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내려오는 길에 몇 달 전에 서울로 올라올 때 저녁 늦게 이용했던 길(경천호에서 단양IC)을 역으로 밟았다. 그 길에는 88년 아니면 89년 군대 시절에 찾았던 사인암이 있어서 다시 찾아가봤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경천호는 호수를 둘러싼 산들--그 중에서도 천주산이 특히--의 산세와 어울어져 내가 찾은 저수지 중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지도나 책에서 본 천주산 주변의 경천호와, 내비를 따라간 경천호를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같은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사인암에서 경천호로 가는 길에는 충청북도의 이름난 산들이 많이 있었고, 또 예전에 황장산에 들렀다가 길을 잘못 들어 내려온 곳이 59번 국도상이라는 것, 그 길을 다시 한 번 차로 밟아본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경로와 단상들]
노원(전민규 황제 누룽지탕/ 미래에셋) - 동부간선도로 - 의정부 IC - 퇴계원 IC - 46번국도 (춘천 방향) - 마석 IC - 화도 IC[서울양양60] - 가평 휴게소(월요일인데도 나들이 객이 상당히 많아, 주차장이 차로 가득. 춘천까지 가는 길에 유일한 휴게소라서 더욱 복잡한지도. 화장실에 걸린 사진 중에서 승호대에서 본 소양강 전경이 마음에 들어 다음에 이곳을 찾아가 볼 생각) -
(건봉령 승호대에서 찍은 사진, 퍼옴)
[이 때까지도 오대산 소금강에 들러볼까 하는 생각으로 약간 고민. 하지만 주변산을 보니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고, 소금강에 도착하면 3시가 넘을 듯하여, 아직 감기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는데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계속 남으로 전진] - 조양 IC - [중앙 55] - 치악휴게소 [영실이가 전주 한옥마을 갔을 때 산 초코파이와 핫식스 섭취. 슬리퍼로 갈아 신고 운전하기 시작. 슬리퍼는 당구칠 때처럼 운전용 전투화] 단양 IC - 약간 북쪽으로 가서 927번 지방도(경천호) [경천호를 향해 가는 길에 사인암이 있어서 주차를 하고 사진 몇 장 찍음. 내 아련한 기억 속에는 사인암만 덩그러니 있었는데 주변에 아름다운 바위들이 좀 있고, 사인암 옆에는 새로 청련암이란 암자가 들어선 데다가 둘레길이며, 출렁다리 등을 조성하여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나이 드신 분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와서 월요일의 한적한 관광지를 다소 북적이게 했다.]
(어떻게 이 작은 나무에 이 많은 사과들이 매달리게 할 수 있는지. 기술이 놀라울 따름이다.)
[단양 8경 중 4경인 이 사인암은 본관이 단양이 고려말의 문신인 우탁이 이곳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에 그의 관직인 '사인'에서 그 명칭이 유래했다고 한다.]
- 사인암을 뒤로 하고 927번 지방도로를 달림 (남소백산의 주봉인 도솔봉을 이 부근에서 등산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있었음. 내가 사진에 담은 봉우리는 도솔봉이 아니라 흰봉산인 듯)
이 도로에는 원경에 경치 좋은 산들이 많았는데 수리봉을 중심으로 석화봉, 신선봉 등인 듯 (잘 모르겠음)
책에서 보았던 소백산 관광목장 직전에 우회전하여 달리다가(이 도로는 국지도인 듯) 59번 국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좌회전 [이 쯤에서 나는 예전에 황장산을 올랐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낯선 도로로 내려왔고 처음에는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다 방향을 바꿔 걸어가가 동로로 가는 버스을 탔음. 이 낯선 도로를 그 때는 이름도 없는 도로라고 생각했는데, 59번 국도라는 사실에 놀랐음. (하지만 59번 국도는 오대산을 넘어가는 구간에는 콘크리트 포장만 한 1차선 도로 구간도 있음. 이 때의 경험 또한 특이했음.) 거기에서 생달리로 들어가는 차를 타다가 어떤 식당--이번에 보니까 '청산'이라는 백숙, 오리 등을 하는 식당(사진을 찍어 두려다가 나오는 길에 찍으려고 했는데 그냥 지나침)이었는데--까지 들어가는 차를 얻어타고, 거기부터는 걸어서 차를 세워둔 데까지 한 시간 가까이 걸어감. 출입이 금지된 백두대간으로 촛대바위가 인상적인 곳. 황장산의 전경이 아름다움.]
