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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청도, 울산, 창원, 통영, 그리고 거제 2박 3일 간의 나들이(210622-24)[둘째 날4]

by 길철현 2021. 7. 6.

이 때부터는 1018번 지방도로와 해안도로를 번갈아 달리면서 눈에 띄는 장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섬은 오송리 앞바다에 있는 큰솔섬이다. 섬 뒤로 보이는 배경도 거제도이며, 왼쪽 편의 다리는 거제도와 산달도를 잇는 다리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산은 산방산인 듯. 

 

오송리에 있는 동호마을회관

오송리를 지나 바다로 길게 뻗은 곶을 한 바퀴 돌았는데, 소로를 달려가니 쪽박항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지닌 항구가 나왔다.

 

 

우측 길로 들어갔다가 한 바퀴 돈 다음 좌측 길로 나왔다.
이 다리는 한산도와 추봉도를 잇는 추봉교이다
글램독 펜션 옆에 있었던 펜션 같은데 안타깝게도 펜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무신론자이지만 절과 마찬가지로 눈을 끄는 예쁜 교회들이 많고 좋은 이정표가 되어서 사진에 자주 담았다.

장사도 가배유람선 선착장을 지나 해안도로를 타고 달려나갔으나 이내 차량이 달리기 힘든 비포장 임도가 나와 돌아나왔다. 거제의 해안도로에는 이런 임도가 많았다. 허가받지 않은 차량은 달릴 수 없다고 표지판이 달려 있는 곳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승용차를 몰고 들어가기에는 엄두가 잘 안 났다(임도는 달릴 때는 스릴이 넘치지만 차에 생채기를 낸다).

바다 건너 보이는 곳은 쪽박항이 있는 곳이다. 오른쪽 흰 건물엔 [거제해양복합리조트]라고 씌어있다.
율포항을 지나면서. 앞쪽에 보이는 산은 노자산. 

 

율포항 건너편에서 율포항을 찍은 것인 듯
이 사거리에서 나는 탑포리 쪽으로 꺾어 들어갔다. 

탑포리의 도로는 쌍근항을 지나자 이내 임도로 이어져 돌아나올 수밖에 없었다. 9킬로에 육박하는 무지갯길은 나중에 한 번 기회가 닿는다면 걸어보고 싶다.

저구리(이 저구리가 남부면의 중심지인 듯)로 들어서자 이곳엔 매물도여객선터미널이 있어서인지 관광객들이 꽤 많이 눈에 띄였고, 거기다 수국동산을 조성하여 사람들은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명사초등학교

좀 더 나아가니 근포마을 땅굴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와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마을 입구에는 땅굴 가는 차량은 마을로 진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평일이라 차도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아 그냥 차를 몰고 갔다(문재인 대통령 생가 입구에도 그런 안내판이 있었다. 남의 말을 어디까지 들어야 할지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일제 시대에 만들어둔 땅굴이 지금은 사진의 명소로 각광을 받는 모양으로 평일인데도 고성의 [상족암]에 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땅굴 앞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혼자인 나로서는 사진을 연출할 도리도 없고 해서 안쪽 동굴을 기웃거리니까 안에서 현란한 동작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이 비키라고 손짓을 했다. 인터넷에서 확인을 해보니 어두운 동굴에서 바깥 쪽의 섬과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것이 꽤 아름다운 이미지를 연출해 내는 것은 사실이었다.

 

대포항
펜션 뒤로 보이는 산은 망산인 듯
대포항에서 1018번 지방도로로 올라오는 길에 있는 펜션
흐릿한 안내판의 글자는 홍포선착장이다.

나는 이 안내판을 따라 바다로 내려갔고 바다엔 외로이 낚시를 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해안 절벽의 경치가 꽤 좋아 사진을 이쪽저쪽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다시 1018번 지방도로를 타고 좀 더 나아가니 [여차홍포전망대](이곳이 사실상 거제도의 남쪽 끝이다)가 나왔다. [홍포전망대 300m]라고 쓴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길을 따라 올라가니 바로 앞쪽에 흩어져 있는 섬들이 제각각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비포장도로라 더 나아가는 것이 약간 망설여졌으나, 나는 전망대에 가서도 다시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전망대에는 섬들의 이름을 적은 안내판도 있었다. 이 때 나는 내가 달리는 곳이 비포장도로라 1018번 지방도에서 벗어난 곳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으나, 이 비포장도로가 1018번 도로였고, 일주도로는 이 외에는 달리 없었다. 이 때 나는 여전한 착각 속에서 차를 돌려 나오려고 했으나 같이 전망대에 있던 젊은 여인(세 명, 그러니까 이곳에 익숙한 듯한 젊은 여인과 젊은 남자와 나이든 여자가 동행을 하고 있었는데, 부부와 남자나 여자의 어머니 정도가 보통의 구도이겠으나 말을 들어보니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나이 든 여인은 "경치 참 좋네"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젊은 여인이 어딘가로 가서 또 한 군데 더 구경을 하자고 하면서 차를 출발시키는 것을 보고 나도 용기를 내어 비포장도로를 달려나갔다.  (이런 착각이 일어난 이유는 저구항에서 대포항을 거쳐 1018번 지방도로로 올라왔는데, 내비에는 그게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해안도로라고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저구리에서 1018번 지방도가 14번 국도와 만나기 때문이었다.)

