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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세일에서 건진 고흐의 별빛 -- 황동규

by 길철현 2022. 3. 9.

방금 세일에서 건진 고흐의 복사화

별 빛나는 하늘 아래 편백나무 길

한가운데 편백나무 두 줄기가

서로 얼싸안고 하나로 붙어 서 있는 

밀밭 앞길로

위태한 마차 한 대 굴러오고,

하나는 삽을 메고

하나는 주머니에 두 손 찌른 채

농부 둘이 걸어오고 있다.

하늘 위에 별이라곤

왼편 귀퉁이에 희미한 것 하나만 박혀 있고

(별나라엔들 외로운 별 없으랴)

나머지는 모두 모여 해와 달이 되어 빛나고 있다.

빛나라, 별들이여, 빛나라, 편백나무여,

세상에 빛나지 않는 게 어디 있는가.

있다면, 고흐가 채 다녀가지 않았을 뿐.

농부들을 붙들고 묻는다.

'저 별들이 왜 환하게 노래하고 있지요?'

'세상에 노래하지 않는 별이 어디 있소?'

빛나라, 보리밭이여, 빛나라, 외로운 별이여,

빛나라, 늘 걷는 길을 걷다

이상한 사람 만난 농부들이여.