동로면 삼거리에 들어서기 전에 이 천주산이 눈에 들어왔음. 산 형태가 특이 해서 책에서 본 것이 기억에 잘 남아 있었다. 동로면을 지나가다가 예전에(한 십 년 전 쯤이었나?) 백두대간을 따라 - 그 때에도 입산금지였다 - 황장산을 올라갔던 기억이 나서 그 입구까지 갔다가 왔다. 전체적으로 등산로가 약간은 리지를 해야하는 그런 곳이었는데, 중간에 한 곳에서는 기울기 60도 정도에 5미터 정도 되는 바위를 올라가야 해서, 아무것도 잡을 것이 없어서, 한 동안 망설이다가 한달음에 뛰어올라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상 부근에서는 미끄러운 흙길에서 넘어지기도 했고, 내려오는 길에는 밧줄을 타야했던 곳도 있었다.
(붕어를 닮은 이 천주산 자락에 경천호가 있다. 이 때 종찬이에게서 전화가 와서 시시껄렁한 농담 몇 마디를 했다. 내가 이 산이 종찬이를 닮았다고 하자, 종찬이는 "그럼, 아주 잘 생겼겠네"하고 응수했다.
[글과 사진을 어떻게 하면 잘 어우러지게 할 수 있을지? 또 이것이 일차적으로는 내 여행의 기록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는 공감을 줄 수 있는 글과 사진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이런 것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 59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다 경천호를 만나는 지점에서 금천교를 건너 928번 지방도로 좌회전. 일단 호수를 이쪽부터 감상하기로 했는데, 내비에 섬 하나가 떠서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안내판을 보고 알게 된 것이지만 돌문섬이라고 불리는 이 섬은, 원래는 야산이었던 것이 수몰되면서 봉우리가 남은 것인데, 다른 호수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꽤 높이가 있는 이 섬이 이 호수에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켰다. 차량 통행이 별로 없어서 차도 가장자리에 차를 세우고 찰칵.
- 그 다음에 이 지방도를 따라 계속 달리자 호수에서 점점 멀어져서 되돌아와서, 인곡리라는 마을로 들어가 호수 근처로 나가보려 했으나 길이 없었고, 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올라가보아도 전망이 좋지 않아서 그냥 내려와서 다시 59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면서 호수의 경치를 찍었다. 전체적으로 날은 흐렸으나, 호수가 주변 산세와 잘 어울려 사진이 꽤 아름답게 나왔다.
한창 공사중인 제방까지 갔다가, 폐업한 경천호 횟집을 뒤로 하고 다시 59번 국도, 928 지방도를 따라 달렸다. 이 지역에서는 용문사가 꽤 유명한지 안내판에 자주 눈에 띄었다. 그리고 만난, 운암지와 금당지. 운암지는 저수지만 찾아 다니다 보니까 헛것이 내비에 보였나 했으나 잘못 본 것이 아니고, 흥미로운 점은 규모가 작지 않은 이 두 저수지가 거의 붙어있다시피 하다는 것.
이 때 시각은 벌써 여섯 시를 넘어서서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 예천은 가본 적이 없는 곳이어서 한 번 둘러보기로 하고, 변두리에 차를 세우고 중심가로 걸어들어갔는데, 중심 도로인데도 가게들의 불도 어둡고 인적도 뜸해 읍 중에서도 소읍인 모양이다라고 했는데, 이 때 쯤부터 중심가 다운 면모가 드러나는 곳에 다다랐다. 혼자 식사할 만한 곳을 찾아 헤매다, 40년 전통이라는 [삼일 식당]에서 따로 국밥을 먹었는데, 조그마한 식당에는 손님으로 넘쳐났고, 특별히 맛있다고 할 순 없어도 6천 원에 선지가 조금 들어간 무우국에 호박전, 고등어까지 나와서 가성비면에서는 갑이라고 할만 한 그런 곳이었다. 오래 예천 거리를 찾아 헤맨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할까?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오다가 차를 세워둔 곳을 지나쳐서 다시 돌아가야했는데, 내 차를 세워둔 곳에서 마침 [평생건강원]인가 하는 가게가 내 눈길을 끄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
예천 IC에서 남대구로 싱싱. 중간에 내 차 뒤에 딱 들어붙는 놈이 있어서 신경질이 나기도 했으나, 사고가 나면 다치는 것은 피차일반이라, 내가 옆차로로 비켜주고 말았다. 서울에서 11시 45분 경에 출발해서 대구 본가에 도착한 시각은 8시 50분 경이었다.
단양8경 중 4경인 사인암을 다시 본 것과, 산그림자와 호수 안의 섬이 운치를 더한 경천호를 중간에 찾음으로써 단순히 내려오는 길만이 아니라 짧은 여행을 품은 길이 되었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도 운문댐, 운문호, 그리고 낙대폭포, 화강지(화양지), 부야지(191124) (0) | 2019.11.25 |
---|---|
서산, 예산, 부여, 고군산, 군산, 변산(190928-30) (0) | 2019.10.15 |
엄마와 나들이 - 달기 약수터 (190918) (0) | 2019.09.18 |
다시 합천댐 물문화관 [190901] (0) | 2019.09.02 |
경주, 양동마을과 뜻밖의 안계저수지 1(190621-22) (0) | 2019.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