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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어느 날의 이명 -- 나도 귀르 자르고 싶던 날 -- 김혜순

by 길철현 2022. 3. 8.

그 목소리를 담고

마음은 나를 쫓아 다녔다, 새처럼

까옥거리면서

방심하고 있을 때 까막새는 덮였다, 저주처럼

서늘하게,

그 다음 두 귀를 파먹고

그 속에 집 지었다

부리를 비벼대면서

 

아아아아아아아

세상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한꺼풀 벗겨져서

속살이 지천으로 마구 익었다.

소리란 소리가 모두 증발했다.

 

귀를 자르고 싶던 그 날. 

 

 

[주] 아아아아아아아 : 글자 크기가 뒤로갈 수록 줄어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