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치료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연상] 방식은 프로이트의 전기 작가인 어니스트 존스에 따르면 [히스테리 연구]에 나오는 "엘리자베스(Elisabeth von R.)의 치료 경험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흔히 이야기된다. 그녀가 이야기를 하는 중에 프로이트가 자꾸 개입을 하자, 그녀는 프로이트에게 "이야기를 끊지 말고 자유롭게 이어나가도록 내버려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출처가 어디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최병건 선생님에게 들은 기억은 나고, 책에서도 읽었다). 이후 프로이트는 최면요법, 머리를 누르는 것, 암시, 질문 등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연상 방식을 근간으로 삼게 되었고, 이 방식은 현재까지도 정신분석적 치료에서 가장 기본을 이룬다. 더 나아가 존스에 따르면 [자유연상] 기법은 하루 아침에 발견된 것이 아니라, 1892-95년 사이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정신분석적 상담(치료)을 받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전에 명상을 하면서 하던 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파편적인 이미지나 생각들'을 이야기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해서는 도움이 안 되니, 생각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라"라고 말했다. 또 당시 기록을 살펴보니 선생님은 "자기 나름대로 책을 읽고 해서 자유연상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했다.
영문판 위키피디아를 보니 몇 가지 사실을 더 언급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이 자유연상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쉴러의 편지([꿈의 해석]에서 언급), 루드비히 뵈른의 글 등에서도 얻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후설의 '에포케'(epche - 판단 유보 정도) 개념이나, 프랜시스 골턴의 글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자유연상과 관련해서 중요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용어는 "의식의 흐름"이다. 윌리엄 제임스가 자신의 주저인 [심리학의 원리]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 개념을 먼저 그의 동생인 헨리 제임스가 자신의 작품에서 문학적으로 차용했고(마르셀 프루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이후 20세기 초반에는 조이스나 울프, 포크너 등의 작가가 이 "의식의 흐름" 기법을 이용해 작품을 창작했다. 우리의 내면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될 수 있는 대로 가감 없이 적어나가려 했다(물론 작품에서는 그것이 허구적 상황이지만)'는 점에서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자유연상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 두 용어를 비교해보는 작업도 흥미로운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로크가 언급하고 있고, 데이비드 하틀리에게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관념 연합]이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을 로렌스 스턴은 자신의 작품 [트리스트람 샌디]와 [감성 여행]에서 이용했다..
[나의 이력서]에 나온 부분뿐만 아니라, 참조를 위해 [정신분석입문]에 나오는 부분도 일부 인용했다.]
<인용문>
51-53) 우선 환자를 몰아붙이고 용기를 북돋아 줌으로써 그의 저항을 극복하는 일은 의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최초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의사나 환자 양측에 너무 힘든 것이었으며, 당연히 뒤따르는 회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것은 일정한 의미에서는 그것과 반대되는 다른 방법으로 대체되었다. 환자로 하여금 어떤 특정한 주제에 대해 무슨 말을 하게끔 몰을붙이는 대신, 이제 나는 환자에게 자유연상에 자신을 내맡기도록, 다시 말해 어떤 의식적인 목적을 떠올리지 않았을 때 그에게 떠오르는 것을 말하도록 요구했다. 다만 환자는 그의 자각(보충 self-perception)에서 떠오르는 것을 말 그대로 모두 알려야 하고, 어떤 단상은 중요치 않다거나 관련이 없다거나 전혀 의미가 없다거나 하는 동기에 따라 제거해 버리는 비판적 거부에 빠지지 말아야 했다. 이렇게 보고를 함에 있어 환자가 솔직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바로 분석적 치료의 전제이기 때문이었다.
정신분석학의 기본 규칙을 따르면서 자유연상의 방법에 의해 내가 기대했던 성과, 즉 저항에 의해 억압되고 거리를 두었던 자료를 의식으로 이끌어 내는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의아하게 보일 수 있겠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자유연상이 사실은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환자가 그의 사유 활동을 어떤 특정한 주제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 할지라도 그는 분석 상황의 영향하에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과 관계 있는 것만이 환자에게 떠오른다고 가정할 수 있다.
