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 차를 몰고 구일로 향했다. 중간 중간 약간씩 막히는 데가 있었으나 그래도 월계동 우리 집에서 구일탁구장까지 50분 정도만에 도착했다. 잦은 술자리로 인한 과음과 과식(소맥과 돼지고기 등)으로 소화불량인 속을 달랠 겸, 탁구장 근처 식당에서 비빔밥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고 탁구장으로 들어갔는데,
아니 1부로 등록이 되어 있다. 관장님에게 왜 1부로 되어 있냐고 물어보니, (금요일에 우승한 것의 후폭풍이리라) 내가 3부로 나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근래에는 4부로 나가서도 계속 예탈했다. 3부인 후배 영우에게는 두 알 잡고도 못 이긴다"라고 항의를 했더니, 그러면 2+를 하라고 한다. (+부수는 구일에서는 독특하게 운영하고 있었는데, 바로 위아래 부수에서는 한 알을 잡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니까, 2+의 경우, 1부에게는 한 알을 받고, 2부에게는 한 알을 주는 시스템. 그 외 부수는 영향을 받지 않았고, 이 날 시합에서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날은 후배들 없이 혼자 게임에 참가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천리안에서 알던 진성후 씨를 만났다. 나는 이름이 기억이 안 났는데, 먼저 내 이름을 반갑게 불러 주었다. 시합을 하다가 이야기를 나눌 겸 찾아봤더니,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예선전]
1. 제둘련 (6부) 패(14) 패(9) 승 승 승(6)
우승을 하니까 견제가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었던가? 나는 첫 게임부터 다소 긴장을 했다. 거기다 탁구대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1탁에 배정이 되었다. (우리 조에서 5위를 한 이 분은 하위부에서 우승을 거두었다.)
이 여자분은 타구장에서 온 분인데, 연습을 할 때에는 공을 약하게 치더니, 시합에 들어가자 아주 저돌적으로 몰아부쳤다. 첫 세트를 듀스를 여러 번 왔다갔다하다가 지고 난 뒤 내 기가 좀 꺾였던 듯하다. 서브를 약하게 넣고는, 왼쪽으로 커트를 내리 눌러서 보내고는 스매싱을 하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플레이를 내가 적절하게 풀어내지 못하고, 투 세트를 내주고는 진 줄 알았는데 (예선전은 좀 여유 있게 치자는 생각도 있었던가) 일요 리그는 금요 리그와 달리 5세트를 한다고 했다.
플레이에 적응을 하고 부터는 (내 서브를 타지 않아서 좀 애를 먹었는데, 서브를 넣고 3구를 공략하는 작전으로 바꾸었다) 게임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 내리 3세트를 따냈다.
2. 김욱진(5부) 패 승 패 승 승(7)
이 사람은 드라이브 원빵이 워낙 좋아 디펜스로 승부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선제를 잡으려고 애썼고 다행히도 이 사람의 약점은 디펜스가 약하다는 것이었다. 다소 엎치락뒤치락은 있었으나 후반부로 갈 수록 이 사람 플레이에 부족한 정교함을 내가 계속 파고 들자, 무너지고 말았다.
3. 이철훈 A (5부) 패 패 승 승 승
이 사람의 플레이도 특이해서 애를 먹었다. 일단은 서브의 타점이 반칙은 아닌데 다른 사람과 달라서 좀 애를 먹었고, 완전 디펜스 플레이도 아니면서 백핸드가 강했다. 그러나 자꾸 치면서 이 사람의 약점은 포핸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계속 포핸드 쪽으로 공을 주었더니 무너져 내렸다.
4. 고재현 (4+) 패 패 패 (뒷판 롱)
수비수에게 약한 모습을 또 한 번 보여준 게임. 공격은 물론 커트도 어려웠던 게임. 뜬 공을 스매싱하면 그대로 네트에 가 꽂혔고, 상대방의 커트도 네트를 잘 넘기지 못해 이길 수가 없었다.
게임을 전혀 풀지 못하고 시합이 끝나고 말았다.
5. 손우문 (3) 패 승 패 승 승(12)
종암동의 [연맹]에서 운동을 할 때 아는 분이라 최선을 다해야 할지, 아니면 나는 져도 올라가니까 좀 약하게 칠지 망설여졌다. 그런데, 이 분이 져도 조 4위로 올라간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상대는 만만치가 않았다. 백핸드가 특히 유연하게 나왔다. 예전에는 쉬운 상대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동안에 많이 늘었던 것이다.
5세트 듀스까지 가서 겨우 이겼는데, 결국 이 날 이분이 우승을 했다. (이 분은 수비수를 참 잘 다뤘다.)
[본선]
1회전 - 김태훈 (4부) 펜홀더 승 승 승
이 분은 실력아 좀 떨어져서, 내 서브 처리부터 약점을 보였기 때문에 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2회전 - 정헌욱 (4) 패(5) 승 승 패 패(9)
이 사람은 수비수였는데, 공격력이 약했다. 이 사람과 만나지 않기를 바랬으나 어차피 넘어야 할 고비였다. 첫 세트는 무리하게 치다가 범실을 많이 해 쉽게 내주고 말았는데, 2세트부터는 나도 공격을 최대한 자제하고 루프 드라이브로 나갔더니 상대방이 공격을 하다가 범실을 저질렀다. 그렇게 치면 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사람도 꽤나 잘 치는 사람이라, 4세트에서는 약간 작전을 바꾸었다. 자기도 최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랠리로 갔던 것이다. 5세트에서는 내가 앞서 나가서 이기는가 했으나 후반부에 동점을 허용하고, 공격 미스로 9대 10이 된 상황에서, 뜬 공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스매싱을 하다가 미스를 해서, 지고 말았다. (좀 더 질기게 쳐야 하는데 조급함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오픈 5부로 참가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 나중에는 3+로 시합을 해서 준우승을 했다.)
밑에 부수와 핸디를 주는 게임에서는 최대한 짜게 쳐야 한다. 그리고 구일의 게임이 재미있는 것은 다양한 전형의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내 약점을 보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수비수와 게임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주변에 누구 수비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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