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래소폭포]에서 나와 [선암호수공원]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69번 국지도를 따라 달려갔다. 기름이 간당간당했기 때문에 주유소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계곡 좋은 곳 옆으로는 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어서 증폭하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여름 휴가철 휴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울산광역시 학생교육원](아래 사진)에 이르자 1999년도에 이곳을 지나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비포장 도로와 콘크리트 일차로를 달리다가 이곳에 이르자 왕복2차로로 새롭게 잘 닦여져 있었다. 그런데, 이 고개를 넘어가자 그 때부터는 내리막이어서 가속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그냥 내려가면 되었기 때문에 운행 가능 거리가 줄어들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기름 값이 좀 더 싼 주유소를 찾는 여유마저 부리게 되었다.
24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상북면 길천리로 들어가 그나마 기름값이 좀 싼(이쪽 지역은 대체로 기름값이 대구보다 비싼 편이었다) 농협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마음의 여유를 찾은 뒤 다시 [선암호수공원]으로 출발했다.
24번 국도를 타고 울산으로 들어와 장검길에서 우회전 한 다음 울산고속도로 끝부분으로 들어가 남부순환도로를 타고 달렸다. 문수경기장을 지날 때 경기장 옆에 상당한 규모의 저수지가 보여(옥동저수지) [선암호수공원]에 들렀다가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날의 경로상 되돌아 와야만 하는 그런 것이 되고 말았으니 결과론이긴 하지만 눈 앞에 마음에 드는 곳이 나타나면 그곳부터 찾는 것이 순서인 듯하다.
[울산대공원] 옆을 지난 다음 신선터널을 빠져나오자 말자 우측으로 빠져나왔다가 좌회전한 다음 다시 우회전해서 길을 따라가니 이내 주차장이 보였다. 한 달 전의 울산 저수지 탐방은 상당히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이번의 시도는 기대반 불안반이었으나, 선암저수지는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내 가슴을 기대에 부풀게 했다.
선암저수지(선암호수공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번 울산 저수지 탐방에서 아마도 대암호에 들렀을 때 안내판에서 본 것인 듯하다. 그 다음 이 저수지를 찾으려 했으나 찾아지지가 않았고 이름도 까먹어서 뭔가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다시 울산 지역을 카카오맵으로 보다가 이름과 소재를 확인할 수 있었고, 한 번 찾아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그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넓은 U자(혹은 밥공기) 형태의 이 저수지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데 그 중간에 발음산이 저수지 중앙으로 밀고 나와서(그러니까 U자의 안쪽 부분이 발음산 지역이다) 전체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없는, 그래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모양이었다.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책 중인 노인분에게 물어보니 한 바퀴를 도는데 50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주차장 바로 앞에는 [선암호수공원 종합안내도]와 신춘희(인터넷으로 조사를 해보니 남자분이다)라는 시인이 적은 "선암수변공원에서"라는 시비가 있었다.
안내판에는 이 저수지의 유래도 나와 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농업용으로 축조한 선암제라는 못이었으나, [울산] 공업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64년 12월에 새로이 축조하였다. 이후 지속적인 확장공사를 실시해" 오늘에 이르렀다. 날은 무덥고 시각도 한창 더울 때인 오후 1시 20분이었으나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나는 등산용 모자를 쓰고 둘레길로 들어섰다.
제2연꽃지와 저수지 사이의 탐방로를 따라(걷고 보니 코로나 상황에 맞는 걷기방향이었다) 걷기 시작했다. 날이 흐려서 태양이 뜨겁지는 않았다. 출발지점에서는 저수지의 일부만 보여서 앞으로 펼쳐질 광경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부산의 회동수원지 부곡3동에 차를 주차하고 걷기 시작했을 때를 연상시켰다. 가장자리에 자라고 있는 수초들이 줄(혹은 줄풀)이 맞는지 모르겠다. 식물의 이름에 대해 정말로 무지하다는 생각, 초등학교 1학년 때 [자연] 과목에서 36점을 받은 것이 줄줄이 떠오른다. 사물, 동식물을 변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물이 아주 맑지는 않아도 주변이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어서 관리에 꽤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이 포토존 옆 탁자에서는 일가족 세 명(부부와 어린 아들)이 도시락을 가지고 와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주인공은 될 수 없고 관찰자의 시각만 허용된 장면.
날은 무더웠지만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주었고 저수지 자체의 특이한 모양과 잘 관리된 탐방로 등이 기분 좋은 산책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게 했다. 주차장 옆 매점에 들러 옥수수수염차를 하나 사고 카드로 계산을 했는데, 이 때 주머니에 있던 2만 원을 마지막으로 보고 분실하고 말았다. 분실했다는 것도 잘 모르고 있다가 집에 다 와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이날 다이어트도 할 겸 또 코로나의 위험도 피할 겸 점심을 걸렀던 것인데, 결론적으로 비싼 점심을 먹은 셈이 되고 말았다. 다시 문수경기장 옆의 [옥동저수지]로 향해가는데, 활고개교차로 삼거리를 지날 때쯤 뇌성 마비를 앓고 있는 듯한 남자가 몸을 기우뚱하면서 인도를 걸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파래소폭포] 입구에서는 다리를 저는 사람을 보았고, 이날 또 우연히 찾게 된 [명덕저수지]에서는 아하하하, 하고 큰 소리로 웃으면서 산보를 하고 있던 뇌졸중에서 회복 중인 듯한 분도 보았다.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 내 동생도 장애인이고, 어머니는 치매를 비롯하여 중증장애인이 되어버렸다. 또 그러고보니 친한 친구들도 장애인이다. 상처 없는 영혼이 없듯, 상처 없는 육신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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