억압된 것을 재생하는 데 대한 환자의 저항은 이제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된다. 첫째 그것은 비판적 이의 제기를 통해 나타나는데, 정신분석학의 기본 규칙은 이 이의 제기를 겨냥한다. 그러나 환자가 이 규칙에 따라 장애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저항은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때 저항은 분석되는 사람에게 억압된 것 자체는 결코 떠오르지 않게 하고 단지 억압된 것에 암시적으로 근접한 것만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그리고 저항이 강할수록, 환자가 보고하게 되는 대체 연상은 분석자가 원래 찾고자 하는 것에서 멀어진다. 자기 편에서 어떤 강제적 노력 없이 침착하게 귀기울여 들으며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적으로 어떤 것으로 앞으로 다가올지 준비하는 분석자는 이제 환자가 드러내는 자료를 두 가지 가능성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한편으로 저항이 적을 경우, 분석자는 암시로부터 억압된 것 자체를 알아낼 수 있다. 다른 한편 저항이 클 경우, 분석자는 주제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연상들에서 이 저항의 성격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분석자는 환자에게 이 저항을 알려 줄 수 있다. 저항의 덮개를 벗기는 일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렇게 해서 분석 작업의 테두리 내에서 해석 기술이 등장하는데, 이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요령과 연습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유연상의 방법은 이전의 방법에 비해 많은 장점들을 지니고 있는데, 노력이 적게 든다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방법은 피분석자에게 강요를 최소한의 정도로 줄이고, 실제적인 현재 상황과의 접촉을 잃지 않으며, 신경증의 구조에서 어떤 요소도 간과되지 않고 분석자의 어떤 기대도 그것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포괄적인 보증이다. 분석의 과정과 자료의 배정을 정하는 일이 본질적으로 환자에게 위임되어 있다. 따라서 특정한 증상과 콤플렉스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일은 불가능하게 된다. 최면법이나 독촉법에서의 과정과는 정반대로 상호 연관된 것을 치료의 상이한 시점과 상이한 곳에서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분석적 치료는 청중(보충 spectator)에게는--사실 청중이란 있을 수 없다--완전히 불투명한 것일 것이다.
40-41) It may seem surprising that this method of free association, carried out subject to the observation of the fundamental rule of psychoanalysis, should have achieved what was expected of it, namely the bringing into consciousness of the repressed material which was held back by resistances. We must, however, bear in mind that free association is not really free. The patient remains under the influence of the analytic situation even though he is not directing his mental activities on to a particular subject. We shall be justified in assuming that nothing will occur to him that has not some reference to that situation. His resistance against reproducing the repressed material will now be expressed in two ways. Firstly it will be shown by critical objections; and it was to deal with these that the fundamental rule of psychoanalysis was invented. But if the patient observes that rule and so overcomes his reticences, the resistance will find another means of expression. It will so arrange it that the repressed material itself will never occur to the patient but only something which approximates to it in an allusive way; and the greater the resistance, the more remote from the actual idea that the analyst is in search of will be the substitutive association which the patient has to report. The analyst, who listens composedly but without any constrained effort to the stream of associations and who, from his experience, has a general notion of what to expect, can make use of the material brought to light by the patient according to two possibilities. If the resistance is slight, he will be able from the patient's allusions to infer the unconscious material itself; or if the resistance is stronger he will be able to recognize its character from the associations, as they seem to become more remote from the topic in hand, and will explain it to the patient. Uncovering the resistance, however, is the first step towards overcoming it. Thus the work of analysis involves an art of interpretation, the successful handling of which may require tact and practice but which is not hard to acquire. But it is not only in the saving of labor that the method of free association has an advantage over the earlier method. It exposes the patient to the least possible amount of compulsion, it never allows of contact being lost with the actual current situation, it guarantees to a great extent that no factor in the structure of the neurosis will be overlooked and that nothing will be introduced into it by the expectations of the analyst. It is left to the patient in all essentials to determine the course of the analysis and the arrangement of the material; any systematic handling of particular symptoms or complexes thus becomes impossible. In complete contrast to what happened with hypnotism and with the urging method, interrelated material makes its appearance at different times and at different points in the treatment. To a spectator, therefore--though in fact there must be none--an analytic treatment would seem completely obscure.
[신판 [정신분석강의]. 임홍빈, 홍혜경 391- 392] 우리는 환자가 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고 조용히 자신을 관찰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내부에서 느끼는 자각들, 즉 감정들과 생각들, 기억들을 떠오르는 순서대로 모두 말하도록 요구합니다. 이때 우리는 환자가 어떤 특정한 동기에 굴복해서 연상된 내용들 가운데 일부만을 선택하거나 제외시키지 않도록 분명하게 경고합니다. 가령 그 기억을 발설할 경우 너무 <불쾌하거나 혹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이유를 댈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서> 여기서 언급할 필요가 없다거나,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얘기라서>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는 등의 동기들이 작용합니다. 우리는 그가 항상 자기 의식의 표면에 나타나는 연상들만 주목하고, 어떤 형태로든 자기가 발견한 것에 반대하는 모든 비판을 포기하도록 경고합니다. 그리고 치료의 성공 여부나, 특히 치료 기간의 지속은 환자 자신이 정신분석의 기술적인 근본 규칙을 얼마나 양심적으로 따르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그에게 말해 줍니다. 우리들은 꿈-해석에 적용했던 기술을 통해서 이와 같이 그에 대항하는 회의나 반론들을 동반하는 바로 이러한 연상들이야말로 무의식을 발견하도록 인도해 주는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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