺀 상태로 리시브하기 때문에 짧은 공에 대한 컨트롤이 안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미들코스 짧은 공과 포쪽 짧은 공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발이 들어가서 리시브할 수 있는 거리를 맞추기 위해 일단 두발이 먼저 한번 움직인 후 오른발이 들어가서 리시브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 백사이드로 들어오는 서브에 대한 백핸드 리시브 ***
탁구의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리시브 역시 잔발 사용이 중요합니다.
초보자일수록 백핸드 리시브는 선 자리에서 그냥 리시브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제 경우에는 짧은 서브는 물론이고 긴서브 역시 두 번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짧은 서브는 거리 조절을 위해 당연히 두 번 움직이겠지요.
한발이 들어가서 공을 처리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일단 한번 움직인후 위치에 따라 오른발이나 왼발이 들어가서 공을 처리할 것입니다.
그런데 긴 서브 역시 커트나 쇼트를 하더라도 아주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두 번 움직입니다.
즉, 먼저 두발을 살짝 움직여서 거리를 맞춘후 짧은 잔발(한발)을 이용해 최종적인 리시브를 하는 것이지요.
이 때 움직이는 잔발(짧은 한발)은 가장 좋은 위치와 타구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보스커트를 안정적으로 하기위해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아주 정교하게(?) 다리를 받쳐주는 것이지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백핸드 리시브라도 움직여서 최대한 안정적인 자세에서 리시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타 생각]
[1] 요즘은 세이크 핸드가 많기 때문에 포핸드 리시브의 중요성이 예전 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펜홀더가 정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포핸드 리시브는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이는 아마츄어에서도 예외가 아니며, 짧은 서브는 몰라도 긴 서브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공격적인 리시브를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 때 공격적인 리시브가 드라이브 한방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물론 2구에서 끝나는 리시브를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여유롭지 않을 경우에는 루프로 가볍게 걸어놓고 다음 공을 노리면 됩니다.
현실적으로 아마츄어는 이것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실제 탁구의 모든 기술은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빠르고 긴서브에 대해서 상대의 회전량을 정확하게 계산해 내는 것이 아마츄어에게는 무리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때로는 상대의 서브에 대한 회전은 무시하고 제 드라이브에 회전을 많이 주어 2구 드라이브를 하고 있습니다.
제 드라이브에 회전을 많이 주면 커트서브는 물론 어지간한 회전서브도 탁구대 밖으로 나가지 않고 탁구대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드라이브에 회전이 많이 걸리므로 회전서브에 대한 리시브라도 포물선은 조금 높게 그려지겠지만 결국에는 회전 때문에 탁구대쪽으로 떨어지는 것이지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2구 드라이브에서는 파워있는 드라이브보다는 다음 공에 대비할 수 있도록 몸의 중심을 받쳐주면서 회전이 많은 드라이브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수출신과 게임할 때는 잘 안합니다.
선수출신들은 이런 경우 대개 공격적인 3구 처리를 하거든요,
따라서, 선수출신과 시합을 할 때에는 3구 역공을 당해 점수를 뺐기느니 차라리 과감한 2구 리시브를 하는 편입니다.
상대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얘기지만 대개의 경우는 안전한 리시브를 선호합니다.
[2] 저의 경우는 대개가 앞으로 들어가면서 리시브를 합니다.
즉, 몸이 앞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방이 위협을 느끼는 것이지요.
짧은 서브는 당연히 들어가서 받아야 하겠지만 안전하고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을만큼 몸이 들어가는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충분한 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3] 짧은 서브를 처리할 때, 몸은 최대한 빨리 움직이지만 공을 처리할 때는 여유있게 처리합니다.
물론 공의 구질을 정확히 파악하여 공이 뜨자마자 빠른 타이밍으로 2구를 처리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항상 이럴 수는 없는 것이지요.
서브가 잘 판단이 안될수록 몸이 확실하게 들어간 상태에서(발이 받쳐진 상태에서) 공의 회전을 다루면서 여유있게 처리하세요.
상대방이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확실하게 몸이 전진해 있고 확실한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서브를 넣은 사람은 상대의 리시브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올지에 대한 판단을 함부로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공을 강하고 빠르게 치는 것도 유용하지만 상대의 타이밍을 뺐은 상태에서 공을 다루는 기술 역시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잊지마세요.