 

정식 명칭은 여차홍포 전망대인데, 홍포 쪽에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

그 다음에 비포장도로 구간을 지나 포장도로로 들어섰던가, 산 중턱 쯤 되는 곳 이들이 구경하는 곳에 나도 차를 세워서 풍경을 바라보았다. 앞쪽으로는 여차마을과 천장산, 오른쪽으로는 조금 전에 보았던 섬들이 다른 각도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차마을과 천장산

 

그리고, 이어지는 예쁘고 산뜻한 그래서 날아갈 듯한 펜션들.

다대교회

날이 저물어가고 있어서 분주히 차를 몰아 해금강으로 향했다. 해금강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6시 반. 이미 날이 많이 저물었기 때문인지, 코로나 여파로 관광객이 많이 줄었기 때문인지 주차장은 물론 주변 상가도 모두 한산했다. 무엇보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길을 찾다 잘못 들어간 해금강호텔이 문을 닫은 것이 안타까웠다. 예전에 해금강으로 갈 때 배를 탔던 해금강선착장휴게소는 배 타는 곳이 매표소 인근으로 바뀌어서인지 이곳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거제도 관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해금강도 사람들도 별로 없고 상가도 한적해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도착한 나에겐 심드렁하게 다가왔다. 

해금강(갈도, 갈곶도)을 굳이 다시 찾은 까닭은 사실 해금강 자체 보다는 머릿속에 떠도는 기억 때문이었다. 몇 년 전(5년 전인 2016년이다) 가족들과 이곳을 찾았을 때 배를 타고 해금강을 구경한 다음 전망대엔가 올라가서 해금강을 보며 사진을 찍은 기억이 있었고, 그 때 가족들 때문에 바다 쪽으로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아마도 초소로 보이는 곳에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 그곳을 찾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전망대로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내 기억에 뭔가 혼선이 있는 것(미륵봉에 올랐을 때의 기억과 헛갈린 것일 거라는 생각)이라는 생각으로 떠나려던 찰나 우제봉 등산로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였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우제봉 전망대가 나와 일단 산길로 들어섰다. 산길은 숲 사이로 계속 이어지고 날도 점점 더 저물어가고(일 년 중 해가 제일 긴 때이긴 했지만)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이건 아닌데, 라는 말을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그렇게 15분 정도 걸어갔을까 드디어 시야가 탁 트이면서 예전에 보았던 그 전망대가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예전에 가보고 싶었던 그곳으로 가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군 초소로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서자암] 쪽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는 모험을 감행했는데(서자암에서 길이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다행스럽게도 주차장으로 이어졌다. 아마도 2016년에는 이 길을 따라 전망대로 올라갔을 터인데 그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쯤에서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이곳 해금강에서 숙소를 잡을까 하다가 거제 시내의 밤거리는 어떤지, 얼마나 번화한지 궁금하여 거제 시내로 차를 몰았다. 돌아나오는 길에 2016년도에 들렀던 신선봉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고 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 도착한 시각은 7시 40분 경.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 나는 다시 거제도 중앙을 관통하는 1018번 지방도로를 달리기로 했다. 동부저수지에서 나오는 길과 만나는 부분은 오늘 하루만 세 번째 달리는 셈이 되었다. 1018번 도로를 좀 달려가자 료칸을 발견하고는 좀 놀랐다. 료칸은 여관의 일본어 발음으로 온천탕을 겸비한 고급 숙박업소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도 이 이름을 사용하는 곳이 있다는 것에 다소 놀랐다. 

오르막을 좀 더 올라가자 왼쪽에 자그마한 저수지(학동저수지)가 나를 반기고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물은 그런대로 맑았으나 별다른 특색은 없었다. 하지만 두루미 종류의 큰 흰새가 제방 안쪽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것이 내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숲속에서는 불협화음을 연상케 하는 특이한 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는데, 나는 다음 날 팔색조의 울음소리가 특이하다는 안내글을 읽고는 혹 그것이 팔색조의 소리는 아니었을까 하고 억측을 해보기도 했다(유튜브로 팔색조의 울음소리를 들어보니 후이후이 하는 소리가 그렇게 높지도 않고 불협화음을 연상시키지도 않는다). 

 

어두워진 길을 달려 거제 시내에 도착했는데, 이제 저녁과 숙소를 해결해야 했다. 나는 거제시청을 목적지로 정하고 그 부근에서 잘 생각이었다. 소리에 예민한 나는 도로변의 숙소는 피하다 보니 고현동을 좀 맴돌다가, 숙박업소가 밀집한 곳을 발견하고는 [파라오] 호텔로 들어가려다가 생각을 바꿔 [포엠모텔]을 숙소로 정했다. 뭔가 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으나 혼자서 먹기에 그럴 듯한 곳이 나오지 않아 결국에는 [나주곰탕]에 가서 내장탕에다 맥주를 곁들어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인구 20만이 좀 넘는 도시라고 보기는 힘들 정도로 거제 시내에는 숙박업소와 유흥업소가 많았고(외지 관광객들이 많아서 인가?) 그 중에는 코로나의 여파로 문을 닿은 곳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묶은 모텔은 인기가 좋은 곳인지 식사를 마치고 편의점에서 캔 맥주에다 안주를 사서 열 시 경에 돌아왔을 때는 접수부 앞에 빈방이 없다는 안내 문구가 걸려 있었다. 길고 긴 하루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