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세일에서 건진 고흐의 복사화
별 빛나는 하늘 아래 편백나무 길
한가운데 편백나무 두 줄기가
서로 얼싸안고 하나로 붙어 서 있는
밀밭 앞길로
위태한 마차 한 대 굴러오고,
하나는 삽을 메고
하나는 주머니에 두 손 찌른 채
농부 둘이 걸어오고 있다.
하늘 위에 별이라곤
왼편 귀퉁이에 희미한 것 하나만 박혀 있고
(별나라엔들 외로운 별 없으랴)
나머지는 모두 모여 해와 달이 되어 빛나고 있다.
빛나라, 별들이여, 빛나라, 편백나무여,
세상에 빛나지 않는 게 어디 있는가.
있다면, 고흐가 채 다녀가지 않았을 뿐.
농부들을 붙들고 묻는다.
'저 별들이 왜 환하게 노래하고 있지요?'
'세상에 노래하지 않는 별이 어디 있소?'
빛나라, 보리밭이여, 빛나라, 외로운 별이여,
빛나라, 늘 걷는 길을 걷다
이상한 사람 만난 농부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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