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곡길을 다시 돌아 나와 못안길을 달려 지내지, 사배지, 남통지 등 이미 여러 번 본 저수지들을 지나자 가마못이 내비에 떴는데 크기도 작고 진입로도 불분명할 듯하여 그냥 지나치고 태봉지로 향했다. 수초들이 군데군데 떠있는 소류지로 제방 위로는 차가 다닐 수 있었고, 제방이 끝나는 곳에는 정지 작업이 잘 되어 있어서 집이라도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했다. 지도에는 길이 태봉지에서 끝이 나 있지만 실제로는 달창로로 이어지는 도로가 새로 나 있었다.
이 새 도로를 달려 달창로까지 온 다음 좌회전 하여 조금 달려 나가니 [달창한우명가] 옆의 갈산지가 내비에 떴다. 우회전하여 올라간 다음 식당 옆에 주차를 하고 제방 위로 올라가자 돌로 새로 정비를 한 초록빛을 띤 소류지가 맞아주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있자, 식당 주인이 나와 "어디서 오셨나요?"하고 물었다. 나는 "그냥 사진을 좀 찍으려고 한다"라고 하자, "들어와서 커피나 한 잔 하시죠"라고 나에게 권했다. 커피우유를 500밀리리터나 마신 뒤라 사양을 하면서 나왔는데, 그의 친절함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족들과 한 번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서는 달창저수지와 왼쪽의 퇴포산이 곧바로 보였다.
구체적인 계획이 서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1034번 지방도를 달려 창녕읍으로 들어가 송곳저수지(송고저수지)에 들렀다가, 말흘저수지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예정이었다.
곽천대산로를 따라 1034번 지방도로 성산로(여기부터는 경상남도이다)로 들어서자 남동쪽으로 저수지가 하나 떠서 그 저수지가 있는 마을로 들어갔다. 냉천리 마을 안쪽에 자리한 이 냉천지는 물이 많이 빠진 상태이긴 해도 저수지의 형태가 곡선으로 부드럽고 전체적으로 온화한 느낌을 주었다(210816 - 며칠 전에 탁구장의 관장님 남편 되는 분의 고향 마을이 이 근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저수지를 따라 도장골길로 넘어가는 길이 또렷하게 내비에 나있어서 그 길을 따라가 보았으나, 임도인데다 이내 비포장이라 돌아 나오고 말았다(내비는 길이 포장인지 비포장인지 차량 통행이 가능한지 안 한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1034번 도로를 좀 더 달려가자 도로 바로 왼편에 [중곡소류지]가 보였다. 제방 위의 풀은 잘 깎아놓아 차가 들어갈 수 있었고, 물 빛깔은 다소 검은 정말 아담한 저수지였다.
성산로를 따라 좀 더 가지 이번에는 도로 바로 오른편에 [정녕지](정녕1저수지)가 나왔다. 이 저수지의 특이한 점은 저수지를 삥 둘러 도로가 나있다는 사실이다. 저수지 바로 옆에는 마을이 있었다.
인근 마을 안쪽에 저수지(수정지 혹은 신기저수지)가 하나 있어서(이곳도 농촌 지역이라 고만고만한 소류지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십이리길 샛담길을 타고 들어갔는데, 차가 하나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에 누군가 차를 세워 놓았다. 경적을 울리자 집안에 있던 여자분이 나와 당황해하면서 차를 빼주었다. 왼쪽 길로 가는 것이 저수지로 곧바로 가는 길이었으나, 이분이 차를 왼쪽으로 빼는 바람에 길을 정확히 몰랐던 나는 오른쪽 길을 타고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공간에다 도로 옆과는 높이차가 꽤 있었다.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여 들어간 다음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밭두렁 길을 따라 걸어서 제방으로 올라갔다. 마을 안쪽에 위치한 이 저수지는 물빛이 다소 검고 안쪽에는 수초가 덮여 있었다. 빈 병 등 쓰레기가 꽤 많이 눈에 띄었고, 취수 파이프 옆 계단이 물속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 특이했다.
다음으로 찾은 저수지가 무솔(등지)저수지인지는 확실하게 장담하기 힘들다(그저께, 7월 15일에 이곳을 다시 찾아 맞다는 걸 확인했다). 기억에 공백이 생긴 것인데, 사정이 이렇게 되고 만 것에 대해서는 아래에 상술하도록 하겠다. 이 저수지 가장자리에는 연꽃, 그 외에는 개구리밥 같은 것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카카오맵과 주의 깊게 대조해보니, 사진 중 하나에 멀리 보이는 호텔이 정황상 무솔저수지가 맞다고 말하고 있다. 이곳은 기억의 혼선 등으로 뭔가 신비감을 띠었으나 처음 찾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두번째 찾았을 때에도 별다른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그리고, 안전문자를 받은 것은 10시 50분, 내가 중곡저수지에서 정녕지로 가는 길이었다.
