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여행의 구체화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략 12월 15일쯤에 수원에 있는 둘째 여동생이 12월 24일 밤에 대구로 내려온다고 했다. 이 때만 해도 여행이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동생이 내려온다는 것은 엄마를 돌보는 일에서 벗어나는 걸 의미했지만, 기말고사와 탁구 동호회의 연말 모임, 성적 처리 등의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서울로 올라오기 전날인 12월 18일에 화장실에서 똥을 누다가 문득, '동생이 좀 오래 대구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곧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동생은 나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어 29일 일요일까지 대구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대만 여행은 거의 확정되었다. 자칫 비행기표가 없을 수도 있으니 일단은 비행기표를 알아보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 때 나는 일본에 갈 때 저질렀던 실수를 다시 한 번 반복했다. 김포에서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쑹산 공항으로 가는 비행편을 알아보지도 않고, 인천에서 타오위안 공항 편 비행편만 알아보았던 것이다(표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시도할 생각조차 못했다는 것,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했다는 것이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짜증 게이지가 확 솟구쳤다). 쑹산 공항의 존재 자체를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김포에서 외국으로 나간 적이 없어서, 김포는 국내 항공이라는 생각을 벗어던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인천에서 타오위안까지 대한 항공은 왕복 가격이 듣던 소문과는 달리(홍콩까지 왕복도 저가 항공으로 29만 원에 다녀왔는데) 50만 원을 넘어서 여행을 포기할까, 하는 마음까지 들게 했다. 출발에 임박해서 표를 사려니까 비싼 것은 당연한 이치임에도 화가 솟구쳤다. 중화 항공은 그나마 좀 싼 편으로 40만 원 정도였는데, 표가 한두 좌석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빨리 구해야 했다. 하지만 여권이 서울 내 아파트에 있어서 표 구입은 서울에 올라와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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