[4] 쇼트와 커트도 리시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부분의 초보자들이 무회전으로 밀려들어오는 서브와 회전과 커트가 반씩 섞인 서브에 대해 리시브가 안됩니다.
이는 쇼트와 커트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약간의 커트를 쇼트로 튕겨줄수만 있다면 이런 서브는 결코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쇼트플레이를 잘 하시는 분들이 이런 서브를 넣으면 라켓각을 세워 커트로 넘겨줄 수 있다면 다음 플레이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쇼트도 라켓이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자신의 힘으로 쇼트기술을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필요하며(소위 튕겨준다라고 해야하나요?), 커트 연습시에는 자신의 라켓에 많이 묻혀서 나가는 커트를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커트는 자신의 라켓에 많이 묻어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마츄어분들은 커트 연습을 안하시더군요.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데,, 그 중요성을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커트야 말로 박빙의 승부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는 기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5] 리시브 시에도 작전이 필요합니다.
상대의 서브에 따라 오는대로 처리하는 수동적인 리시브는 승부처에서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적어도 리시브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서브가 오면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가야 합니다.
예를들어 '긴서브가 오면 돌아서서 걸겠다',, '내가 자꾸 돌아서서 리시브를 하니까 이 시점에서는 포핸드쪽을 한번 지켜야 겠다'든지... 이런거 있지 않습니까??
선수들은 워낙 많은 연습을 통해 몸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만 대부분의 아마츄어는 생각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름대로 리시브의 작전을 세우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상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선수출신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기술입니다만, 아마츄어분들에게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실제 리시브에 어떤 왕도는 없습니다.
많은 연습을 통해 자신의 리듬을 완성시켜야 하며, 짧은 공을 잘 처리하기 위해서는 많이 움직여야 하고, 이 때 느닷없는 긴 서브를 드라이브하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임팩트가 좋아야만 미스없이 위협을 줄 수 있는 드라이브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말로는 설명했지만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기술들이 자연스럽게 구사가 될 수 있도록 꾸준한 연습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여태껏 주절주절 했지만 저 자신도 어떻게 상대 서브에 대해 제 리시브의 리듬을 맞추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릅니다.
진지하게 생각한 것도 아마 몇 번 되지 않는 듯 합니다.
단지 어린 시절 수많은 연습과 실전이 나에게 어떤 리듬을 주었으며, 연습을 많이 하고 시합에 나간 경우는 2구 선제에 자신감도 생기고 잘 하기도 하지만, 전혀 준비없이 시합에 갔을 때는 함부로 2구 공격을 하지 못합니다.
왜냐면요, 판단도 느리지만 발이 안움직여 주거든요.
연습 많이 하시고요, 즐거운 탁구하세요.
- 김재욱 드림 -
10. 서른 네 번 째 날(2월 3일) 실패를 도약의 발판으로
지난 한 달 간 탁구장에 나오면서 느낀 것은
황탁 회원들,
참, 탁구를 열심히 친다는 것,
하지만 노력에서는 나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 달 안에 실력을 1플러스 부로 회복한다는 나의 야심찬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유는 내가 나이가 들었고
또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쉬었고
또 황탁 사람들의 실력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거만과 신간장--김거만과는 핸디가 2알로 늘었고, 신간장과의 핸디는
간신히 1알을 유지하고 있다. 줄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윤장진(윤스트립)),
또 방동훈 씨, 그 다음 아직 칠 기회가 없었지만 정연사, 조용윤 씨 등등)
그렇지만, 2월부터는 친선 시합이나 공식 시합에서는
부족한 대로 이제 1플러스 부로 뛸 것이다.
마구마구 지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
(금요일에 꼭 일이 생겨 정기전 참가를 못했는데
아마도 시합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개별적인 내기 시합에서는 상대방과 치수 조절을 하도록 할 것이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쓰고 있는데
그래도 몇 가지 빛을 본 것은 점점 더 공의 파워가 강해지고 있고
미스도 줄고, 스텝도 조금씩 밟게 되었다는 점이다.
