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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반 고호 미술관을 찾아가는 법 -- 성춘복

by 길철현 2022. 3. 15.

암스텔담 중앙역에서

몇 발자국 옆으로 비켜선 저쯤

쬐그만 두 어깨에 간신히 별 두 개를 올려

그 무게만도 지탱키 어려운

성니콜라이 호텔의 구석방

층계를 딛고 이 다락방을 벗어나

난 어엿한 그곳 사람으로 전차를 기다린다

 

5번과 17번을 떠나보낸 다음

덜커덩거리며 다가서는

2번전차에 올라

거스름돈도 차분히 받아쥐고

라이드 스트라드

네 개의 흙탕물이 골로 트인 

운하를 내려다 보다가

뮤즘 플라인의 한 모서리

급히 두 발을 땅에 던진다

 

큼직한 유리창 앞

검정의 두 사람

반바지에 런닝셔츠 차림의 

앳된 처녀애들 등 뒤에 붙어

나도 차례로 넓은 마루에 나선다

벽엔 Vincent Van Gogh

그 쯤의 화가가 날 기다림직도 한

그러나 글자들만 소복히 쌓여

악동은 보이지 않는다

 

쏜살같이 삼층으로 치달아

막 날개쭉지를 펴

공중곡예를 시작하려는 까마귀떼들

짐승의 울음소리를 붙들어매고

아직도 활활 불이 붙고 있는

태양과 잘 익어가는 밀밭

그 아래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난 훔친다

 

1987년 5월 25일

오전 10시를 조금 지나

맑고 깨끗한 초여름의 하늘을 

가슴엔지 머리엔지

아, 작은 구멍으로밖엔 볼 수 없는 

네덜란드의 세든 집

그의 고국 미술관에서 

나도 잘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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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미술관을 방문한 느낌을 산문적인 어조로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림이 준 인상들도 소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시적인 비유나 감흥을 주는 구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