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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

고흐,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 -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2018)

by 길철현 2021. 6. 8.

[러빙 빈센트]에 이어서 나온 고흐의 전기 영화. 제목은 노인을 그린 고흐의 그림에서 따왔다(영어 제목에는 고흐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 않다). 고흐의 파리 시절에서 시작해서, 아를에서의 고흐와 고갱의 동거, 생레미 정신병원, 그리고 그가 생애의 마지막 80여일을 보낸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의 의사 가셰와의 교류 등을 따라간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관객들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고흐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거닐었던 벌판 등을 흔들리는 화면과 자연광? 속에서 보여준다. 이 장면들에서 드러나는 것은 고흐가 느꼈던 황홀감과 고독과 그의 정신적인 불안정성과 사람들의 몰이해 등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그의 작품이 비평가 오리에에 의해 극찬되기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를 놀림감으로 삼는 장면이 두드러진다(아이들이 그를 놀리는 장면이나 생레미의 신부가 그의 그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등). 

 

윌리엄 데포는 고흐를 연기하기에는 좀 늙긴 했지만 그 역할을 잘 소화해 내어 아카데미 주연상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곤혹스러운 것은 이 영화가 고흐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Steven Naifeh와 Gregory White Smith 두 고흐 전기작가의 견해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우리나라에서는 박홍규가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나로서는 고흐의 죽음이 자살이었다는 것을 뒤바꿀 어떤 결정적인 증거도 나오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움이 남는 대로 고흐의 발자취와 그의 예술적 지향점의 핵심을 담아내려 애쓴 작품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