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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2016년 탁구 일지 10 - 서초탁구교실 일요 리그 참가 후기(160717)

by 길철현 2016. 7. 18.


(탁구를 치고 일지를 적는 일이 힘든 일이라고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데, 탁구를 많이 치다 보니까, 오히려 일지가 자꾸 밀리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지를 공개적으로 적기 전의 개인적인 일지도 일주일 이상 밀려 있는데, 공개적인 일지도 또 며칠 밀리고 있다. 강박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핵심을 잡아서 간략하게나마 정리를 하는 것이, 내 탁구의 발전과 또 주변의 탁구인들의 탁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전날 탁신 모임 뒷풀이 때 과음을 해서 오늘은 탁구를 좀 쉬거나 아니면 저녁 늦게 황탁에 가서 탁구를 치려고 했다. 산더미처럼 밀린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몸은 자꾸만 늘어지고, 그 덕택에 모처럼 잠은 푹 잤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또 좀이 쑤시기 시작해서 불쑥 서초탁구교실 일요 리그에 참석 신청을 했다. 머리가 다소 어지러운 것이 시합을 망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으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혀 보는 거지, 하는 생각으로.


황탁에서 서브 연습을 한 20분 하고, 서초에 도착한 시각은 7시 20분.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시합 시작이 좀 늦어지고 있었다. 우리 조는 나와 같은 4부가 3명, 6부가 1명, 7부가 1명이었다. (서초탁구교실 리그는 이번이 두 번째 참석인데, 부수는 전국오픈부수 대로 참가를 한다고 했다.)


우선 경기 결과부터 이야기를 하면, 볼이 잘 맞았는지 아니면 잘 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어서인지, 예선전 포함 7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여 테너지 한 장을 받았다(참석 인원이 적어서  테너지를 받는 대가로 만 원을 내야했다.) 뒷판이 롱인 7부 아주머니와의 경기에서 3대 2가 있었을 뿐, 대체로 3대 0이 아니면, 3대 1로 이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경기가 수월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상대방의 리시브가 까다롭지 않아서 3구 공격의 성공률이 높았던 것도 우승의 요인. 이렇거나, 저렇거나 또 오랜만에 우승을 해서 기쁘다. 탁구를 치는 맛은 역시 우승이라고 한다면 좀 그렇겠지만, 노력의 결과가 나와주어서 므흣하다.


[예선전]

1. 황병욱(6부, 3알) 패(8) 승 승 승(7) 셰이크, 고등학생 정도

리시브를 잘 하고, 서브도 회전이 많이 먹어서 첫세트는 내 주었으나, 그 다음 세트부터는 내가 유리하게 이끌어 나갔다. 이 학생의 공격이 내 디펜스를 잘 뚫어내지 못했고, 드라이브에 이은 스매싱이나, 곧바로 3구 스매싱 공격을 하자, 이 학생도 나름 디펜스 능력이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2. 함영준(4부) 승 승(11) 승(12)

이 분에게는 지난번 시합에서 예선전에 2대 3(실제로는 3세트만 해서 1대 2)으로 졌는데, 이번 시합에서는 3대 0으로 완승했다. 지난번 시합보다 서브를 덜 탔고(상대방이 서브를 넣을 때 자연스런 집중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상대방의 까다로운 서브를 한 세트 시합을 하면서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요즈음 느끼는 것은 포핸드에서의 리시브에 의외로 약점이 있다는 것. 너무 리시브를 조심하다가, 그래서 너무 늦추다가 오히려 커트가 많이 먹은 공, 혹은 회전 공에서 범실이 많다는 것. 박자를 조금은 당길 필요가 있다. 어차피 추측과 감으로 하는 것이니까.), 두 번째 세트에서는 네트가 다섯 개 정도나 났다. 3세트에서는 9대 5로 앞서다가 자꾸 범실을 해서 듀스를 허용해서 - 이분은 펜홀더 전형인데 뒷판이 롱이었다. 지난번 시합 때도 앞서다가 내 공격 범실로 지고 말았다 - 수비수와의 징크스에 또 막히는 것이 아닌가 했으나,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공격으로 고비를 이겨낸 듯하다.


