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lsker, Jan, Vincent and Theo Van Gogh, Fuller Publications(071212)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아마존에서 상당히 고가로(거의 십오만 원 가량) 구입은 해놓고도, 이 년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미국의 고흐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 사이트에 적힌 대로, 지금까지 나온 고흐 전기 중에서 실지 사실에 충실하고(그것은 상당한 연구와 조사라는 토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작가 자신의 주관적인 해석을 배제하려고 애쓴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어빙 스톤의 전기 소설이 보여주는 극적인 재미는 찾기 힘들다. 어빙 스톤의 작품은 소설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 작가 자신의 상상력이 작용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세계관도 다소 단순화 되어서, 다소 감상적인 고흐의 상을 가지게 한다(그럼에도, 스톤의 작품은 지금까지 나온 고흐에 대한 책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가장 흥미로운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도 걸작이다).
이 전기를 통해 고흐라는 인물에 한발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그는 온 힘을 바쳐 자신의 예술에 충실했던 인물이며, 사회적으로는 추방된 그런 존재였다. 그는 흔히 개인주의적인 화가라고 불리는데, 그것은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 자신이 인류라는 보다 큰 문제에 몰두해서, 그의 조국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전기에 인용된 그의 편지나 그의 삶의 궤적을 추찰해 볼 때, 그가 이룬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예술적 성취는 온 몸을 다 바쳐서 이 삶과 정면으로 대면하고, 또 삶이 주는 온갖 난관에 맞서 싸웠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그의 이 같은 투쟁의 이면에는 테오라는 동생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고흐가 이룬 예술은 동생 테오와의 합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번역해보고 싶지만, 실지 작업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따를 것이라는 건 명약관화하다. 절차탁마한다는 것. 그것을 되새기면서, 삶에 좀 더 적극적으로 맞서나갈 것을 고흐의 삶을 통해 배운다.
(고흐의 그림을 이해하거나 하긴 힘들지만, 많은 작품들이 보여주는 색채의 조화와 배열은 가슴에 와 닿는다. 고흐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그의 그림을 생생하게 느끼는 데에서 새롭게 출발할 지도 모르겠다.)
고흐의 그림 뒤에는 한 가족의 불행이 있다. 그가 남긴 그림을 생각해 볼 때, 가족의 불행이라는 것, 혹은 한 개인의 불행이라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쉽게 배척할 수많은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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