디펜스 위주의 플레이에서 될 수 있는 대로 선제를 잡는 공격적인,
혹은 적어도 서비스를 넣었을 때에는 3구를 공격하는 플레이로 전환하려니까
오히려 힘든 면도 있다. (시합을 내가 이끌고 가야 하는데, 그만한 공의 파워나 움직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 달 동안 백핸드의 보완이 숙제였는데
이제는 셰이크 핸드의 영원한 문제인 포핸드와 백핸드의 균형이 중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백핸드 드라이브 연습과 함께, 포핸드와 백핸드 전환 연습을 많이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경 도수를 올려서 공은 예전보다 잘 보인다.)
황탁 여러분, 모두 탁구의 신에게 열심히 기도드려 어느 날에는 탁구의 신이 되기 바랍니다.
11. 서른 여섯 번 째 날(2월 5일) 김금환 체육복 하의 실종 사건의 전말
우선 심신 허약자--특히 심장 계통에 이상이 있는 분--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우스개 소리인가? 아니면 허사에 지나지 않는가? 아니면 진지한 경고인가?)
지난 금요일(2월 3일) 주중 경기는 요즈음 탁구 신의 후광을 달고 있는 김거만의 우승으로 돌아갔다.
아는 선배와 정말로 오랜만에 연극--운전배우기-그 은밀한 기억(십 몇 년만에 본 이 연극은 아무리 생각해도 오이디푸스적인데,
선배는 그런 식의 해석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그렇거나 말거나.)--을 보고 늦게서야 탁구장에 도착한 나는
시합 참석을 거부당한 신간장과 레슨 탁구대에서 연습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우승한 김거만이 탁구장에서 재성이 다음 가는(?) 바둑 고수--이 분 이름은 잘 모르겠다--와 바둑 한 판을 두는 사이
김형진은 1부와 1플러스부의 풀리그 전을 제안했다. 바둑을 두던 거만은 풀리그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게임을
많이 해서 상당히 지쳤을 것인데--흔쾌히 오케이했다--나중에 그는 술값 내기가 걸린 풀리그라는 것을 몰랐다고 했다.
나는 1플러스부로 뛴 김동주와 김형진의 시합에서는 패하고, 따로 핸디를 잡은 신간장(1알), 김거만(2알)과의 시합에서는
승리를 거두었다. 다리가 풀린 김거만이 지쳤을 때 특유의 허세와 큰소리를 보이며 보기 좋게 꼴지를 하고.
(여기까지가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이름하여 "김금환 체육복 하의 실종 사건"--에 대한 배경 설명이다.)
풀리그가 다 끝나고 술을 마시러 가려고 하는데
금환이가 자신의 곤청색 리복 체육복 하의(탁구복이 아니라 겉에 입는 긴 하의)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 대신에 탁자 옆 의자에는 기럭지가 아주 짧은, 역시 비슷한 곤청색--김거만의 상의 색깔에 비추어볼 때--에다
중간에 좀 옅은 청색 무늬가 들어간 액티브 체육복이
놓여 있었다--당시 현장에는 황코치님, 신간장, 김거만, 김동주, 김형진, 나, 이렇게 여섯 명이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혹 나의 설명과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해주기
바랍니다.) 대단히 피곤한 상태였고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기억이 선명하지 않을 뿐더러, 미묘한 부분들은 내 나름대로 해석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먼저, 신간장인가가, "이거 형(나) 거 아니에요?"라고 했고, 거만이가 "이 바지 엄청 짧던데."라고 말했다. (아니 이보다 앞서
황코치님이 "다른 누군가가 바꿔 입고 갔을 것"이라고 했다. "아니면 입지 않고 가방에 넣고 갔을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나는 이 때 혹시 '내가 금환이의 체육복을 입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들긴 했다. 그리고는--여기서부터 내 머릿속
움직임을 논리적인 글로 적기는 대단히 어려운데, 그냥 생각이 미치는 대로 좇아가보자면--'내 체육복 하의는 어디있지?'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 참 입고 있지'라는 쪽으로 또 생각이 옮겨갔다. 그래서 의심을 종식시키기 위해 겉에 입고 있던 바지 안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체육복 길이가 약간 접혀져 있지 않았더라면 땅에 닿고도 남을 정도로 상당히 길었다(난 탁구 반바지 위에 체육복 하의, 또 그 위에 일반 바지를 입고 있었다). 내가 며칠 전 이마트에서 산 체육복은 그 길이가 상당히 짧은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은 또 이렇게 움직였던 듯하다. '하의가 생각과는 달리 상당히 길구먼.' 그리고, 내가 산 체육복 하의는 액티브
라는 메이커--액티브가 대단한 메이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가 아니라, 싸구려야. 거기다, 금환이는 이 액티브 하의가 나의 것이라기에는 너무 짧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 생각은 어찌된 셈인지 내가 금환이의 체육복을 입고 있을 수 있다는 쪽으로는 옮겨가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금환이에게 기럭지가 짧은 체육복이라도 입고 가라고 했으나, 금환이는 나중에 더 복잡해 진다고 하면서
탁구 반바지만 입고, 뒷풀이 장소인 화투--화투의 사장님과 사모님이 화들짝 놀랐지--로 향했다.