[대구광역시] 이마트월배점(달서구)1층매장, 2층세라젬(6/18~6/28) 방문자는 이마트 월배점1층주차장(11:30~18시), 국채보상선별검사소및보건소에서 검사바랍니다.
이 문자를 받았을 때 나는 내가 이마트를 방문한 것은 문자에서 제시하고 있는 날짜 이전이라고 밀어부치고 무시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다가 구토를 하고 넘어지기까지한 엄마를 위해 회를 사러 연속으로 들렀던 기억이 났다. 나는 그게 18일 이전이기를 바랬다. 처음엔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어떻게 알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이 당시 내 생각의 흐름을 좇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현재로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정황을 좇아 기술해 본다.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들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여행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카드로 결제를 했으니 문자가 남아있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쳐 날자를 확인해 보니, 20일에 결제한 것이 남아 있었다.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와 검사를 촉구하는 문자를 받을 때마다 그래도 내가 방문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를 하곤 했는데, 드디어 나도 검사 대상자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느라 무솔지를 찾은 것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은 듯하다. 그저께 다시 한번 경로를 밟으니까 어렴풋이 내 경로가 떠올랐다. 하지만 정황상 큰 나무가 있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었을 듯한데, 그 부분은 기억이 나는 것도 안 나는 것도 아니다.
언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거지? 여행을 다녀 와서 받으면 안 되는 것인가? 이 메시지는 권고 사항인가? 아니면 강제 조항인가? 그런데, 창녕까지 왔는데 다시 대구로 돌아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수정지에서 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빠져나온 대합면 시장을 지난 다음, 창한로를 따라 십이(십이리)저수지도 지나고 5번 국도와 만나는 차로가 다소 복잡한 등지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무솔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십이저수지를 지난 기억은 어렴풋이 났는데 그 다음 무솔저수지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기까지는 기억에 공백이 있었다. 그저께 직접 그곳에 가보니 무솔길을 따라 들어간 것은 기억이 나는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은 부분은 여전히 기억이 뿌옇다.
안전문자에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었으나 나는 그 문자보다는 인터넷을 검색한 다음 [질병관리청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창녕군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질병관리청은 창녕군보건소의 전화번호까지 문자로 보내주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무솔저수지에서 인터넷을 검색했던 듯하다. 그리고, 무솔저수지에서 다음 저수지인 장기저수지로 이동하는 사이에 [질병관리청]에 전화를 했고, 장기저수지에 도착한 다음 [창녕군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보니 11시 50분까지는 와야 오전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당연하게도 12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 시간 겸 소독을 한다고 했다). 어쨌거나 제법 숨가쁘게 일이 진행되었다.
신라명과를 지나 장기저수지(물이 비교적 맑은데 저수지 가장자리에는 수초가 가득 덮여있었다. 제방은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 있어 차가 지날 수 있게 되있다. 낚시를 막을 생각인지 제방 한쪽에는 담도 쌓여있는데 그 위에는 철조망도 쳐놓았다)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33분.
15분 안에 창녕군보건소에 도착하지 못하면 1시간 이상을 이곳에서 보내야 했다(카카오맵으로 검색을 해보니 장기저수지에서 창녕군보건소까지는 딱 15분이 걸린다고 나온다). 어쨌거나 여행을 다녀와서 검사를 받는 것은 여행 내내 찜찜한 기분일 듯했고, 검사를 받기로 결정을 내렸으니 재빨리 해치우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5번 국도를 타고 대지교차로(국도에서 내려오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기도 한다)에서 국도를 빠져나와 1080번 지방도로를 타고 창녕 시내로 들어간 다음 아마도 오리정사거리에서 좌회전, 그 다음 곧바로 다시 좌회전을 했던지, 아니면 유턴을 하여 창녕군보건소로 들어갔다. 이 때 시각은 11시 47분 정도였던 듯하다. 주차장에 빈 곳이 있어서 차를 세우고 검사소가 어딘가를 살펴보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건물 앞 눈에 잘 띄는 가건물인지에 있어서 운전면허증을 내밀며 방문목적을 말했다. 닫혀진 창문 너머에서는 엄지족인 여직원이 내 인적사항을 귀신이 곡할 속도로 쳐나갔다. 그녀는 나에게 직업도 물었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무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강사직을 그만 둔 지가 벌써 6개월도 넘었는데). 직업은 왜 묻느냐,는 말이 목 밖으로 나올 뻔했으나 직원의 심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듯했다. 검사소에는 사실 나 외에는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다소 가벼운 내 마음과는 달리 직원들의 태도는 심각했다. 또, "대구분이 왜 이곳까지 와서 검사를 받으시죠?"라는 질문도 있었다(코로나의 심각성과 또 당시에는 잘 깨닫지 못했지만 자신의 관할도 아닌 타지인의 검사를 한다는 것에 대한 짜증이 없지 않은 듯했다) . 나는 "이곳을 지나는 길에 문자를 받아서 그렇다"고 했다.
