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우리의 삶을 감싸고, 불확실성 속에서 마음이 안정이 잘 안 되는 그런 나날이다. 개인적으로도 어머니의 노환, 강의, 집안일 등이 머리를 아프게 한다. 그나마 탁구는 꾸준히 치고 있어서 실력이 조금씩이라도 늘고 있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지속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는 백핸드드라이브와 YG서브를 게임에서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하게 될 날은 언제일까?). 추석 무렵부터 내 마음은 다시 한 번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 바람에 이리저리 떠밀리는 배처럼 방향성을 잃고 부유하는 날들이 연속되었다. 마음 혹은 정신의 상승과 하강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라, 이제는 어느 정도 대처하는 힘도 생겼으나 그럼에도 힘겹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강기의 대표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글을 쓰는 힘, 혹은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다. 이제 그 어둠에서 좀 벗어난 것인가?
날씨가 겨울을 재촉하면서 또 한 번 차가워졌다. 대신에 미세먼지도 없고 맑고 쾌청한 날,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오전 11시 반 상인동 출발) 코로나 때문에 어디로 간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게 되고 말았다. 남해안 쪽으로 가서 쪽빛 바다를 보면서 드라이브를 하고 싶은 마음(마산의 팔룡산 자락에 있는 "봉암수원지"도 한 번 거닐면서 사진을 찍으면 좋을 듯)도 있었으나,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전국적으로 3차 대유행인 요즈음에 오히려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경북 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탁구장의 누군가가 수영 금지 구역인지도 모르고 수영을 하다가 벌금을 물었다는 영덕의 옥계계곡으로 정했는데, 나의 드라이브가 대체로 그렇듯이 목적지를 향해 곧바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어서 목적지에 도달할 지는 미지수였다. 가다가 마음이 드는 곳을 발견하면 그곳에서 시간을 지체하기 마련이라 해가 짧은 요즈음에는 목적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날이 어두워질 확률이 높았다.
먼저 수성 IC쪽으로 갈 때마다 보았던 범물동 쪽에 있는 저수지를 한 번 찾아가기로 했다. 앞산터널을 이용할까 하다가, 앞산순환도로를 탔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체구간인 앞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곳 근처, 덮개?가 덮힌 곳부터 차가 꽤 많이 밀렸다(이 덮개는 왜 만들어 놓은 것인지, 인접한 캠프워커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대체로 십여 분 정도면 그 구간을 통과할 수 있었는데, 기다리기가 싫어 순환로에서 빠져나와 유턴한 뒤 [해넘이 전망대]로 향했다. 작년 8월 정도에 완공된 후 지나면서 늘 보기는 했어도 올라가보지는 못했다. 열흘 전 쯤 잠이 일찍 깨어 새벽에 이곳을 찾았으나 전망대가 닫혀 있어서 올라가지는 못했다. 이날의 여행은 목적지에 가는 것보다 중간 과정에서의 만남들이 더 포인트가 있는 그런 것이었다.
전망대라고 해도 바닥에서 50미터 정도 높은 정도에 지나지 않아, 앞산 꼭대기에 올랐을 때의 장쾌한 조망을 전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내가 알아온 대구의 구도심이 웬만큼 눈에 들어온다.
문득 예전의 대구 모습이 궁금해 검색을 해보니 앞산에서 내려다 본 사진이 있어서 올려본다.
대구의 도심이 아니라 두류산을 중심으로 한 서쪽 부분이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빈 공터들이 많이 보이고, 산들도 나무들이 별로 없거나 있는 곳들도 그렇게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다. 50년 가까운 세월의 흐름은 대구를 얼마나 바꾸어 놓았는가? 지금보다 상당히 규모가 컸던 성당못, 그리고 지금은 매립되고 없는 감삼못(난 이 감삼못 뒤쪽에 있는 경운중학교를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는데, 하루는 못옆의 좁은 길을 지나다가 못에 빠지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다)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 상단에 있는 산은 [개구리 소년들]로 유명한 와룡산이다.
(참고로 [앞산]의 명칭을 둘러싼 혼란을 정리해 본다. 어린 시절부터 나를 헛갈리게 했던 것인데 작년에서야 정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구에서 흔히 [앞산]이라고 부르는 산은 크게 보아 3개의 산봉우리를 통칭하는 명칭이다. 대구 시내 쪽에서 보았을 때 왼쪽부터 차례로 산성산(653m), 앞산(660m), 대덕산(546m)이 그것이고, 최고봉인 앞산은 공군 사이트가 있어서 올라갈 수 없다. 그리고 앞산의 오른쪽에는 앞산보다 백 미터 이상 높은 청룡산(794m)이 이어지고, 이 청룡산은 북쪽의 팔공산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명산인 비슬산(1083m)으로 이어진다. 앞산에서 비슬산까지의 종주는 지난 이십 년 정도 내 로망 중의 하나인데, 작년 겨울 대만 여행 당시 [타이루거 협곡]의 아스팔트 도로를 너무 많이 걸은 후유증으로 두 시간 이상 걸으면 발바닥의 통증이 심해서 이루기 힘든 꿈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요즈음엔 탁구로 인해 육체적으로 늘 힘든 상황이라 산행을 할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정작 주인공인 전망대 사진은 빼먹어 인터넷에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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