3. 한이경(7부, 4알) 승 패 승 패 승(6)

뒷판이 롱이라, 롱으로 커트를 했을 때 상대방이 커트를 하면서 스매싱하는 것이 강한 분. 하지만 서브가 밋밋하고, 또 내 서브를 많이 타고 해서, 내가 롱을 좀 타긴 했지만, 마지막 세트에서는 수월하게 이겼다. (이 분과의 시합에서도 올리는 드라이브가 아니라, 앞으로 밀고 들어가는 드라이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4. 김종수(4부) 패(8) 승 승(5) 왼손. 시간 관계로 3세트.

이 분이 보이지 않아 누군가 했더니 바로 서초탁구교실 관장님이었다. 서브가 좋고(특히 회전 서브는 왼손이라 각이 어려웠다) 서브에 이은 3구 공격도 좋아 첫 세트를 내어주고는 게임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분의 약점은 나이가 있어서인지, 연타 공격에 능하지 않았다. 내가 3구 공격을 막아내면 범실이 많았다. 일단 내 서브에서는 서브를 넣고 3구 공격을 해서 점수를 획득하고(그러고 보니 수비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상대방의 서브에서는 3구 공격을 막아 내 점수를 확보하는 식으로 하자, 3세트에서는 의외로 쉽게 포기를 하는 듯했다.


예선전 전승으로 1위. 그래서 곧바로 본선 8강으로 직행.


[본선]


1. 황세진(4부) 승(11) 패(9) 승 승(8) 8강

16강 전에서 이 사람이 5부와 치는데 너무 잘 쳐서 좀 긴장을 하고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초반에는 점수가 많이 벌어졌다. 포핸드와 백핸드가 모두 좋아서 약점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합을 풀어나가다보니 볼이 세긴 한데,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근차근 쫓아가 첫 세트를 따냈다. 하지만 2세트에서는 9대 10 상황에서 약간 뜬 공을 스매싱하다가 네트에 걸리는 범실을 저지르고 말았다(마지막 점수에서는 좋은 찬스가 아니면 좀 더 안정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쪽으로 가야할 듯하다). 이 사람과의 시합이 제일 고비였는데, 상대방의 드라이브와 내 스매싱의 대결에서 내가 조금은 우위에 있었던가? 하지만 다음에 붙으면 또 모를 듯.


2. 김용대(6부 3알) 승 승 (패?) 승 4강

이 분은 랠리가 그렇게 나쁘진 않지만, 리시브에서 회전서브를 커트로 받는 악습이 있어서 나로서는 수월한 상대였다. 키 높이 정도로 올라오는 공을 스매싱하면 쉽게 점수가 났다. 또 그것을 만회할 강한 공격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게임이 쉬웠다. 지난번 대회에서도 본선1회전에서 만나서 3대 0으로 낙승을 했다.


3. 신민준(4부) 승(5) 패(10) 승 승(7) 결승

초등학교 6학년과의 대결. 엘리트 출신이 아닌 일반 아마추어로는 가장 어린 선수와의 시합이었으리라. 2년밖에 치지 않았다는데 정말 잘 쳤다. 그런데, 심판을 이 아이의 엄마가 봐준다고 해서 나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 달라고 했다. 아무리 어린 선수라도 2대 1로 시합을 하는 것은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아이는 첫 세트는 게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교함에서는 나도 그렇게 밀리지 않기 때문에 힘이 부족한 초등학생이 내 디펜스를 뚫기에는 무리가 있기도 했다.) 2세트에서는 이 아이의 백핸드에 밀려 어어하다가 세트를 내주고 말았으나, 다시 집중을 해서 3세트 4세트 무난하게 이겨냈다. (약간 실력차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본기는 나보다도 탄탄하게 갖추고 있는 듯. 나도 백핸드에서 강한 공격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것 참.)


큰 고비가 없었기 때문일까? 우승의 기쁨이 생각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제 탁신 모임 뒷풀이에서 젊은 고수인 김이레에게 내 탁구에 대해서 조언을 구했더니, 시합을 많이 다니라고 했는데, 안 그래도 요즈음 시합을 많이 쫓아 다니고 있으니까, 실력이 좀 늘까? 이 나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