또 다른 옆방으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와서 뭔가를 전해주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아무 이상도 없지만 방역시책에 따라서 검사를 받을 뿐이라고 애써 검사의 의미를 평가절하해도 다소 흥분된 상태였던 듯하다. 창 저쪽에서 두 손을 내민 다음 코에다 면봉을 집어넣자 나는 절로 뒤로 물러났고, 그 다음 입에도 또 면봉을 넣자 그것도 구역질이 났다. 그걸로 검사는 끝이었는데, 직원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검사 결과는 내일 아침에 나오는데, 그때까지는 집에 가서 격리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일단 대구로 돌아가 검사를 받지 않고 창녕군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뉴스에도 나고 그랬지만, 이날 월배이마트 주차장의 임시선별검사소는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서너 시간을 기다린 다음에야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대로 여행을 접고 대구로 돌아가야 하는가? 내가 직원의 말을 듣지 않고 돌아다니면 감염병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가? 다시 한번 그녀의 말이 권고 사항인지? 강제 조항인지 헛갈렸다. 한 동안 뉴스를 뜨겁게 달구었던 제주도의 모녀 사건도 떠올랐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내 생각으로는 99퍼센트 이상이지만 만에 하나 내가 무증상 감염자라면? 하지만 이마트에 들어갔을 때는 마스크도 쓰고 그렇게 오래 머무르지도 않았잖아.
이러나저러나 송곳(송고)저수지에는 들러야 할 것 아닌가? 다시 머릿속이 복잡한 가운데 보건소에서 나오자 창녕고등학교와 인접해 있는 미락못(미락뒷못)이 내비에 보였고 일단 거기부터 들르기로 했다. 효정리에는 미락못이 두 군데나 있어서 혼돈이 일어날 수 있다. 다른 미락못은 중부내륙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다. 네이버지도에서는 내가 찾은 창녕고등학교 와 붙어있는 미락못을 미락뒷못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못은 키 높은 수초들이 가장자리를, 그리고 중앙에는 마름(개구리밥은 아닌 듯한데 이름을 몰라 지금까지 계속 수초라고만 썼는데 인터넷으로 드디어 이름을 확인했다)이 대부분을 덮고 있었다. 바로 옆에 학교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잡풀들이 무성했다.
그 다음 우포1대로를 달려 송곳(송고)저수지를 찾았다. 이 저수지는 두 가지 점에서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하나는 이 저수지의 중앙부 가까운 곳을 다리가 지나고 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이 왜 송곳인가 하는 것이었다. 저수지 안내판과 네이버지도에는 송고저수지라고 명기되어 있지만, 송곳저수지라는 명칭이 더 많이 통용되는 듯하다. 5번 국도로 이 저수지 위로 나있는 송곳교를 지날 때마다 저수지를 보려했지만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이번 참에 숙원?을 푼 셈이다. 저수지의 색깔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녹색으로 아름다웠는데 서산의 고풍저수지처럼 그게 녹조 때문이라니 참 안타까웠다. 더운 날씨에도 한 분이 한창 낚시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이때 쯤 마음은 여행을 계속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방역수칙위반이겠지만(나는 편한 대로 그 직원의 말을 권고 사항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만에 하나 양성으로 결과가 나온다면 몇백 만 원의 벌금을 물겠다는 각오였다. 그런데, 나는 대구를 떠나 있어서 새로 나온 문자를 받지 못했지만,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그 사이에 "대상자가 너무 많아 유증상자만 검사를 받는 것"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코로나가 발발한 지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 정말이지 너무도 많은 것을 바꿔 놓았고 아직도 진행중이며 앞으로 또 어떤 위험이 따를지 모른다. 코로나를 종식시킬 수 없다면 코로나에 맞서 어떻게 싸우고, 또 코로나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창녕을 떠나 주목적지인 전라남도 쪽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흘저수지에 들러 내가 작년 9월에 들른 곳이 말흘저수지가 맞는지를 확인해 볼 작정이었다. 이 소류지는 저수지 자체보다도 주변의 주택들이 예뻐서 마음에 드는 곳인데, 저수지 바로 옆에 있는 [한반도]라는 식당이 검색이 안 되어 맞는지 아닌지 애매했다. 1080번 지방도로 왼쪽에 자리한 이 저수지가 작년 9월에 찾은 저수지가 맞았다. 또 저수지 옆에 소로가 나 있다는 내 기억은 1080번 지방도로와 합류하는 창녕대로라는 것도 확인했다. 사진에서도 잘 드러나듯 물이 많이 빠진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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