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티노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대부분 '폭력성' 혹은 '잔인성'이라고 하지 않을까 한다. 데뷔작인 [저수지의 개들]부터 해서, [펄프 픽션], [킬빌], [장고] 등은 영화 전체가 피로 얼룩져 있다. [펄프 픽션]이 신선했다고 느껴지는 것은 두 개의 다른 사건들이 교묘하게 연결되는 것이리라. 시간이 오래 되어서 기억이 흐릿한데, 지금 느낌을 좇아보면 앞에 맥락 없이 나온 장면이 나중에 반복되면서 그 의미가 뚜렷해지는 그런 것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1960년대의 헐리우드와 그 시기를 재현해낸 이 작품은 상당히 다른 진행을 보인다. 이전 영화에서 보이던 잔인한 장면들은 작품 내내 발톱을 감추고 있다가 마지막에 한꺼번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부인과 그 주변 인물들의 살해 사건이라는 실화를 비틀어, 오히려 살해자들이 처형당하는 결말을 연출해 내고 있다. 161분이라는 긴 런닝 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는 있지만 영화의 메시지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고, 미국의 옛날 혹은 올드 무비에 그렇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닥 흥미롭지 않은 영화이다.
타란티노가 자신의 영화 철학을 작품 속에서 구현하고는 있다 하더라도, 그의 영화가 심장에 와닿는 그런 것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면이 있지 않은가? (별로 자신 있게 하는 말은 아니다.)
'영화 그밖의영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탠바이, 웬디(Please Standby) - 벤 르윈 (0) | 2020.04.06 |
---|---|
데인저러스 메소드(A Dangerous Method)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 (0) | 2020.03.28 |
정지영 - 블랙 머니. 2019 [VOD] (0) | 2020.02.29 |
이해준, 김병서 - 백두산. 2019 [강남 CGV] (0) | 2020.02.29 |
마이클 크라이튼 - 이색지대(Michael Crichten - Westworld). 1973 (0) | 2020.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