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의 저수지 탐방이 농로에서 논 가장자리로 바퀴가 빠지는 사고로 끝난 다음, 나는 내 나들이의 방향성을 좀 바꾸기로 했고, 그래서 이전부터 찾고 싶었던 신불산 자락의 [파래소폭포]를 먼저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 다음 울산의 [선암호수공원] 정도를 들러보는 것은 계획이 서 있었지만 그 외에는 뚜렷한 계획이 없었다. 그 날의 여행으로부터 벌써 보름이나 지나서 사진을 중심으로 큰 줄기들만 좇아가 볼까 한다. 이 날 역시 무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나들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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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내려와 있어서 여유로운 시간이었지만 코로나의 대유행과 무더위로 숙박을 하기는 좀 그렇고 해서 여덟 시 사십 분쯤에 집을 나섰다. 내비는 경부고속도로를 타는 길과 중앙고속도로(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는 두 길을 안내하고 있었고, 나는 후자를 택했다가, 청도까지는 일반도로를 타기로 했다. 앞산터널을 지나 30번 국지도를 타고 달리다 연지로로 좌회전, 그리고 연지교차로에서 좌회전해서 이슬미로를 달리다보니 노산못이 나왔고, 거기서부터는 지난 5월 6일 저수지 탐방 때 지났던 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슬미로를 따라 달리면서 소류지를 찾아 맴도는 일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으나, 이 고갯길의 정상에 다다렀을 무렵 내비에 뜬 저수지 하나는 찾아보고 가보자는 생각으로 좌회전하여 오부실길로 들어갔다. 이곳도 은근히 휴양지인지 펜션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좀 더 내려가자 목적지인 오복지가 나왔다. 물이 맑지도 색다른 특징도 없었지만 옆에는 펜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오복지에서 돌아나와 고갯길을 내려가니 우측으로 [청도프로방스포토랜드] 입구가 보였다. 일종의 테마 파크로 프로방스 지방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놓은 곳인 모양인데, 내가 좋아하는 고흐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다. 고갯길을 더 내려가지 국도 너머 산 아래에 [청도 소싸움 경기장]도 보여 사진에 담아 보았다.
25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청도IC로 들어서 중앙고속도로를 탔다. [청도새마을휴게소]에서 충무김밥과, 음료수, 캔커피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파래소폭포를 향해 나아갔다. 조금 더 나아가자 왼쪽 편에 댐이라고 착각할 정도 규모의 돌로 쌓은 제방이 멀리 보였고(이 제방이 내 주의를 끈 것은 여러 번째였다. 지도상으로 확인했을 때에는 도곡저수지인데 확장 공사를 한 것인지도 모르니까 한 번 찾아가 보아야겠다) 가까운 곳에 IC만 있다면 빠져나가 확인을 해보고 싶기도 했으나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두 번째로 함양울산고속도로를 탔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울산 방향으로는 배내골IC가 개통되어 있지 않아 경부고속도로 통도사IC를 빠져나왔다가, 다시 온 길을 역으로 밟아 함양 방면 배내골IC로 빠져나왔다(함양울산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만나는 곳 인근에는 상천저수지, 심천저수지 등 저수지들이 많아 기회가 닿을 때 한 번 찾아가 봐야 할 것이다).
배내골IC는 특이하게도 터널을 지나야 했는데 터널 끝부분에서 막혔다. 일요일이라서 차가 막히나 했으나 나오면서 보니까 하나의 통로에서 하이패스와 통행권을 병행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69번 국지도가 지나는 배내골을 나는 1999년도 정도에 처음 지나지 않나 한다. 그 당시만 해도 비포장인 곳도 많았던 이 도로는 나에게는 굉장히 신비로운 곳이었다. 1022번 지방도(이 지방도로 삼랑진에는 양수발전소인 안태호와 천태호가 있는 곳이 흥미롭고, 거기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천태사와 용연폭포가 있는 곳도 경치가 좋다)를 타고 가다가 그 이름에 이끌렸던지 정확하게 그 이유는 기억이 잘 나지 않으나 어쨌거나 그 길로 들어섰다가, 길을 달리다 보니 비포장이라 도로가 끝나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어느새 잘 포장된 도로가 나오고 그렇게 한없이 이어지던 도로는 마침내 1051번 지방도로와 만나고. 그 뒤로 이곳을 지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가장 최근은 3년 전에 가족들과 울산에 갔다가 오는 길에 들른 것이다(지금은 모든 구간이 잘 포장이 되어 있다).
[파래소폭포]로 들어가는 길이 정말 맞는가 하는 의심을 가슴 한 구석에 품고(산을 넘지 않는 다음에야 내가 간 길이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내비가 나를 농락한 경험이 여러 번 있어서) 그래도 내비가 가르쳐주는 대로 좌회전해서 태봉교를 건너 좀 나아가자 일요일인데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차가 밀렸다. 기름도 다 떨어져 가고 해서 나는 차를 돌려 나가다가 중간에 어디 세우려 했으나 마땅히 주차할 곳도 없고, 또 목적지까지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걸 상기하고는 다시 차를 돌려 계속 올라갔다. 그 사이에 밀리는 구간의 정체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콘크리트 포장로인 청수로길에서 주차장이 있는 산림욕장까지는 대략 2킬로미터 정도가 되지 않나 했는데, [진입로 전구간 주차금지]라는 푯말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들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있었다.
마침내 [신불산자연휴양림]에 도착했지만 주차비가 아깝기도 하고 올라오면서 보니까 차를 세워둘 만한 공간이 있는 듯하여 차를 돌려 나는 길가에다 주차를 했다. 나는 결국 "사람도 아닌 사람"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계곡에는 코로나가 창궐하는 가운데에도 마스크를 끼기도 하고 또 벗은 채로 주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 때 시각이 벌써 11시. 주차를 하고 나오자 다소 덥긴 했지만 계곡과 푸른 산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어서 발걸음도 가볍게 폭포를 향해 출발했다. 휴양림 입구에서 입장료 천 원을 내고 계곡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걸어올라갔다. 폭포까지는 삼십 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이미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 또 나와 같이 올라가는 사람들로 이곳이 명소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휴양림의 주차장을 지나자 바로 앞 산의 기암이 눈에 들어왔다. 절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선을 끌 정도로 빼어난 모습이었다.
계곡에 물이 많지는 않았으나 탁족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드디어 파래소 폭포에 도착. 파래소라는 이름이 특이하다고는 생각했어도 그 유래까지 따져볼 생각은 못했는데, '바라던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바래소가 음이 변해서 파래소가 되었다고 한다.
나뭇잎 너머로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는 폭포가 보였다.
이 날은 수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직폭인데다가 주변의 절벽과 폭포 아래의 넓은 폭호 등이 좋은 폭포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높이가 15미터로 좀 더 높았으면 하는 일말의 아쉬움도 없진 않았다.
내려올 때는 계단을 올라가지 않고 계곡 옆으로 난 희미한 길을 따라 다리로 곧장 왔다.
코로나 때문에 모노레일은 운행 중단 상태였다.
날이 무더운 가운데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가벼운 산행을 마치고 나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 때 기름이 25킬로 정도 달릴 수 있는 분량만 남아 있는 것으로 표시되어 빨리 주유소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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