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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아를르로부터의 편지 -- 반 고호에게 -- 박찬

by 길철현 2022. 3. 9.

이까짓 귀 한짝쯤 없으면 어때

아를르의 따사로운 햇빛만 있다면야

허튼소리쯤 그냥 흘려버려도 그만

싱그런 바람소리만 쏙쏙 잘 들려오는구나

동생아

아를르 여인들의 반짝이는 웃음소리만 잘도 

들려오는구나

지금 귓가에 흘러내리는 이 끈적한 피

이 피의 의미를 너는 알겠느냐

눈부시게 펼쳐진 보리밭 너머

과수원의 복사꽃들 한들거리고

어둡던 청동빛 기억들도 이쯤에 와선

보리빛 진한 구름으로 피어나느니

하늘을 찌르는 높푸른 가지 새로 

햇볕만 맴맴 맴도는구나

들판도 성난 파도처럼 물결치는구나

동생아

이까짓 귀 한쪽이사 없으면 어때

하얀 면도날에 묻어 빛나는 핏빛

그 붉은 피의 빛깔의 의미를 너는 알겠느냐

상종못할 놈들의 허튼 소리쯤은

그냥 흘려버려야 하느니

바람 구름 별 해------

숨차게 맴도는 소용돌이 속으로

이제 까마귀는 깍깍 맴돌아 날으는구나

온통 소용돌이치는 것 뿐이로구나

세상은 내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