피곤했던 탓에 뒷풀이 장소에서 계속 졸다가 집에 들어온 나는 바지를 벗고, 그 안의 체육복을 보는 순간, 오 마이 가드를 외치며
금환이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이 사건에 대한 나의 분석--나의 세계관은 상당 부분 '무의식적 인과론'에 기반한 정신분석적 관점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분석도 당연히 그에 따른 것이므로 양해해 주기를.
먼저 이런 실수가 일어난 것은 금환이와 내 체육복의 색깔이 거의 흡사했다는 것과 또 이날 따라 대단히 피곤했다는 객
관적인 정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전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관계로 금환이와 마지막 시합을 할 때에는 거의 녹초가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위에서의 내 생각의 움직임은 아주 비이성적인데, 그 핵심에는 내 체육복이 아니라 금환이의 체육복을
꼭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나는 의식적으로는 금환이의 체육복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몰랐지만 내 욕망,
혹은 무의식은 그걸 잘 포착하고 있었던 듯하다--무의식의 움직임은 사건의 결과를 보고 추론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내 것이기에는 너무 짧다는 금환이의 말에 기대어, 나는 금환이의 체육복을 입고도 내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고 계속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건 요즈음 탁구의 신이 깃들어 있는 금환이의 기를 그의 체육복을 입음으로써 빼앗아 오려는 내 욕망.
그리고 애를 쓰도 잘 오르지 않는 내 실력을 빨리 올리고 싶은 욕망.)
이 글을 쓰고 있으니까 언니 문희의 꿈을 사서 김춘추와 결혼한 김유신의 동생 보희의 이야기가 머리에 떠오른다-어째서? 왜?
어쨌거나
체육복 덕인가 나는 금환이와 이제 한 알로 핸디를 내렸다--세 판 연속으로 이기면 알수를 조절하는 시스템에서 금요일 1승을 포함,
두 번 더 이김.
생각보다 글이 짧게 끝났다. 좀 길 줄 알았는데.
12. 마흔 여덟 번째 날(2월 17일) 러버를 바꾸고 주중 정기전 출전 그리고
<황남숙 탁구장 주중 정기전> 1플러스 (점수는 불확실. 대략적인 느낌.)
(예선전)
1. 박창권(5) 1) 승(13) 2) 승(12) 3)승(13)
창권 씨는 백핸드와 디펜스의 강점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에 내가 상대하기에는 쉽다. 첫 세트 4대 10에서 역전한 것이 크다. 긴 서브는 그냥 돌아서서 스매싱을 해도 될 듯. (연타 연습을 하기에 좋은 상대. 밀리면 디펜스를 해도 된다.)
2. 정연사(4) 1)패(9) 2)승 3)패 4)승 5)패(7)
연사 씨의 가장 큰 장점은 커트이다. 그리고 백핸드와 포핸드에서의 공격이 모두 공을 마는(감는) 스타일. 커트를 이겨내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듯도 하지만, 2부 강임에는 틀림없다. 백핸드에서의 미숙함이 패인이라고 봐야 할 듯.
3. 남영우(7) 1)승(12) 2)승(12) 3)패(5) 4)승(13)
남영우 씨는 무엇보다 동주처럼 스매싱 한 방이 무서운 스타일. 하지만 먼저 선제를 회전력이 있는 드라이브로 잡으면 밀리지 않을 듯. 회전 서브에 대한 리시브가 아직도 미숙.
