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가족이 여름 휴가로 태백의 [오투리조트 타워콘도]에 이틀을 묶기로 했다. 엄마가 도통 밖에 나가려고 하지 않아서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둘째 날 아침에 엄마에게 가겠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의외로 간다고 해서 태백을 향해 출발했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영주IC에서 빠져나와 28번 국도, 5번 국도, 그 다음엔 36번 국도를 차례로 갈아타며 달렸다(기름이 간당간당해서 춘양으로 들어가 기름을 넣고 나왔다).
다시 31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갔다. 태백은 내 생각과는 달리 동해쪽에 가까웠다. 오랜만에 오는 태백이었고 함백산 너머 정선 쪽에는 많은 추억들이 있었다.
[오2리조트] 옆을 지난 적은 있어도 리조트까지 올라가 본 적은 없었는데, 해발 1100미터에 위치한 이 리조트에 오르니(세 시간 정도 걸렸다. 엄마는 큰 불평없이 잘 견뎌주었다) 우리나라에 산지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
제부와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저녁 늦은 시간에 밖으로 나와 리조트를 한 바퀴 돌았다. 높은 해발답게 기온이 낮아 춥다는 동생의 경고에 따라 미리 준비해 둔 긴 팔 체육복을 입었는데도 쌀쌀했다.
(0811) 아침에 일찍(6시 경) 깬 나는 옛 기억들을 더듬기 위해 고한과 정암사, 만항재 등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전에 어제 리조트 주차장에서 본 저수지를 먼저 찾아가보기로 했다. 위에서 본 저수지의 위치를 머릿속에 담아두고(내비에는 규모가 꽤 큰 데도 이 저수지가 나오지 않았다) 콘도에서 내려오다 왼쪽으로 꺾었다. 눈썰매장과 스키장이 있는 곳으로 가보아도 저수지가 보이지 않아 숨바꼭질을 또 해야 하는 것인가 했는데 아래쪽으로 저수지가 보였다. 따로 이름은 없고 카카오맵에 [담수보]라고만 올라와 있는 이 저수지는 초록빛 물 빛깔과 상부의 고산들이 어울어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있자니 옆에 지나가던 사람이 여기에서도 사람들이 낚시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원래는 만항재 쪽으로 갔다가 고한으로 넘어가려 했는데, 이왕지사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고한 쪽으로 갔다가 만항재를 오르기로 했다.
고한 역시도 내가 처음으로 찾은 1995년 정도(차가 생긴 해에 나는 전국을 정말 누비고 다녔다) 이후로 많이 변했다. 강원랜드가 들어선 것이 이 낙후된 읍을 변화시킨 가장 큰 요인이겠으나, 그 이후로 고한의 뒷골목을 재생시키려는 누군가의 노력으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나에게 고한은 2001년 2월 중순의 어느 날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며칠 전 박광수 감독의 [그들도 우리처럼]의 감상 후기를 쓸 때도 언급했지만 전국적으로 대설이 내린 그 날 밤, 나는 대취한 채 고한의 뒷골목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날의 일을 되살려서 써봐야 할 것이다. 적지 못하고 있는 일들, 적으려 해도 안 되는 글들.
이후 나는 고한을 혼자서, 혹은 여성들과 함께 찾았다. 정선군은 볼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고 특히 드라이브를 하기에 좋았기 때문이리라. 그러고보니, 작년에도 찾은 듯하고, 몇 개월 전에는 삼척에 갔다가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태백을 지나기도 했다.
고한을 벗어나는 길에 강원랜드가 있는 하이원리조트에 들르고 싶었는데 내가 찾은 곳은 [하이원팰리스호텔]이었다. 들어갈 때부터 뭔가 예전에 찾았던 그 느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다른 곳이었다.
정암사는 대학원의 여자 후배와 찾았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나와 그녀의 생각은 얼마나 차이가 있었던 것인지? 하긴 나 자신도 내 생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니.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갈 때 만나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적멸보궁의 위치는 내 기억과 달랐고, 산 중턱에 있는 [수마노탑]은 그 사이에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어 있었다. 간절했던 마음들은 모두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포장된 고갯길로는 가장 높은 만항재 1330미터.
콘도를 나온 다음 동생은 [통리탄탄파크]에 가자고 해서 그쪽으로 왔는데, 엄마가 차에서 안 내린다고 해서 나는 엄마와 먼저 대구로 돌아왔다. 그냥 돌아오는 것은 밋밋해서 38번 국도, 427번 지방도(미인폭포가 있는 곳)를 지나 둘러서 왔다. 416번 지방도로 들어가니 [동활계곡]이 나왔다. 동활계곡은 예전에 볼 때보다 산세가 더욱 아름다워 곳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416전 지방도로를 버리고 910번 지방도로를 타자 덕풍계곡이 나왔고, 길고 긴 석개재를 올라가자 정상부부터는 봉화였다.
그리고, 백천계곡도 들러보았다. 멀리 바위산이 멋있다.
31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35번 국도로 빠졌다가 [범바위전망대]에서 찰칵. 918번 지방도로 바꿔 탄 다음 36번 국도를 타고 영주I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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