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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창녕을 거쳐 통영 미륵도로, 첫째 날 2(20220204-06)

by 길철현 2022. 2. 8.

안직곡지에서 돌아 나와 임도를 타고 올라갔는데 얼마 올라가지 않아 비포장으로 바뀌었다. 차를 돌릴 곳이 마땅치 않아 조금 더 몰고 갔더니 다시 포장 구간이 나왔다가 이내 비포장으로 바뀌어서 차를 돌려 내려왔다. 이 임도는 좀 더 올라가면 우천리와 도야리로 이어지는 두 갈래로 나뉘는데 차로 지나기엔 무리가 따르는 그런 길이었다. 재작년에 멋 모르고 가태리에서 대산리로 이어지는 비슬산 임도와, 옥천리에서 고라리로 1080번 지방도를 넘다가 차에 많은 생채기를 남긴 건 한편으로는 짜릿했지만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무모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대산리에서 화산리로 이어지는 임도는 포장이 다 되어있어서 스릴 넘치는 드라이브길이었다. 대담함과 무모함, 그 경계는 대체로 결과론인 경우가 많다. 

 

이때 시각은 네 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그래서 창녕을 지나 통영으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20번 국도를 타고 [창녕공업고등학교]를 지나자, 우측으로 소류지치고는 꽤 넓어 보이는 저수지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이 상동지는 몇 번 지나기는 했으나 카메라로 담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 날은 운때가 맞았다. 우회전하여 골목길로 들어서니 저수지 바로 앞에서 도로가 끝나 그곳에 주차를 했다. 그 규모에 비해 유난히 긴 제방이 인상적이었고, 멀리 [창녕교동고분군]도 눈에 들어왔다.

둘레길이 따로 나있지는 않았지만 낚시꾼들(이 저수지는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낚시터인 듯)이 다닌 듯한 좁은 길이 끊어질 듯하면서 저수지 둘레 밭과 야산을 따라 나있었다. 제방을 지날 때는 오리떼가 푸드득 날아올라 날 놀라게 했고, 백로 한 마리가 못 가장자리에 서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우아하게 날아오르기도 했다.

추운 날씨에도 저수지를 찾은 낚시꾼

벼농사를 짓는 시골들이 대체로 그렇듯 창녕읍 주변에도 저수지가 많아 이번에는 좌측에 백암저수지와 도야저수지가 내비에 떠 들러보았다. 하왕산 자락 도야 마을 위쪽에 자리한 백암저수지는 계곡형 저수지로는 특이하게도 옆으로 넓게 퍼진 형태이다. 저수지의 반 정도는 아직 얼음이 풀리지 않았고, 바람이 매서워 서둘러 사진만 몇 장 찍었다. 백암저수지 양옆으로 임도가 나있는데 이 임도는 흥미롭게도 안직곡지가 있는 우천리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박이문은 '길'이라는 아름다우면서도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수필을 썼는데, 나도 길의 매혹에 대해 기회가 닿을 때 한 번 써보고 싶다. 

도야저수지는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연못 정도의 소류지인데, 그 옆 식당은 또 언제 문을 닫았는지 안타까울 따름. 

창녕읍내로 들어가 종로를 달리다, 하왕산1로에서 좌회전하여 하왕산로를 타고 내려오니 낙영교 아래에 예배소류지가 있다. 

 

하왕산에서 흘러내린 남창천의 물을 담은 소류지. 아직 얼음이 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