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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20220120저수지 탐방(왕송호, 봉재저수지, 신정저수지)

by 길철현 2022. 1. 23.

[1월 13일에 대구를 출발하여 그날 저녁에 삼척에서 일박을 하고, 나머지 5일은 서울의 내 아파트, 그리고 하루는 위례 막내동생 집에서 잤다. 그러니까, 이번 7박 8일의 나들이는 여행보다는 지인들을 만나 탁구를 치고, 술 한 잔 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대량으로 구입한 탁구 유니폼 상의를 좀 팔아보겠다는 나의 야심찬 시도는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이번의 실패를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긴 했다). 몇 군데 돌아다니긴 했지만 여행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므로, 대체로 세 부분으로 나누어 역순으로 기록해 나가도 될 듯하다. 코로나는 우리를 떠나지 않고 우리의 기대를 계속 비웃는다. 조심하는 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날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오는 길에 나는 대전에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이 친구와는 코로나 때문에 거의 2년만에 얼굴을 보는 셈인데, 이 친구가 대구로 내려와 또 다른 친구 한 명과 점심부터 저녁까지 먹고 마신 다음 날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증했고, 그래서 이 친구는 코로나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이 친구는 자신이 당시 코로나에 걸렸을 것이라는 의심마저 했다).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보니 아파트를 나선 시각은 벌써 정오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래도 저녁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중간에 몇 군데 들러 보기로 했다. 원래 충북 음성의 맹동저수지, 증평의 원남저수지에 가볼 생각이었으나, 생각이 바뀌었다. 2014년도 가을에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했던 순천향대학교 인근에 있는 신정호와 그 부근의 저수지들을 불현듯 찾아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꼭 그래야겠다는 것도 아니어서 이 또한 바뀌고 말았다. 그 전날 지도로 확인을 할 때 기억을 더듬어(어떻게 이름을 기억했는지부터가 의문인데) 신정저수지라고 쳤는데 마침 아산시에 그 이름의 저수지가 있어서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저수지가 너무 작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목적지를 그곳으로 정했던 것이다. 거기다 늘 차가 막히는 100번 서울외곽고속도로(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구리에서 하남까지의 구간을 피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내부순환로 성산IC에서 내려왔을 때 우측에 위치한 [평화의 공원] 내에 있는 [난지연못]에 한 번 들를까 하다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성산대교를 지나 서부간선도로로 들어서자 새로 개통된 지하화 구간(사실 이 부분도 나를 이쪽으로 이끈 요인 중의 하나였는데)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원래 상습정체구간으로 악명이 높은 곳인데, 작년 9월에 10킬로에 가까운 구간을 지하화한 것이었다. 이쪽을 지날 때면 늘 공사중이어서 정체를 더 부추기던 것이 이 지하화때문이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네, 참. 소형차들만 진입할 수 있는 터널은 나지막해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차에 매립된 지니내비는 업데이트를 안 해서 길이 없는 곳으로 달리는 것으로 나오고, 휴대폰의 카카오내비는 터널에서는 속도를 측정하지 못해 조금 빨리 달린 구간도 있지만 갑자기 148킬로미터가 나오기도 했다. 어쨌거나 구간 단속을 하는 곳이라 나중에는 80킬로 제한속도인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속 60킬로 정도로 달려야했다. 유료도로이긴 해도 상습정체 구간을 빨리 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공사를 할만 했다는 판단. 

 

며칠 간의 누적된 피로로 머리가 맑지 않아 그 다음 경로는 흐릿하다. 그래도 서부간선도로에서 빠져 나와 소하IC에서 17번 광명수원간고속도로를 타고 성채터널, 수리산 3,2,1터널을 지난 것이 거의 확실하다. 수리산터널을 지날 때엔 몇년 전 한여름에 수리산을 오른 기억이 떠올랐다. 수리산은 경기도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인데, 가볍게 산행을 즐기기엔 좋지만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기에는 산의 높이나 수려함 모두에서 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의왕시를 지날 때 내비에 큰 저수지가 하나 떴다. 왕송저수지, 순간적으로 백운호수와 오버랩되면서 그 저수지의 다른 이름인가 했으나, 언젠가 이 저수지에 대해서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듯도 했고, 위치상으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규모도 훨씬 커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들를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찾아보기로했다.

 

동안산당수IC(?)를 빠져 나와 내비가 이끄는 대로 나아가자 전날 내린 눈으로 덮힌 광활한? 저수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점심시간도 이미 지난 터(한 시 사십 분)여서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2층 칼국수집에서 "해물칼국수"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난 다음, 주차가능시간이 얼마인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고작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그걸 물어보기가 좀 민망했는데, 다행히도 계산대 앞에 "2시간 주차가능"이라고 씌어있었다(그런데 나중에 저수지 반대편으로 가니 주차할 공간이 많이 있었다). 

 

얼어붙은 저수지 위로 내려덮힌 눈은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그렇지만 잔잔하든 또 바람이 불어 물결이 넘실대든 얼지 않은 저수지에 비해 얼어붙고만 저수지는 너무 정적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죽음을 연상시켰다.

 

남쪽의 아파트 단지(푸르지오)와, 북쪽 멀리 보이는 관악산이 저수지의 경관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저수지 자체는 넓은 벌판에 광활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큰 울림을 주지는 못했다. 한 바퀴를 다 도는데 꽤 시간이 많이 걸릴 것도 같아서 마침 옆에 지나가는 젊은 사람에게 물으니 "1시간 가량" 아니 "50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한 눈에 봐도 내 가늠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듯했으나 경험자의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실제로는 1시간 반 가량 걸렸다. 둘레길이 5킬로미터가 좀 넘는다고 하니 사진을 찍고 하느라 시간이 좀 더 지체된 듯하다).  

1948년도에 조성된 이 저수지는 만수면적이 96헥타르에 달하는 대형저수지이다(내 눈가늠보다 더 넓었다). 그래서일까? 혹자는 이 저수지를 우리나라의 10대 저수지로 꼽기도 하지만, 이 저수지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레일바이크]이다. 2016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레일바이크]길은 둘레길과 나란히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코스인데, 추운 날씨 때문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이날은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다(운행을 안 하는 것인지?). 

 

아쉽게도 이 꼬마열차가 달리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레일바이크 길과 그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

왕송호는 의왕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었고, 또 다른 도시 인근의 저수지와 마찬가지로 군데군데 식당과 멋진 카페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엔 많이 눈에 띄지 않았으나 각종 새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