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도에서 나온 다음 계속 1018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는데 차에 매립된 지니 내비에 꽤 큰 저수지가 하나 뜨는 걸 보고 한 번 찾아가보기로 했는데, 가만히 보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몇 킬로 돌아간다는 것이 대수인가 하는 마음으로 차를 돌렸다. 다시 [청마기념관]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죽전마을로 들어섰다.
목적지인 저수지에 가기 전에 작은 소류지가 오른쪽 편에 있어서 일단 그곳부터 찾아보았다. 이 [하죽전지](죽전상소류지)는 크기는 작지만 물이 맑고 깨끗했다. 하지만 제방에는 풀이 무성해 걸어볼 엄두가 잘 나지 않았다. 한가로이 나는 새들이 평화스럽게 보였지만, 저수지 입구에 있는 폐가는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저수지 관련 사진은 [호수행]편에).
좀 더 올라가자 성악가 출신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김호중을 좋아하는 팬들인지 거리를 각종 플래카드로 요란스럽게 장식해 놓았다. 보라색집 사랑방이 명소인 모양인데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 상태로 목적지인 저수지에 들렀다가 내려오는 길에 플래카드들 사진만 두 장 찍었다.
그런데, 저수지에 가까이 다가가자 휴대폰의 카카오맵에서는 이 저수지가 이름부터 소류지로 나와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래도 이까지 왔으니 끝까지 밀고 가야했다. 저수지로 올라가는 길에 빗물이 고여 있는 곳이 있어서 차를 세우고 걸어갈까 하다가 큰 무리없이 지날 수 있었고, 콘크리트 소로가 저수지 바로 옆까지 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저수지의 물 빛깔에 첫 눈에 반하고 말았다. 물 색깔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청록빛이었을 뿐만 아니라, 저수지의 뒷배경으로 산방산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좋았다. 내 마음이 저수지를 향하고 있어서 인지 나는 거제도에서 오히려 이 깨끗하고 맑은 저수지들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깊은 골짜기라고 내 생각은 숲속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깨어지고 말았다.
다시 1018번 지방도로를 타고 달려서(이 1018번 도로는 거제도 서쪽 해안과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인데, 이 도로는 거의 다 탄 듯하다) 거제면 중심지로 들어서기 전 다시 해변 도로로 빠졌다. 특이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와 사진에 담았는데 거제의 식물원인 정글돔과 거제국민체육센터였다. 거제면은 거제 시내에서 가까워서인지 아파트도 있고 꽤 붐비는 모습이었다.
[스카이마트]라는 곳에서 캔커피와 과자, 껌 등을 구입한 다음 차를 조금 몰고 나가자 [문재인대통령생가]를 알리는 안내판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양산에 사저를 짓고 있다는 뉴스가 몇 달 전에 나왔기에 나는 고향이 그쪽이 아닌가 했기 때문에(봉하마을에 사저를 마련했던 노무현 대통령처럼) 생가가 거제도라는 건 뜻밖이었다. 그런데, 안내판이 좀 불분명하게 되어 있어서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하고 궁금증을 가졌는데, 조금은 힘겹게 도착해서 보니 생가가 현재는 다른 사람 소유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생가라고 밝히지 않고 있었고, 출입할 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흑역사는 과연 언제쯤이나 끝날 수 있을지? 권력에는 왜 이리도 피비린내가 진동하는지? 인간은 혼자 살기가 어려워서 사회를 이루고 살지만, 사회는 사회대로 또 여러 어려움을 낳는다는 것, 답 없는 어지러움.
생가가 있는 명진리 위쪽에는 명진저수지가 있어서 그곳도 한 번 찾아보았다. 거제 시내에서 이쪽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도로인지 저수지 바로 앞에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저수지 옆의 공터에 주차한 차 안에는 공사 현장의 인부들인지 점심을 먹고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차를 세운 뒤 저수지로 내려가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이곳도 물이 맑고 깨끗한 데다가 물 색깔도 아주 좋았다. 제방으로 가는 길은 철망 펜스로 막아 놓았지만 옆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제방에서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제방에 올라 반대편을 바라보니 공사 현장과 멀리 바다가 보였다. 그리고, 저수지 안쪽에는 안양암이라는 사찰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 절이 이 호수의 풍경을 완성해 주었다.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했지만 내친 걸음, 나는 거제저수지도 찾아보기로 했다. 거제면 시내를 거쳐 오르막을 올라가자 또 다른 바위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산은 계룡산(산방산에 이어 계룡산이라니. 동명이산들)으로 이 산 반대편은 거제시 시내이자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 있는 곳이었다.
거제저수지는 꽤 규모가 있는 저수지로 이곳 역시도 물이 맑고 깨끗했다. 이 저수지는 현재 공사중인 모양인데 일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저수지 상부의 산들과, 왼쪽 편의 계룡산이 좋은 배경 역할을 해준다. 이 때는 날씨 또한 화창하게 개여 사진이 선명하게 나왔다. 거제면 중심가로 내려온 나는 [본가국밥]에서 섞어국밥을 배부르게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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