(2승 1패, 세트 득실로 조 1위로 본선 진출)
2회전
1. 김재원(7) 1)패(5) 2)패(6) 3)패(6)
김재원 씨의 첫 서브를 회전이 약간 들어간 것이었는데, 그것을 커트로 받아서 미스를 하면서 시합은 꼬이고 말았다(신관장이 분명 회전서브가 좋다고 팁을 줬는데도 왜 그렇게 받았을까? 남영우 씨와의 시합 이후 남영우 씨에게 회전서브에 대한 리시브 방법을 이야기해 준 것에 대한 나의 무의식적 자기처벌이었을까?). 또 시합 전에 떨어져서 남영우 씨의 스매싱을 받는 연습을 했는데, 김재원 씨의 공은 강한 백핸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약간씩 스톱성이라 내 공격에 범실이 잇따랐다. 백핸드에서의 리시브의 미숙이 여실히 드러난 시합.
김재원 씨는 중펜 특유의 백핸드 스윙이 부수에 비해서 상당히 좋은 편.
<공내기 시합>
1. 신준기(-1) 1)패(8) 2)승(6) 3)승(7) 4)승(7)
1)승(5) 2)승(8)
<신관장에게>
신관장과 나와의 게임은 대체로 신관장이 공격을 많이 하고 내가 디펜스를 하는 스타일이었는데(나는 항상 그래왔다고 생각하는데, 신관장은 예전에는 내가 선제를 더 많이 잡은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대체로 3구는 무조건 돌아섰다고 한다면 그 말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것도 같다), 요 며칠 신관장은 내 볼빵이 약한 것을 파고 들어 공을 오히려 죽이면서--혹은 변화를 주면서--탁구를 쳐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다. 하지만 공격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었기 때문에(며칠 전 재석이 형을 2점 접고 3:0, 3:1로 이길 때 나름대로 공격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는데, 신관장의 공은 여전히 까다로웠다) 지더라도 공격 위주의 스타일--공격을 많이 하면 당연히 디펜스로의 전환은 어렵다--을 유지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어제 러버를 바꾼 다음 내 볼빵이 한 단계 정도는 올라가 신관장이 내 공격을 받아내기가 예전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신관장은 빨리 공격으로 전환을 해야 하는데, 신관장이나 나나 이런 전환이 느린 편이기 때문에, 이날 시합에서 그걸 풀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상대에게 먹히는 플레이로 재빠르게 전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원론적이지만 명념해야 할 것. 돌이켜 보면 내가 재원 씨에게 형편없이 지고 만 것은 나의 취약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두 사람 다 이 점을 좀 더 보완해야 할 것이다.) 신관장이 좋은 볼을 가지고도 시합에서 성적을 많이 내지 못하는 것은 이런 전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을 내가 파악한 대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때로 이기는 시합을 하지 못하고 상대의 공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면 과도하게 긴장을 하거나--특히 이것이 많이 드러나는 것은 리시브 때라고 할 수 있는데--굳이 내 뜻대로 하려는 고집 때문이 아닌가 한다. 힘들긴 하지만 상대와 나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그것은 더 나아가자면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될 것인데, 시합 때 나의 장점과 상대의 약점을 부각시키기 보다, 상대의 장점과, 나의 약점을 강조하는 그런 경우는 없지 않은지.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보니까, 내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신관장과 나는 다르면서도 또 성격상 비슷한 면도 없지 않아서 어느 정도는 적용될 수도 있을 듯하다.)
신관장에게 느끼는 또 다른 불만 중 하나는 가위바위보가 2점 핸디의 경우에는 상당히 중요한데, 가위바위보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그것은 자신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을 하기 싫어하는 게으름에서 나오는 것인지.
(지금까지의 글은 요즈음 계속 밀리다가 한 번 이기고 나서 신관장의 약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음)
2. 김형진(1) 1)승(12) 2)승 3)패 4)승
1)승(8) 2)승(6)
형진이와의 게임에서는 백핸드가 밀려서 고전했었는데, 어제 시합에서는 드디어 내가 백핸드에서도 형진이에게 밀리지 않아 어렵지 않게 승리했다.
(이 두 번의 3파전에서 나-4승, 김형진-2승 2패, 신준기-4패를 기록)
탁구가 많이 회복이 되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예전보다 볼파워--요즈음 러버가 더 좋아진 것도 있지만--가 더 좋아진 느낌도 있다. 절치부심한 결과가 보이는 듯해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내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