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에 적어둔 것을 옮겨 본다. 당시 대학원 석사 논문을 연한에 걸려 포기하고, 쓰라린 마음을 달래려 탁구에 매달렸던 것인데, 펜홀더 전형에서 셰이크 전형으로 바꾼지 1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시합에서 대진운과 내 포핸드 스매싱의 위력이 더해져서 뜻밖에 준우승을 거두는 괘거를 이루었다.]
어제의 노원구 구청장배 탁구 시합은 운이 우리의 운명의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한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하지만 "운"과 함께 "개인의 능력"도 그만큼 중요함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복식에서 3위, 단식 2위. 셰이크 핸드로쳐서 입상을 하고 성적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펜홀더로 계속 쳤더라도 오늘과 같은 성적을 낼 수 있었는지는 미지수이다. "영우" 동우회(덧붙임 : 애초부터 논문을 쓸 생각이 없었던가, 나는 석사 논문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영우 동우회라는 탁구 동우회에 들어갔다)에서 여러 사람과 시합을 한 것이 알게 모르게 서비스 리턴에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복식에서도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시합에 임했더라면 더 나은 성적을 낼 수도 있었을텐데. 그리고, 복식 시합에서의 서브권자 선정에 관한 룰을 새로이 알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었다. 한원덕 씨 서브를 덜 탄 것(덧붙임: 돌출러버에 대한 나의 취약성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여서 나는 이분과의 시합에서 이긴 적이 거의 없다. 아니 전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시성 서브는 라켓을 좀 더 숙이고 정확하게 받아야 한다는 것. 좀 더 정신을 집중해서 공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 리턴 미스에 너무 신경을 써도 안 된다는 것 등이 어제 시합에서 배운 것이었다. 한원덕, 마천웅 관장 조와의 복식 시합에서 진 것은 "기세"에 밀린 탓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좀 더 탁구에 몰두함으로써 논문을 못 쓴 충격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 단식
(16강) 유영노 씨와의 시합은 첫 세트는 21대 18로 꽤 무난하게 이긴 편이었는데, 둘째 세트는 29대 27로 억지로 이겼다. 유영노 씨가 쇼트가 약하고, 화 무회전 서비스 리턴을 돌아서서 치지 못한 탓에 나는 계속 공격을 하고, 유영노 씨는 계속 수비를 하고, 또 유영노 씨의 서비스에서는 내가 리턴을 잘 하지 못해서, 그냥 커트로 넘기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계속 공격을 당하고, 서로 치고 받아올리는 화려하지만 실상은 속이 없는 플레이를 두 사람은 했다.
조유경 씨(8강)는 꽤 쉽게 이겼고, 마천웅 관장(4강)에겐, 이긴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뜻밖의 승리를 했다. 서비스 리턴이 많이 흔들렸기 때문에 1세트를 내주고(19?), 2세트는 내가 쉽게 이기고(12?), 3세트도 무난히 이겼다(16). 오시성 서브와 스톱볼 비슷하게 들어오는 둥 마는 둥 하는 볼 때문에 애를 먹었으나, 나중에 드라이브로 슬쩍 걸어올린 게 주효했다.
(덧붙이: 이 세 사람은 모두 떨어져서 수비를 해주었기 때문에, 백핸드의 내 약점은 최소화하고 포핸드 스매싱이라는 내 강점은 극대화할 수 있었다.)
같은 동우회 멤버인 김정헌 형과의 시합은 역부족이었다(덧붙임. 오목대 전형이 이 형과는 당시 21점 게임에서 보통 때는 핸디를 5알이나 받았는데 맞쳤으니까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1세트는 16, 2세트는 13점 정도로 졌다. 최선을 다했지만, 정헌 형은 상당한 실력이었다. 화 스매싱 혹은, 화 난타를 좀 더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백 쇼트와 푸쉬, 백 치는 것, 백 스매싱 등도 익혀야 할 것이다.
탁구에 자신감을 갖게 해 준 시합이었다. 대진운이 상당히 좋았던 것이 일단은 가장 큰 변수였으나,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 믿음,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훈련 등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걸 해야 한다. 문학을 해야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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